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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FW 천정희 감독 "과정은 결과로 보상받는다"

[피플] FW 천정희 감독 "과정은 결과로 보상받는다"
리그 오브 레전드 마스터 시리즈(이하 LMS)를 대표하는 팀인 플래시 울브즈(이하 FW)는 2019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했다. 미드 라이너 'Maple' 후앙이탕과 서포터 'SwordArt' 후슈오치에가 중국 리그 팀인 수닝으로 이적했고 '무진' 김무진은 한화생명e스포츠로 자리를 옮겼다. 5년 동안 주전 톱 라이너로 뛰었던 'MMD' 유리헝 또한 스트리머로 변신하는 등 원거리 딜러 'Betty' 루유헝만 남으면서 새로운 진용을 꾸렸다. 그리핀으로부터 임대한 '래더' 신형섭과 마치 e스포츠에서 뛰었던 '부기' 이성엽을 영입하면서 한국 선수를 영입했고 감독으로는 천정희와 계약하면서 전력을 갖췄다.

FW라는 명문 게임단의 지휘봉을 잡은 천정희 감독은 감독 제의를 받았을 때 기대보다는 부담이 컸다. 남들이 봤을 때에는 LMS의 맹주라고 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팀의 사령탑이기에 "1등은 당연한 것 아냐?"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8할 이상 바뀌었기에 천 감독은 스프링 내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으로 팀을 지도했다.

정규 시즌부터 쉽지 않았다. 천 감독이 부임하기 전에 선수들의 라인업이 모두 갖춰져 있었지만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했던 선수는 'Betty' 루유헝밖에 없었기에 모든 것을 새로 준비해야 했다. 선수들은 경험이 부족했고 천 감독은 LMS의 스타일을 익히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시간이 필요했다. 정규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을 펼쳐야 하는 타이밍에 ahq e스포츠, J팀, 매드에게 3연패를 당하면서 FW는 9승5패로 시즌을 마쳤다. 정규 시즌을 항상 1위로 마무리하면서 결승에 직행하던 FW의 위용은 사라졌고 비난이 쏟아졌다.

포스트 시즌을 통해 자존심 회복을 노린 천 감독과 FW는 ahq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대2로 어렵사리 승리, 결승에 올라갔고 결승전에서 매드를 3대0으로 완파하면서 LMS 7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스프링 내내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지만 마지막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회상한 천정희 감독을 만났다.

[피플] FW 천정희 감독 "과정은 결과로 보상받는다"

◆FW는 이겨야 하는 팀

FW는 2016년부터 LMS를 장악한 뒤 한 번도 대권을 내주지 않았다. 스프링과 서머 정규 시즌을 모두 석권했고 데이터는 압도적이었다. 정규 시즌에 2패를 당하는 일도 거의 없었고 결승전에서는 항상 승리했다. 스프링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 출전권은 언제나 FW의 것이었고 서머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1위 시드권 또한 FW의 손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FW는 2019년을 앞두고 대규모 리빌딩을 선언했다. 주전 선수들은 물론, 코칭 스태프까지 빠져 나가면서 새로운 인물들로 자리를 채웠고 천정희 감독도 그 중 하나였다.

Q FW의 사령탑을 맡게 된 계기가 있나.

A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2년반, 중국 하부 리그 팀에서 반년, 콩두 몬스터에서 반년 동안 코치로 활동하다가 지난 반년은 쉬고 있었다. FW가 리빌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를 감독으로 영입하고 싶다고 했다.

Q FW가 LMS를 호령하는 팀이어서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A LMS 팀들 중에 전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게임단이다. 최근 3년 동안 MSI나 롤드컵에 꾸준히 나왔고 퍼포먼스도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팀에서 나에게 연락할 때에는 "이번 시즌은 리빌딩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성적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더라.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약간 내려 놓을 수 있는 여지는 있었다고 생각해서 받아들였다.

Q 그래도 LMS 팬들에게 FW는 절대적인 존재 아닌가.

A 팀에 가보니까 그런 느낌이 확 와닿았다. FW는 회사 안에 연습실과 숙소가 다 갖춰져 있는데 입구 디자인부터 압도적이었다. 지금까지 FW가 LMS에서 우승하고 받은 트로피 6개가 쭉 늘어서 있는데 '아, 이 팀에서 성적을 못내면 큰일 나겠구나. 저 업적들을 이어가야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취임할 때 선수들에게 어떤 팀을 만들겠다고 했나.

A FW라는 로고만 남기고 확 달라진 디자인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대부분 달라졌기에 예전과 똑같이 플레이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선수들이 주전으로 뛴 경험이 부족하지만 FW라는 팀은 이겨야 하는 팀이기에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Q 리빌딩이 완료된 뒤에 팀에 합류했다.

