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롤드컵이 막을 올릴 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어차피 우승은 한국이 될 것-약자로 '어우한'이라 쓸 수도 있다-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롱주 게이밍과 SK텔레콤 T1, 삼성 갤럭시 가운데 어떤 팀이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떨어지느냐가 될 것이라 했다.
삼성의 8강 상대는 롱주 게이밍이었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삼성이 3대0으로 완파하며 가장 큰 이변을 만들어냈다. 롱주 게이밍을 상대로 세주아니와 트리스타나를 고정시키면서 다른 챔피언들로 전술적인 변화를 꾀한 삼성은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우승 이후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롱주를 격파했다. 4강에서 월드 엘리트를 상대로도 1세트에 완패한 삼성이지만 2세트를 승리하며 기세를 되찾은 삼성은 내리 3, 4세트를 가져가면서 5전3선승제에서 강력한 면모를 과시했다.
SK텔레콤은 8강과 4강 모두 끌려가면서 위태위태한 장면을 연출했다. 유럽 대표 미스피츠를 맞아 1세트를 30분이 채 되기 전에 승리했던 SK텔레콤은 2, 3세트를 내리 패하면서 1대2로 탈락 위기를 맞았지만 4, 5세트에서 운영 능력을 발휘하면서 역전승을 따냈다.
5전제에서 삼성이 더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 2017년 롤드컵 왕좌에 누가 오를지 예상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어차피 우승은 한국 팀이기에 한국 팬들은 마음 편하게 관전할 수 있다.
올해 롤드컵이 '어우한'으로 마무리되지만 전세계 팀들의 실력 차이는 더욱 좁혀진 것이 사실이다. 한국 팀들의 경기를 마음 편하게 지켜보고 한국 팀들끼리 대결하지 않으면 긴장감이 떨어지던 시기는 지났다.
홈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받으며 경기한 중국이 단순히 응원만 잘한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한국 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어 넣어줬고 유럽 팀들 또한 다양한 챔피언 활용과 독특한 운영으로 전세계 팬들을 감동시켰다. 16강 2주차의 저주에 휘말리면서 대거 탈락한 북미에서는 클라우드 나인이 월드 엘리트를 패배 위기까지 몰아 넣었고 2016년까지 와일드 카드라고 불렸던 동남아시아의 기가바이트 마린즈, 터키의 1907 페네르바체 e스포츠도 색다른 재미를 줬다.
해설자들은 '격차는 줄어 들었다(Gap is closing)'라는 말을 몇 년째 쓰고 있지만 2017년처럼 확실하게 팀별, 나라별 격차가 줄어든 해는 없었다. 올해에도 '어우한'을 이뤄내긴 했지만 한국 팀들이 방심한다면 내년에는 왕좌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 그 정도로 갭은 줄어 들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