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의 원리를 한 줄로 ‘요약하면 한 위계 조직에서 각 종업원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나는 단계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원리는 1969년 미국의 교육학자 로렌스 J. 피터가 처음으로 제시했다.
새삼스레 피터의 원리를 거론한 이유는 온게임넷 스파키즈가 최근 선수들을 이적시키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온게임넷은 2008년 9월 박찬수를 KTF 매직엔스로 이적시켰고 이어 안상원을 KTF, 임원기를 화승으로 이적시켰다.
온게임넷이 선수들을 계속적으로 트레이드시키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스파키즈 조공’이란 말로 비난하기도 했다. 포스트 시즌에 오르고 나니까 선수를 자꾸 내다 판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온게임넷 스파키즈의 입장은 다르다. 팀에서 중복되는 포지션을 맡고 있는 선수를 많이 보유할 경우 선수에게 되려 피해가 가기 때문에 해당 보직에 공백을 갖고 있는 팀으로 보낸다는 것. 이를 통해 선수 생활을 연장하고 이적한 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온게임넷도 선수 적체를 해소하고 새로운 피를 수혈하면서 ‘스파키즈’라는 이름에 걸맞은 젊은 팀 컬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온게임넷의 트레이드는 성공적이다. KTF 매직엔스로 이적한 이후 박찬수는 독일에서 열린WCG 2008 그랜드 파이널에서 전승 우승하며 세계 대회 우승 경험이 없는 KTF에게 귀중한 트로피를 안겼다. 또 프로리그에서도 이영호의 뒤를 받치는 2인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트레이드 시점이 좋지 않아 2월에 이적했음에도 기용되지 못한 안상원도 위너스 리그 포스트 시즌에 출전할 만큼 성장했고 프로토스가 귀한 화승으로 이적한 임원기도 출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적을 통해 온게임넷은 적체 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박명수와 같은 포지션이었던 박찬수가 이적하면서 문성진과 김상욱 등 신예들이 저그 종족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신상문이 히트를 치면서 경쟁이 심화됐던 테란 종족도 김창희와 원종서 등을 기용할 수 있게 됐고 임원기가 이적한 이후 조재걸과 김학수 등이 자리를 메웠다.
온게임넷 스파키즈는 4승6패로 위너스 리그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프로리그 08~09 시즌 성적에서 17승14로 7위에 랭크돼 있다. 박찬수와 안상원 등 주력 선수를 이적시켰지만 전과 비슷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달라진 온게임넷의 선수 운용도 눈에 띈다. 주력 선수 이적으로 인해 공백을 메울만한 신예를 적극 발굴하기 위해 프로리그 본선에 기용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온게임넷은 12명의 선수에게 기회를 줬고 2라운드에는 14명, 위너스 리그에선 10명을 기용했다. 매 라운드마다 최다 인원을 출전 시키고 있다. 고른 출전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현재의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은 다른 팀들에게도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것이 눈앞의 성적을 올리기엔 좋을 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터의 원리를 우리 속담으로 고치자면 ‘고인 물을 썩는다’ 정도가 될 것이다. 한 조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자리까지 올라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적 구성을 하는 것보다는 비슷한 분야의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조직을 활성화시키고 다른 조직도 활성화시키는 것이 피터의 원리를 피하는 길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