A FW 사무국에서 이미 선수들의 라인업을 갖춰 놓은 뒤였다. 주어진 선수들로 팀워크를 만들어내고 FW의 색깔을 입히는 것이 내 일이었다. 이전 팀의 핵심은 서포터 'SwordArt' 후슈오치에였다. 서포터로서 해야 할 일들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맵 리딩, 상황 판단 능력이 매우 훌륭했다. 그 역할을 맡아줄 선수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Q 새로 짜여진 스쿼드에서는 누가 그 역할을 맡았나.

A 연습을 해보니까 원거리 딜러인 'Betty' 루유헝이 전황을 읽는 능력이 발군이었다. 라인전을 하면서도 다른 라인 상황을 브리핑해주고 다른 선수들이 해야할 일들을 짚어주더라.

Q 선수들에게 어떤 부분을 강조했나.

A 리그 오브 레전드가 10년 가까이 된 게임이다 보니 이제는 특정 챔피언이 특정한 역할만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은 통하지 않는다. 모든 챔피언이 모든 포지션에 다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이야기했다. 과거의 FW는 초반에 강한 정글러를 앞세워 라이너를 키우고-특히 원거리 딜러-그 힘으로 중후반을 장악해 이기는 스타일이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져서 한 라인에만 의존하면 약점이 될 수 있기에 모든 라인이 골고루 성장해야 한다. 그러려면 모든 선수들이 모든 챔피언을 다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Q 선수들이 잘 따라왔나.

A 지금 FW의 대만 선수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 국제 대회에서 자주 봤던 'Betty' 루유헝과 톱 라이너 'Hanabi' 수치아시앙 모두 2000년생이다. 내가 갓 부임했을 때에는 한계가 보이는 듯했지만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했고 적극적으로 따라와줬다. 1등을 하는 이유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Q 루유헝이 리딩을 한다고 했는데 어떤 강점을 갖고 있었나.

A 다른 선수들을 신인이나 다름 없기에 'Betty' 루유헝과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정말 본받을 점이 많은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이 잘못한 점, 포지션별로 잘못한 점에 대한 분석이 정확했다. 중요한 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안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나아갈 방향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3년 동안 호흡을 맞췄던 'SwordArt' 후슈오치에가 남긴 유산을 제대로 이어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유헝은 대회에 나설 수 있는 17세가 되자마자 주전으로 여러 대회를 뛰었고 우승도 수차례 해내면서 선배들로부터 배운 것들을 모두 갖고 있는 선수이고 팀 생활도 성실하게 잘하고 있기에 이 선수를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다.

[피플] FW 천정희 감독 "과정은 결과로 보상받는다"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
FW가 천정희 감독, '래더' 신형섭, '부기' 이성엽을 영입한 이유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다. 실력을 검증받은 인물들을 용병으로 고용하면서 LMS 맹주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국제 대회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의지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겠지만 용병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해당 리그, 해당 나라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천 감독은 신형섭과 이성엽이 대만 선수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룸메이트를 만들어줬고 경기 안에서 이뤄지는 의사 소통도 중국어로 진행했다. 시즌 중반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천 감독의 지휘 방침은 스프링 우승으로 이어졌고 FW가 4년 연속 MSI에 나설 기회를 만들어냈다.

Q 한국 선수인 '래더' 신형섭과 '부기' 이성엽은 대만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있나.

A 말은 잘 통하지는 않지만 금세 친해지더라.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친해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대만 선수와 한국 선수를 묶어서 룸메이트를 시켜 놓았더니 손짓발짓하면서 의사 소통을 시작했고 지금은 서로의 의중을 꿰뚫는 정도까지 친해졌다. 내가 워크래프트3 선수로 활동할 때 외국에서 열린 대회에 자주 나갔는데 그 때마다 통역 요원만 졸졸 따라다녔다. 외국어를 잘 배우려면 외국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되어야 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선수들은 나와 같은 길을 걸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룸메이트 시스템을 활용했다.

Q 신형섭과 이성엽에 대해 궁금해 하는 팬들도 많다.

A 신형섭은 그리핀에서 활동하다가 임대로 우리 팀에 온 선수다. LCK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지는 않았지만 그리핀이 LCK에 올라오도록 만든 핵심 선수임은 틀림 없다. 그래서인지 그리핀의 시스템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리핀은 경기에 나서는 5명이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 이 상황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우리 팀은 리빌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경력이 많지 않아 게임 안에서 서로 챙겨야 한다. 그런 점을 챙겨 달라고 주문했다.

