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LoL KeSPA컵, 일정 재고하자](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6110405504201491_20161104055545dgame_1.jpg&nmt=27)
올해 롤드컵은 'The gap is closing'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세계 팀들의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팀들은 한국이었다. 한국 팀들간의 경기는 모두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으로 이어졌고 한국 팀과 다른 나라 팀들과의 대결은 '살짝' 싱거웠다. 물론 인터내셔널 와일드 카드 선발전을 통해 올라온 알버스 녹스 루나가 8강까지 올라가는 대파란이 일어나긴 했지만 한국 팀을 따라올 팀은 사실상 없었다.
11월 중순부터 열리는 KeSPA컵은 이러한 열기를 이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롤드컵에서 한국 대표로 뛴 세 팀이 시드를 배정 받아 모두 출전하고 아쉬움을 남겼던 팀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 칼을 갈고 나올 것이 분명하다. 2015년에 ESC 에버가 보여준 챌린저스의 반란을 재현하겠다며 비밀 무기를 준비하고 있는 세미 프로팀들도 있을 것이다.
롤드컵에 출전했던 팀들은 베스트 컨디션으로 KeSPA컵에 임하기가 어렵다. 9월 중순 서머 시즌을 마쳤고 이후 50여 일 정도를 롤드컵에 올인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시차 적응을 해야 하고 그동안 쌓인 심신의 피로도 풀어야 한다. 그동안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일반론이다. 롤드컵은 6.18 패치로 진행됐고 선수들은 1개월을 꼬박 그 버전으로만 경기했다. 물론 미국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 솔로 랭크를 통해 최신 버전에 대한 감각을 유지했지만 팀 플레이를 제대로 맞출 시간은 부족했다. KeSPA컵은 최신 버전으로 치러지기에 롤드컵에 나섰던 팀들에게는 조건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2015년 롤드컵에 나섰던 팀들이 KeSPA컵 결승에 한 팀도 올라가지 못했던 것이 그 증거다. 2016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팀들에 해당하는 이슈도 있다. 11월은 리그 오브 레전드 팀들의 재계약 협상이 진행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팀을 찾으려는 선수들이 있고 2016년 성적이 좋지 않았던 팀들은 새로운 선수들로 새 진용을 갖추려고 고민이 깊을 때다. 팬들은 챔피언스에 나왔던 선수들이 그 팀의 유니폼을 입고 한 해의 마지막 대회인 KeSPA컵에 나오기를 원하겠지만 팀들의 사정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즉 최고의 조건에서 대회를 소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주 발표된 로스터에서는 빠진 이름들이 많이 보였고 아프리카 프릭스의 경우 로스터에는 포함되어 있던 '리라' 남태유나 '익쑤' 전익수 등이 다른 팀을 찾겠다며 빠져 나왔다.
협회도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라이엇게임즈가 챔피언스와 롤드컵이 진행되는 1월부터 10월까지 여타 대회를 여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11월에 KeSPA컵을 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매년 11월에 KeSPA컵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7년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KeSPA컵을 상수로 잡아놓고 전체 일정을 잡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프링과 서머 시즌의 중간에 KeSPA컵을 진행하는 것이겠지만 원활하지 않다면 중국의 데마시아컵 모델을 차용하는 것도 고민해볼 일이다. 데마시아컵은 시즌 중간에 5일을 할애해 조별 풀리그와 8강을 소화했고 11월에 준결승과 결승전을 치르는 방식을 택했다. 집중도는 떨어지겠지만 각 팀들에게 돌아가는 리스크와 부담감은 훨씬 줄어드는 방식이다.
KeSPA컵을 통해 단기 토너먼트의 묘미를 주고 ESC 에버와 같은 각본 없는 드라마가 쓰이는 순간을 보여주겠다는 협회의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팀들이 더욱 집중하고 최고의 경기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환경과 일정을 제공하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