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초부터 정지훈을 상징했던 단어는 바로 강한 라인전과 cs 수급이다. 정지훈은 'cs를 만들어 먹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라인전과 cs 수급에 있어서 도드라진 강점을 보였다. 실제로 분당 cs 지표에 있어서 몇 년 동안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정지훈의 분당 cs 지표는 6명 중 4위에 그쳤다. 그러나 15분 전 cs 격차와 골드 획득량에서 정지훈은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시 말해 라인전 강점은 여전히 유지 중이다. 그리고 최근 그는 라인전에서 '벌어놓은' 격차를 팀에게 투자한다. 본인이 먼저 합류해서 변수를 만들거나 이니시에이팅을 시도하면서 말이다.
가장 잘 드러난 경기가 바로 kt 롤스터와의 최종 진출전이었다. 이 날 정지훈은 승리한 세 세트에서 단 한 번의 데스도 기록하지 않았고, 라인전부터 앞서나가며 상대 발을 묶은 뒤 먼저 합류해 교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또 정지훈은 플레이오프 내내 혼자 변수를 만드는 역할도 수행했다. 그는 플레이오프 기간 총 6번의 솔로 킬을 만들어내며 전체 선수 중 1위를 기록했다. 결승전에서는 1세트 아리를 플레이하며 탑에서 '제우스' 최우제의 제이스를 솔로 킬내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기도 했다.
상대 팀에게 두려운 것은 정지훈은 메이킹 뿐 아니라 대미지 측면에서도 높은 기대값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플레이메이킹에 강점이 많을수록 초중반 이득을 벌어다주는 역할을 하고, 대신 후반은 다른 팀원에게 기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지훈은 메이킹에 중점을 둔 플레이오프에서도 후반 기댓값이 월등히 높았다. 팀 내 데미지 비중은 6명의 미드라이너 중 1위였고, 분당 대미지 역시 592로 2위보다 100 이상 높았다.
"예전보다 게임을 보는 시야가 좋아졌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밝힌 무관의 제왕 시절이던 때에서 벗어난 비결에 대한 정지훈의 대답이다. '라인전 강점'은 정지훈을 표현하기엔 이제 너무 작은 수식어다. 잘 벌고, 팀에게 투자하고, 그러면서도 후반 기댓값은 높은 지금의 육각형 미드가 '쵸비'라는 선수의 완성형 모습이 아닐까.
허탁 수습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