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 사이버 아레나(WCA)의 얀페이 리 부장이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 e스포츠의 성장 배경이 역설적이게도 "경제 위기 덕분"이라고 말했다.
7월 31일 중국 상하이 하얏트 온 더 번드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세계 e스포츠 정상 회의에 참석한 얀페이 리는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로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전엔 부모가 부자인 사람만 e스포츠를 즐겼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프로게임단의 수는 2000년대 후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중국 정부가 TV에서 e스포츠를 방영하지 못하게 해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인터넷 스트리밍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대중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로 중국내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나이가 젊은 재벌 2세들이 다른 종목에 비해 투자대비 효율이 높은 e스포츠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대형 프로게임단들이 하나둘 탄생하기 시작했다.
얀페이 리는 "2010년부터는 e스포츠 토너먼트 전문 플랫폼이 등장하며 제3의 업체들도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 시기에 중국 e스포츠가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WCA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탄생했다. 지난 2014년 중국 인촨시의 전폭적 지원 아래 출범한 WCA는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자체적인 토너먼트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세계 최고의 종합 e스포츠 대회를 꿈꾸고 있다. 삼성전자가 후원하던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가 2013년 대회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WCA가 그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를 내비친 바 있다.
WCA는 현재 중국을 포함해 동남아, 유럽, 북미를 중심으로 대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도타2,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워크래프트3,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 등 다양한 종목을 채택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e스포츠 센터'라 부르는 300여개 PC방과 협력해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대회 참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얀페이 리는 "게임사가 e스포츠 대회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은 정해져있는데, 선수들이 어릴 때 게임을 접하고, 선수가 될 때쯤에는 게임이 없어질 수도 있다. 게임사들이 주최하는 대회는 게임사의 수익을 위해 진행되는 대회이기 때문에 오래 유지되기가 힘들다"면서 현재 e스포츠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얀페이 리는 e스포츠의 긍정적인 미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e스포츠는 VR, AR과 같이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존 스포츠와 같이 신체활동을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e스포츠가 올림픽에 들어가거나 같은 위치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