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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 빚은 오버워치 월드컵 중계…중계진 잘못 아닌 서로 다른 규정집 탓

혼선 빚은 오버워치 월드컵 중계…중계진 잘못 아닌 서로 다른 규정집 탓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17 오버워치 월드컵 8강 한국-미국전에서 한국대표팀이 승리를 거두면서 4강에 진출했다.

5전 3선승제로 진행된 경기에서 한국은 4대2의 세트 스코어로 승리했다. 3세트 '하나무라'에서 두 팀이 라운드 스코어 4대4로 승부를 짓지 못하자 주최 측인 블리자드가 무승부를 기록한 각 팀에 1점씩 부여했고, 2세트를 따냈던 한국이 4세트와 5세트를 연달아 가져가면서 4대2로 승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시청자와 중계진 모두 4세트 직후 3대2로 한국팀의 승리가 확정된 것으로 착각했다. 중계를 맡았던 '용봉탕' 황규형 해설은 5세트가 진행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을 보이더니 "현지에서 전달받은 내용과 다르다"며 거듭 사과했다. 현장에 있던 대표팀 관계자 역시 데일리e스포츠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4세트 직후 승리한 줄 알고 기뻐했었다"며 "규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는 5세트 '오아시스'에서 이어졌고, 한국이 다시 한 번 승리를 거두면서 경기 결과는 뒤바뀌지 않은 채 4대2 스코어로 끝이 났다.

경기가 끝난 후 오버워치 월드컵 중계진은 규정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면서 일부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문제는 서로 다른 규정집에 있었다. 블리자드는 각국 언어별로 10여개의 오버워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오버워치 월드컵 페이지에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오버워치 월드컵 규정집을 PDF 파일로 게재하고 있다.

데일리e스포츠가 확인한 결과 홈페이지별로 규정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영어와 스페인어, 러시아어 홈페이지에 업로드 된 규정집과 한국을 비롯한,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홈페이지에 업로드 된 규정집의 내용이 달랐다.

모든 규정집은 영어로 이루어져 있어 두 가지 버전만 존재하는데, 버전별로 3.1.2 조항의 점수 산정 방식이 다르고 3.2.1 조항의 유무 차이도 있었다. 3.2.1 조항이 추가된 것으로 볼 때 3.2.1 조항이 없는 것이 구 버전으로 보인다.(업데이트 시기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기사에서는 구 버전으로 보이는 것을 A버전, 신 버전으로 보이는 것을 B버전으로 표기했다.)

승리 시에만 1점을 준다고 표기된 오버워치 월드컵 규정집.
승리 시에만 1점을 준다고 표기된 오버워치 월드컵 규정집.

승리 및 무승부 시 1점을 준다고 표기된 또 다른 오버워치 월드컵 규정집.
승리 및 무승부 시 1점을 준다고 표기된 또 다른 오버워치 월드컵 규정집.

A버전의 3.1.2 조항에는 맵에서 승리할 경우 1점을 주고, 무승부나 패배 시에는 0점을 준다고 적혀있다.(Each game ("Map") will provide 1 point to the winner for a victory and 0 points for a tie or defeat.)

B버전의 3.1.2 조항에는 맵에서 승리하거나 무승부일 경우 1점을 주고, 패배일 때 0점을 준다고 적혀있다.(Each game ("Map") will provide 1 point to the winner for a victory or a tie and 0 points for a defeat.) 두 조항이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다.

B버전에만 존재하는 3.2.1 조항은 그룹 스테이지가 아닌 8강 토너먼트에 대한 규정인데, 이 역시 승리하거나 무승부일 때 1점을 준다고 적혀있다.

B버전 규정대로라면 한국-미국전 무승부 세트에 점수가 부여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계진이 착각할 정도로 서로 다른 규정집 안내는 문제가 된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한국어 홈페이지를 통해 규정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한국어 홈페이지에는 A버전 규정집이 올라와 있다.

결국 중계진이 규정을 숙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A버전의 규정집을 통해 잘못된 규정을 숙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무승부로는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 상황에서 주최 측이 점수를 매기니 당황했을 테고, 당시 상황에서는 자연스레 3점 득점으로 경기가 끝나는 것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블리자드의 미숙한 규정집 처리 탓에 애꿎은 한국 중계진만 규정도 모른다면서 억울한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대회 진행 경력을 가진 국내 한 e스포츠 전문가는 "보통 다전제에서 무승부에는 점수를 주지 않는다. 오버워치 월드컵의 방식은 보는 이들이 충분히 착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계 당시에는 4대2로 표기된 스코어 보드.
중계 당시에는 4대2로 표기된 스코어 보드.

오버워치 월드컵 홈페이지에는 3대1로 표기돼있다.
오버워치 월드컵 홈페이지에는 3대1로 표기돼있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월드컵 공식 중계에서 한국과 미국의 8강전 세트 스코어를 4대2로 표기했지만 오버워치 월드컵 홈페이지에는 결과를 무승부 점수를 뺀 3대1로 입력했다.

앞서 지난 8월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오버워치 월드컵 지역 예선 H조 독일-이스라엘전에서도 두 팀이 '호라이즌달기지'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해 무승부가 나왔고, 블리자드는 당시 무승부에 점수를 매겨 4세트 직후 두 팀의 스코어는 3대2가 됐다. 오버워치 월드컵 홈페이지에는 독일-이스라엘전 스코어가 무승부 점수가 적용된 3대2로 나와있다. 잘못된 규정 탓에 점수 표기 방식도 엇갈리고 있었다.

블리자드 측은 한국과 미국의 오버워치 월드컵 8강전과 관련해 "4일 경기는 오버워치 월드컵 2017 규정에 적합하게 진행이 됐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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