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1 ]]‘심정수 은퇴.’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헤라클레스의 은퇴 선언. 16~7년전 야구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의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당시 나는 동대문상고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1년 후배가 바로 심정수였다. 나와 정수는 고교 시절 3번과 4번을 번갈아 맡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나는 LG 트윈스로, 정수는 1년 후 OB 베어스에 입단했다. 나는 어깨 부상으로 인해 공을 던지는 것 자체도 힘들어했다. 잔부상이 심해 야구를 한다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 정도였다. 부상과 재활을 거듭한 끝에 결국 2001년 야구계에서 발을 뗐다.
심정수는 OB 베어스와 현대 유니콘스, 삼성 라이온즈를 거치며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입지를 굳혔다. FA를 통해 대박을 친 뒤 2007년과 2008시즌 부진했지만 은퇴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말 심정수는 “더 이상 진통제를 먹으며 운동하기는 것이 힘들다”고 은퇴 이유를 밝혔다.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밝히지 않으며 몰래 진통제를 맞아가며 주전으로 뛰어야 하는 것이 프로야구 선수에겐 스트레스이자 숙명이다. 이를 버티지 못하면 은퇴라는 수순을 밟는다.
부상이라는 단어는 운동 선수를 자다가도 깨울만한 ‘호환’, ‘마마’와 같은 단어다. 이 단어와 친하게 지내는 순간 그들의 인생은 큰 변화의 시기를 맞는다.
프로게이머들에게 부상은 어떤 의미일까. 속된 말로 다리에 장애가 있어도 휠체어를 타고 게임을 할 수 있다라고 얘기한다. 손이 프로게이머의 생명이라는 다른 말일 것이다. 프로게이머가 손을 자주 쓰고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타당하다. 손목 부상으로 인해 은퇴하는 선수가 있을 정도니까.
그러나 부상의 범위를 넓힌다면 프로게이머는 마음도 부상을 당한다. 상대를 속여야 하고 심리를 읽어야 승리하는 것이 e스포츠다. e스포츠 중계를 보면 방송 경기에 대한 압박감에 관해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게이머를 육성하는 감독의 입장에서도 100% 동감한다.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 게임을 하는 사용자가 아니라 직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게이머는 심리(멘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컨디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리전을 중시하는 프로게이머의 세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신적 부상은 ‘트라우마’다. 한 선수에게 크게 졌던 경험이 있거나 여러 번 지게 되면 유독 움츠러드는 경우가 많다. 코칭 스태프는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심리 치료를 실시하고 상담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탈피법을 도모하고 있다.
얼마전 정신과 의사들이 진행하는 세미나에 참가했을 때도 이와 같은 논의가 진행됐다. 그 자리에서 김용수 LG 트윈스 투수 코치가 “선수들의 심리는 바늘 하나 들어갈 정도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선수는 정말 예민하고 특히 멘털에 상처를 입으면 선수 생활을 그만 둘 정도로 큰 부상이라는 뜻이다. 스포츠 정신 의학 분야를 연구하는 의사들도 공감을 표했다.
그런 의미에서 팬들이 남기는 악성 댓글(악플)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타격으로 다가온다. 선수들의평균 연령이 20대 초반밖에 되지 않는 e스포츠의 경우 악플의 폐해는 심각하다.
e스포츠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0년 넘도록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더 많은 성원을 받기 위해 프로게이머와 게임단, 기업, 협회, 방송사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요한 요소는 경기를 만들어 내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팬들의 따뜻한 격려와 성원이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상을 줄이고 더욱 좋은 경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김혁섭 MBC게임 히어로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