이성엽은 LMS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는 선수다.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 그렇듯 영혼은 자유롭고 피지컬 능력은 엄청나다. 정글러이지만 잘 풀리면 '하드 캐리'하고 잘 풀리지 않으면 한없이 동굴 안으로 파고 들어간다. 극과 극의 플레이 스타일이지만 평균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지만 우리 팀에서 시즌을 보내면서 다이아몬드의 모양을 갖춰가는 중이다.

Q 게임할 때에는 어떤 방법으로 소통하나.

A 처음 팀을 꾸리고 나서 연습 게임을 했더니 대만 선수들은 대만 선수들끼리, 한국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끼리 움직이더라. 각자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게 되면 경기는 산으로 간다. 게임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중국어로 통일했고 한국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표현을 외우라고 시켰다.

Q 정규 시즌 성적이 9승5패로, 최근 4년 동안 가장 좋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나.

A 왜 못 이기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찾기 위해 회의를 정말 많이 했는데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시즌 막판에 포스트 시즌 진출권에 들어 있는 세 팀과 대결하는데 다 패했을 때에는 정말 하늘이 노래질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포스트 시즌에 들어와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철저하게 분석한 결과 몇 가지 문제를 찾았다 . 메타를 따라가지 못했고 밴픽부터 흔들리다 보니 의사 소통 메커니즘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3연패라는 시련을 당한 뒤에 많이 깨달았고 그 덕에 우승까지 한 것 같다.

Q 결승전에서는 경기력이 확실히 나아졌다.

A ahq e스포츠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대2로 어렵게 이겼는데 나는 그럴 것 같았다. 지도자 생활을 5년 가까이 하다 보니 느낌이 오는 세트가 있는데 1, 2세트는 밴픽을 마치고 나서 '이겼다'라고 확신이 들었다. 실제로 이기기도 했고. 3 4세트는 기분이 묘했는데 결과적으로 졌다. 5세트에서는 이긴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선수들이 정말 잘해줘서 이긴 것 같다. 그 경기를 이기고 나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모두 자신감이 생겼고 결승전에서는 강하게 밀어붙였다. 우리는 결승에서 져본 경험이 없지만 매드는 위축되어 있었던 것 같다. 1세트를 쉽게 이기면서 우리에게 확실히 기울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포스트 시즌에 나아진 이유가 있었나.

A kt 롤스터와 하루 정도 연습했는데 그 때 선수들이 많이 깨달았다. LMS 스타일은 초반에 전투를 통해 스노우볼을 만들기 때문에 첫 싸움을 지면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 라인전 단계에서 킬이 나오지 않더라도 상대와의 격차를 벌린다. 선수들이 그 방법을 kt와의 연습을 통해 배우면서 실력이 올라왔다.

Q MSI를 치른다. 잘해낼 자신이 있나.

A 일단 우는 소리를 조금 해야겠다(웃음). 다른 지역보다 결승전이 1주일 늦게 열리면서 우리는 전열을 다듬을 시간이 별로 없었다. 지금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얼마 쉬지 못하고 곧바로 소집해야 한다. 9.7 패치로 결승전이 진행되면서 전력이 많이 노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무난히 통과할 것 같다. 6강에서 SK텔레콤 T1, 인빅터스 게이밍, G2 e스포츠 등과 대결하는 과정에서도 LMS다운,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Q FW는 전통적으로 국제 대회에서 '한국 팀 킬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도 가능한가.

A 올해 MSI에 출전하는 팀은 SK텔레콤 T1이다. 우리보다 결승전을 먼저 치렀기에 경기를 지켜봤는데 확실히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도 LMS의 맹주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발목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눈에 띄는 팀이 또 있나.

A 팀을 맡지 않고 반년 가까이 쉬었는데 그 때 G2 e스포츠와 프나틱의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두 팀 모두 자유도가 높으면서도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보여줬고 롤드컵에서 빛을 발했다. 올해 들어 G2는 'Caps' 라스무스 빈테르를 영입하면서 'PerkZ' 루카 페르코비치가 원거리 딜러로 전향한 것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두 선수 모두 피지컬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다루지 못하는 챔피언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폭도 넓다. 여기에 다른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까지도 상황에 따른 자기 역할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자유도가 높으면서도 꼼꼼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지도자로서 2019년 G2와 같은 팀은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피플] FW 천정희 감독 "과정은 결과로 보상받는다"

◆과정과 결과가 맞아 떨어지는 팀 만들겠다

천정희 감독이 중시하는 요소는 과정이다.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같은 지향점을 갖고 함께 구슬땀을 흘리기를 원한다.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눈 앞에 주어져 있는 한 경기, 한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노력하고 지는 것이 노력하지 않고 이기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일 수도 있지만 천 감독은 노력하고 지는 일을 가장 싫어한다. 패하고 나면 누구도 노력했다고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Q 리그 오브 레전드 코치로 시작해 경력이 5년을 넘겼다. 지도자가 된 이유 혹은 계기가 있나.


