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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EG 이제동 "준우승 그랜드 슬램 '동라인'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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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핫'했던 스타크래프트2 선수는 누가 뭐래도 EG로 이적한 이제동이었습니다. 8게임단(현재 진에어) 소속이었다가 해외 팀 EG로 임대됐던 이제동은 결국 재계약 시즌에 EG로 완전 이적을 선언한 것이죠. 이제동 입장에서는 일생 일대의 엄청난 결심을 했던 시기였습니다. 한국을 떠나 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 것이죠.

2013년 이제동의 프로게이머 인생은 변화의 연속이었습니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동은 정말 많은 일을 겪으면서 힘들어했고 그로 인해 성장하면서 마치 10년과 같은 1년을 보냈습니다. 지금이야 환하게 웃을 수 있지만 그가 겪었던 힘든 일과 괴로움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프로게이머임을 잊지 않았고 그를 사랑했던 한국 팬들을 잊지 않았던 이제동. 오늘은 그가 지난 1년간 겪어왔던 수많은 일들과 그로 인해 배웠던 것들 그리고 소중한 것에 대한 감사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더욱 유쾌해지고 여유로워진 이제동과 나눴던 재미있지만 진지한 이야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준우승으로 홍진호 선배보다 내가 한 수 위"
숱하게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개인리그 누적상금 1위에 오르며 아직까지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제동이지만 그에게도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하나의 수식어가 있습니다. 바로 '콩라인'입니다. 그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부터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오면서까지 엄청난 준우승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제동은 준우승계의 최고봉 홍진호의 가족들로 이뤄진 '콩라인'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을 이미 충족한 상황입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이미 준우승 기록으로는 이미 홍진호를 넘어서고도 남았기 때문이죠.

"홍진호 선배도 준우승계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는 못하지 않았나요(웃음)? 지난 시즌 돌이켜 보면 저는 모든 스타크래프트2 공식 대회에서 준우승을 달성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어요. WCS 아메리카 지역에서도 준우승, 시즌 파이널에서도 준우승 심지어는 글로벌 파이널에서도 준우승 했잖아요. 게다가 이 모든 것이 한 해에 이뤄진 것이고요. '콩라인'이라는 이름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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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우승컵이 많기 때문에 '콩라인' 가입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한사코 거부하던 이제동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이제는 '콩라인'보다 '동라인'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그 이유를 진지하게 설명하는 이제동의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죠.

"그때는 무조건 '콩라인'이 싫었어요(웃음).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때는 준우승을 많이 했지만 우승 경험이 더 많았고 (이)영호에게만 진 것이었기 때문에 '콩라인'이라고 불리는 것이 썩 기분 좋지 않았거든요. 지금이요? '콩라인'이 아니라 '동라인'이라니까요(웃음)."

이제동이 털어 놓은 이야기들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콩라인' 수장 홍진호는 공식전에서는 준우승을 많이 하지만 초청 받는 등 이벤트 전에서는 우승을 자주 차지해 '콩라인' 가입 조건 하나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동 역시도 이벤트전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하네요. 이제동은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초청 이벤트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이번 12월 아수스가 주최한 대회에서도 우승했습니다.

"처음 이벤트전에서 우승했을 때는 무조건 숨겨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홍)진호형이 나를 놓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죠(웃음). 그런데 12월에 초청 받아 출전한 아수스 대회에서도 우승하고 나니 이제는 밝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저 이벤트전에서도 두 번이나 우승했습니다(웃음)."

이제동이 왜 '동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모든 공식 개인리그 한 해에 준우승하기, 6연속 준우승, 초청 이벤트전 2회 우승이라는 기록은 '콩라인' 홍진호조차 세우지 못한 대(?)기록입니다. 앞으로도 이 기록은 절대 깨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누군가가 제 누적상금 기록을 깰 수는 있겠지만 준우승에 관한 기록은 깰 수 없을 것이라 자신해요(웃음). 종목도 스타크래프트2로 바뀌었으니 이제 준우승 2회 연속 하는 사람들에게는 '콩라인'이 아니라 '동라인'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세요(웃음). 혹시 라이선스를 따야 하나요?"

준우승하고 의기소침해 '콩라인'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거부하던 이제동이 이제는 이런 농담을 할 정도로 여유로워졌습니다. 세월도 그를 여유롭고 유쾌하게 만들었겠지만 그를 키운 것은 단순히 세월만은 아니었습니다. 혼자 결정하고 고민하는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는 누구보다도 성숙해져 있었습니다.

