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감독님이 아는 분과 술 한 잔을 기울이기 위해 한적한 술집에 갔더랍니다. 평소에 인지도를 거의 못 느끼고 있던 A 감독님은 편안하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술 자리가 무르익을 즈음 구석에 있던 한 무리의 애주가 사이에서 "혹시 프로게임단 B팀의 A 감독님 아냐?"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답니다. 아무리 꾸미고 다니고 유명인처럼 보이려 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내심 속상했던 A 감독님은 굉장히 기뻤답니다. 사인해달라며 달라 붙을 때까지는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나요.
다음날 상황은 더욱 악화됐죠. A 감독님은 모임이 생겨 술 자리에 또 나갈 수밖에 없었답니다. 어제 마신 술로 인해 속이 좋지 않아 그림의 떡처럼 술잔만 보고 있던 A 감독님에게 한 중년의 신사가 사인용 종이와 펜까지 갖추고 다가왔답니다. "A 감독님 맞으시죠? 경기 잘 보고 있습니다"라며 다가오더니 "TV 화면에서 뵐 때보다 동안"이라며 또 비행기를 태운 거죠.
칭찬도 들었겠다, 이틀 연속으로 높아진 인지도를 확인했겠다 좋은 기분에 같이 한 잔하자며 동석을 허락한 A 감독님은 잠시후 큰 실망에 빠집니다. 동석한 분이 살짝 꼬부러진 말투로 "A 감독님을 TV를 통해 자주 뵙는데 실은 C팀을 좋아합니다"라며 C팀에 대한 질문을 엄청나게 쏟아내는 바람에 1시간 동안 대답해주느라 정신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함께한 신사분은 C팀 이야기만 실컷하다 비틀대며 집에 갔다나요. 모임은 엉망이 됐고 유명인과 만난 친구들은 그다지 반가운 눈빛만은 아니었답니다.
요즘 팀 성적이 좋아 들떴던 A 감독님은 경기도 패하면서 사흘 연속 '운수 없는 날'이었다나요.
이상 ABC토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