A 워크래프트3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 지독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 어떤 전략을 써도 못 이기던 때에 풀이 죽어 있는데 10살 많은 형이 같이 리플레이를 보자고 하면서 콕콕 짚어주는데 나는 실수라고 생각지 않은 부분이 그 형 말을 듣고 나니 모두 실수였다. 그 뒤로 슬럼프에서 탈출했고 다시 상위권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 경험을 선수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종목은 다르지만 코치직을 택했다.

Q 지도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A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롤드컵 우승을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눈 앞에 놓인 한 경기를 위해 선수들과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목표다. 프라임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는데 '칸' 김동하, '퓨리' 이진용 등을 선발해서 예선을 통과할 때 기억이 난다. 우리의 목표는 눈 앞에 주어진 예선 통과였고 그것을 해냈을 때 정말 기뻤다. 그 느낌을 계속 가져가고 싶어서 진에어 그린윙스를 거쳐 지금의 FW까지 왔다.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먼 걸음, 큰 걸음을 내딛기 보다는 다 같이 노력하고 한 경기씩 치르는 가운데 자연스레 승수가 쌓이고 우리 팀의 순위가 올라가는 것을 원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Q 프라임이나 진에어 모두 승보다 패가 더 많았던 팀이다. 노력했음에도 패한다면 힘이 빠지지 않나.

A 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그렇다. 모든 경기에서 다 이기고 싶다. 하지만 이기겠다는 마음만 앞서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런데 이겼다면 전심전력을 다한 패배보다 기쁘지 않다. 노력했지만 졌을 때가 가장 슬프지만 노력하지 않은 승리보다는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Q 천정희가 생각하는 최고의 팀은 어떤 팀인가.

A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팀이겠지만 정말 만들고 싶은 팀이 있다. 실력은 좋지만 이기지 못했던 선수들을 모아서 이기는 경험을 갖도록 해주고 싶다. 선수가 어떤 팀을 만나느냐는 인생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계기일 수도 있다. 자기 옷과 어울리지 않는 팀을 만나면 아무리 잠재력이 있는 선수일지라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선수들이 자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고 역량들을 모아 이기는 팀으로 키워내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Q 선수들이 외국 팀에서 활동하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하는데 외국인 감독은 더 어려울 것 같다.

A LMS에서, FW에서 나는 용병 감독이다. 용병을 고용하는 팀은 용병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정말 크다. 용병 감독도 똑같다. FW가 나를 영입할 때 '당장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라고 이야기했지만 내가 1년 농사를 망친다면 2020년 FW의 감독은 내가 아닐 수도 있다. 용병 감독의 처지다. 그래서 취임할 때부터 성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팀을 지도하고 있다.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가 어울리도록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 용병 감독의 최대 난제라고 생각한다.

[피플] FW 천정희 감독 "과정은 결과로 보상받는다"


Q 천정희 감독의 2019년 목표는 무엇인가.

A LMS 우승컵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FW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LMS의 모든 시즌을 우승했다. 내가 부임한 해에 그 기록이 깨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스프링을 소화했고 정규 시즌 성적은 다소 부진했지만 결국 스프링 우승을 이뤄냈다. 서머에도 최종적으로는 LMS를 우승하겠다. 또 다른 목표는 세계 대회에 나가서 LMS를 대표하는 팀으로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일이다. FW는 작년에 MSI 4강에 올라갔고 롤드컵에서는 16강에 머물렀다. 올해에는 최소 롤드컵 8강 이상 올라가고 싶다.

Q 외국에서 주로 생활하는 지도자로서 또 다른 어려움은 없나.

A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다 보니까 가족이 그립다. 올해 초에 둘째가 태어났는데 한창 시즌을 소화하고 있던 시기여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아내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사실 아내와 아이 때문에 더욱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출산 과정을 보지도 못하고 곁에서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성적까지 안 좋으면 가장으로서 체면이 서지 않을 것 같았다.

Q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나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지도 방침을 갖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을 좋아하고 개인적으로도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고 우리 팀에게 맞는 전략, 운영을 찾으려고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빛을 발하려면 결과가 따라와줘야 한다.

서른을 훌쩍 넘겼지만 내 마음 속에는 아직도 이기고 싶은 스무살의 천정희가 들어 앉아 있다.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격렬하게 싸우면서 격정적으로 승리에 기뻐하는 지도자가 되겠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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