'위안 파워'를 앞세운 중국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LoL 팀이 존재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2부 리그는 물론 다양한 하부 리그까지 존재하기에 그 어느 지역의 리그보다 많은 선수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국내에서 데뷔하지 않은, 마스터-챌린저 급 고수들을 직접 섭외하거나 혹은 인맥을 통해 영입한다.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 게이머들도 리그에서 우승한 직후엔 중국 팀으로 이적하는 것이 하나의 코스처럼 돼버린 지 오래다.
선수들에게 있어 중국은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쉽게 데뷔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선수들이 '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는데, 국내에서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없는 팀도 많기 때문에 중국으로의 이적은 신중해야 한다. 중국 이적의 부작용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부 팀들에서 '상식적인 팀 운영'이 불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인맥을 중시하는 '꽌시' 문화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인데, 얼마 전 중국 LoL 프로리그(LPL) 스프링 시즌에서 몰수패를 당한 QG의 경우도 선수와 게임단 오너 사이의 '꽌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문제 중 하나는 비자다. 중국 e스포츠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 진출한 선수들 중 대다수가 관광비자를 발급 받았다"고 귀띔했다. 중국 팀들 중 법인으로 등록된 곳이 얼마 되지 않아 운동비자나 상용비자 발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법인이 아니다보니 취업과 관련한 증빙을 하기 힘들고, 선수들이 원해도 정상적인 비자를 내줄 수가 없다. 취업비자의 경우엔 대학교를 졸업해야 발급받기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국 진출을 원하는 프로게이머 대부분이 고등학생 신분이거나 갓 졸업한 20대 초반이기 때문에 취업비자는 발급받기가 더 어렵다.
팀에서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피해를 호소한 한 선수는 자신이 관광비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입어도 정당한 항의를 할 수 없고, 팀들도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리그를 경험했던 또 다른 선수는 "경험상 선수가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은 연습이나 대회에서의 태도 불량, 혹은 팀 차원의 징계를 받는 경우, 혹은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경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광비자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의 인식도 문제였다. 중국 진출 경험이 있는 한 선수는 발급받았던 비자의 종류에 대해 묻자 "비자가 뭐냐"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다.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사회경험이 전무한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비자에 대한 지식이 있을 리 만무했다.
관광비자 수익활동은 비단 e스포츠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반 사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중국 관광비자를 발급 받아 업무를 처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세청에 문의한 결과 관광비자로 수익을 올렸다 하더라도 소득신고만 제대로 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비자를 받고 활동하는 선수들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한국e스포츠협회나 라이엇 게임즈도 팀과 선수 간의 계약에 대해선 강제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때문에 현황을 파악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대해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라도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례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계약서 내용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한 코치는 "한국과 중국의 언어 차이로 인해 계약서 내용이 다를 수 있다"면서 "두 계약서의 내용을 면밀히 비교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나 라이엇 게임즈 e스포츠 팀에서는 계약 내용 검토와 관련해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만 실제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피해를 보고 난 뒤에야 도움을 요청하는 '사후약방문'이 많았다.
다년 계약도 신중해야 한다. 1년이 아닌 다년 계약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활동을 할 수 있지만 팀에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부푼 꿈을 안고 중국 팀으로 이적했지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채 벤치 신세가 된 한 선수는 "중국은 선수를 사오면 무조건 이득이다. 더 비싼 이적료를 받고 다른 팀에 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를 뛰지 않아도 선수를 팀에 묶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진출을 위해 검토해야할 내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잘못된 계약 한 번으로 프로게이머 커리어가 그대로 끝날 수도 있으니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최근에는 LoL 외에 피파에서도 중국 진출 사례가 늘고 있다. e스포츠 시장 규모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향후 국내 프로게이머들의 해외 진출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해외 진출 이후 피해를 본 선수들이 국내 복귀에 실패하거나 "다시는 해외로 나가지 않겠다"고 학을 떼는 만큼, 이전의 피해 사례와 현지의 사정, 계약 내용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어린 나이의 성공에 욕심을 부리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