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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블리자드와 드래곤플라이

봄입니다. 이제 e스포츠 대회도 슬슬 야외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신한은행 위너스 리그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립니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는 벌써부터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광안리 결승전이 기대됩니다.

오늘은 한국 e스포츠의 씨앗이 된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 블리자드와 국산종목 e스포츠를 추진하고 있는 드래곤플라이라는 회사에 대해 떠오르는 몇 가지 단상들을 적어보려 펜을 들었습니다.
e스포츠 팬들은 좀 덜하지만 일반 게이머들은 '한국 e스포츠를 놓고 스타크래프트 리그만 있는 판'이라는 비판을 많이 해 왔습니다. e스포츠협회도 당연히 ‘스타크래프트 협회’라는 비난을 많이 들었지요.

e스포츠 종목이라는 것이 만들겠다고 의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에 한국 e스포츠계 내부도 좀 억울한 점이 있지만, 이유야 어쨌든 지금껏 한국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 위주로 성장해 온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종목 다변화를 위한 안팎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게임이 e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하면 엄청난 마케팅 효과와 더불어 게임 수명 연장이라는 특별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에 국내외 게임 업체들은 자사 게임을 e스포츠 종목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들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런데 ‘스타’ 외에는 그 어떤 게임도 ‘장르’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세계적으로는 e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한 ‘워크래프트3’나 ‘카운터 스트라이크’도 국내에선 실패했습니다. 국산 게임 가운데 ‘카트라이더’나 ‘프리스타일’ 등이 e스포츠 종목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 게임도 안정적인 리그로 성장하진 못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아쉬운 종목은 ‘워크래프트3(이하 워3)’입니다. ‘워3’ 출시전 상황은 ‘스타2’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출시만 되면 ‘스타크래프트’ 위주의 e스포츠 구조를 개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모든 게이머와 e스포츠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습니다.

실제로 ‘워3’ 출발은 ‘스타’보다 화려했습니다. 출시 1년여 만에 100만장 가까이 팔려나갔고 워크래프트3 개인 리그는 물론 프로리그까지 생기면서 활기차게 출발했지요. 그런데도 ‘워3’는 인기 e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하는데 실패했습니다. 그것도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에서만’ 실패했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워3’ 한국 유통사는 ‘스타크래프트’를 유통했던 한빛소프트였습니다. 누구보다 e스포츠를 잘 아는 초대 e스포츠협회 회장사였고, 초창기 게임단인 한빛스타즈를 거느리고 있던 때였지요.

실패의 원인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워3’가 한국에서 e스포츠화에 실패한 것은 놀랍게도 종목사 블리자드 때문이었습니다. 이 게임의 개발사이자 저작권자인 블리자드는 게임의 e스포츠화를 통한 ‘기여’와 ‘수명연장’보다 단기적인 매출 증대를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워3’ 한국 유통사는 한빛소프트였습니다. 그런데 1년 만에 나온 확장팩 ‘프로즌 쓰론’의 판권은 손오공이라는 곳으로 넘어갔습니다. 당시 블리자드는 한국 시장에서 더 많은 로열티를 받아내기 위해 게임의 판권을 양분하는 ‘비상식적인’ 일을 벌였죠.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 버전과 확장팩인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워’를 각각 서로 다른 회사에 판권을 넘긴 것과 같은 상황이지요. 이럴 경우 각각 업체는 일관된 마케팅과 판매, 서비스 정책을 펼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은 사장되고 맙니다. 실제로 오리지널과 확장팩 판권을 쪼개 주면 게임이 망한다는 사실은 게임업계의 상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블리자드는 단기적인 로열티 매출을 위해 한국 파트너를 갈아치웠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e스포츠화로 누구보다 재미를 보았던 블리자드이기에 당시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결정이었습니다. 항간에는 당시 블리자드코리아(비방디코리아)를 맡고 있던 사람이 한빛소프트를 싫어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어쨌든 당시 ‘워3’ 확장팩 판권을 확보하지 못한 한빛소프트가 모든 e스포츠 마케팅을 중단한 것은 물론입니다. 돈 들여 e스포츠 마케팅을 전개해 봐야 확장팩만 팔리는 모양새가 될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손오공이라는 회사는 ‘워3’ 오리지널 버전이 없기 때문에 e스포츠 마케팅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워3’는 한국에서 ‘비운의 게임’으로 전락했습니다. ‘스타’에 이어 e스포츠계 양대 산맥이 될 수도 있었던 게임이 한낱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지요.

지나간 얘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 놓은 것은 사실 e스포츠 종목이나 장르와 관련해서 ‘종목사의 의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스포츠 종목도 저절로 장르화되지 못하는 것처럼, e스포츠 종목 역시 인기 종목에서 한 발 나아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종목사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국산 FPS 게임 개발사 드래곤플라이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오래전부터 스페셜포스 리그를 줄기차게 진행해 온 것은 물론, 지난해에는 또 거액을 들여 북한 금강산에서 대규모 e스포츠 이벤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한국e스포츠협회와 손잡고 최초의 국산종목 프로리그 런칭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드래곤플라이가 들이는 노력은 결코 작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금액만해도 신한은행 프로리그와 맞먹는 규모라고 하는군요.

무엇보다 드래곤플라이는 e스포츠를 단순히 마케팅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국내 게임 업체 중에서 넥슨이나 제이씨엔터테인먼트도 한동안 e스포츠 리그를 적극 지원했지만 외부 스폰서에 의존하는 형태였습니다. 스폰서십이 줄어들면서 이들의 e스포츠 마케팅은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드래곤플라이의 e스포츠를 향한 도전은 이들보다 끈질겼죠. 사실 해외의 유명 FPS 게임과 비교했을 때 ‘스페셜포스’의 인지도는 한참 떨어지지만, ‘의지’는 그 어떤 개발사보다 높아 보입니다.

FPS 게임을 종목으로 하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만큼은 국산 토종 온라인게임으로 해 보겠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지요. 그렇게 세계 FPS 유저들에게 ‘스페셜포스’를 알리고 싶다는 순박한 생각도 물론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e스포츠화를 통한 ‘이익’에 앞서 ‘투자’를, 또 한국 e스포츠계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데 대한 ‘기여’와 공동의 ‘성장’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나오지도 않은 게임(스타크래프트2)을 갖고 한국 e스포츠계와 저작권 협상을 하려는 ‘배은망덕’한 블리자드보다 드래곤플라이라는 회사가 더 소중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데일리게임 이택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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