◆고민했던 EG로의 이적
많은 사람들은 그가 해외팀으로 임대됐던 것이 오히려 그에게 좋은 기회가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번에 EG로 이적한다는 발표가 났을 때도 '잘 선택했다', '당연히 해외 팀을 가야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제동이 행복하기만 했을까요? EG로 임대됐던 초반 이제동은 태어나서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엄청난 압박과 힘듦을 겪었습니다. 오죽하면 그가 마우스와 키보드에서 잠시 손을 놨을까요. 열이 40도까지 올랐을 때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던 이제동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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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동은 올해 중반까지 EG에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이 첫 번째 이유였고 임대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허탈함 그리고 국내 팬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그는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변화는 원래 힘든 법이잖아요. 화승이 해체하고 난 뒤 8게임단에서 지낼 때도 저에게는 팀이라는 울타리가 있었어요. 어디를 가든 팀이 저를 보호해줬고 해외 한번 나갈 때도 팀이나 관계자들의 도움을 계속 받았어요. 그런데 EG로 임대되고 나서는 그 울타리가 사라진 기분이 들었죠. 해외팀과 국내팀은 시스템 자체가 달라요."

해외팀의 경우 선수들의 연습이나 생활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모든 일을 개인이 책임지는 것이죠. 자유로운 대신 성적, 생활 등 모든 부분에서 자신이 스케줄을 짭니다. 더 세부적으로 말하면 먹는 것조차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쉬울 것 같지만 그동안 팀 울타리에서 살았던 이제동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게임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았던 이제동이 이제는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자신이 다시 돌아갈 8게임단의 미래는 불투명했고 임대 신분이기에 느껴지는 소속감 부재는 이제동을 힘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제동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스타크래프트2 시장이 축소되면서 팬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습니다. 현장 팬들이 점점 줄어들었고 동료들의 미래가 장담되지 않는 상황들이 이제동을 괴롭게 했습니다.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잠이 줄었고 고민하는 시간은 늘어갔죠.

"힘들었어요. 나 살길만 찾으면 되는 신예 프로게이머가 아닌 e스포츠 전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나이였잖아요. 미래에 대한 고민과 프로게이머의 삶에 대한 고민 때문에 잠도 잘 못 잤던 것 같아요."

그때 이제동이 내린 결론은 "당장 앞에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그동안 소홀히 했던 연습을 미친 듯이 하면서 이제동은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고민을 잠시 미뤄두고 실력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이제동은 미래에 대한 결론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고민보다는 현재 주어진 일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더라고요. 결국 하나, 하나 열심히 하다 보면 고민들이 저절로 해결 되는 것도 있거든요. 지금이요? 홀가분해요. 일단 정규리그에서 우승해야겠다는 생각뿐이기 때문에 다른 고민은 나중에 하려고요(웃음)."

아직 그의 고민이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동은 행복합니다.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있고 인정도 받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프로게이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국내 팬들에게 미안해"
이제동이 EG로 전격 이적하기를 결심하기까지는 쉽지 않았습니다. 바로 국내 팬들 때문입니다. 해외 팀에서 활동하던 지난 6개월 동안 이제동은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고 해외 팀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보면 이제동이 국내 팀으로 돌아올 이유가 전혀 없는 듯 보였습니다. 연봉도 해외 팀에서 훨씬 높게 받을 수 있었고 생활도 자유로운데다 해외 대회를 누빌 수 있는 특권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국내 팀으로 돌아오겠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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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동은 국내 팀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하나 한국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 때문이었죠. 이제동은 아직도 자신의 기반은 한국 팬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제동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G로 이적하게 되면 이제 진짜 국내 팬들을 볼 기회가 거의 없게 되더라고요. 예전처럼 EG가 연합 팀을 꾸려 프로리그에 나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고민이 됐어요. 연봉을 어느 정도 낮춰서라도 국내 팀으로 복귀해야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국내에서 이미 이제동을 받아줄 수 있는 게임단은 거의 없었습니다. 게다가 EG가 이제동을 잡겠다는 의지는 매우 강력했죠. 이제동은 고민하다가 결국 EG를 선택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쉽게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한국 팬들에게는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커요. 계속 생선 가시가 걸린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요. 하지만 제가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면 국내 팬들에게도 보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추후에도 계속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요. 조촐하게나마 사비를 털어 팬미팅 할 생각도 하고 있어요."

국내 팬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WCS에서는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는 이제동. 앞으로 우리는 그가 활동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한국인으로서 해외에서 한국을 알리는 그의 행보를 응원할 것입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동라인'에 대해 말했지만 빨리 우승해서 그런 이야기 쏙 들어가게 해야죠(웃음).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프로게이머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많이 응원해 주실거죠?"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li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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