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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STX, 프로다운 자세란

e스포츠계에서 벌어지지 말아야할 일이 발생했다. 프로게임단 코치가 심판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다.

어처구니 없는 사건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e스포츠 보조 경기장에서 열린 MBC게임 서바이버 토너먼트 예선에서 일어났다. 예선 당일 잦은 랙 현상으로 선수와 심판, 코칭스태프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에서 STX 소울 조규백 코치와 한국e스포츠협회 임기홍 심판 사이에서 시비가 일었다는 게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이다.
두 사람의 시비는 곧 폭언과 폭력으로 이어졌고 결국 STX 조규백 코치는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주요리그 출전금지에 벌금 100만원이라는 징계를 받게됐다. 일반인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면 형사 처벌까지 가능했을 폭력사건 치고는 솜방망이 처벌인 셈이다.

이번 폭력 사건은 사건 자체로도 놀라운 것이었지만 사건 발생 직후부터 보여 온 STX의 태도가 더 놀라웠다. STX 게임단은 사건 초기 "시비는 있었지만 폭행은 없었으며 협회 상벌위에 제출된 경기국 보고서는 과장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특히 시비 원인은 협회와 심판이 제공한 것이기에 게임단과 코치는 잘못이 없다는 식의 언론플레이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벌위 결정으로 사건이 일단락된 이후에도 STX의 이 같은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미 진위가 밝혀져 징계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벌위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심판이나 경기국은 물론 팬들에게 조차 자숙하겠다는 사죄의 말 한마디 없이 넘어갔다.
STX 내부적으로도 폭행 당사자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사실무근이라고 했던 폭행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STX는 여전히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표정이다.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STX 주장의 골자는 협회의 준비 부족과 경기국 심판의 미숙한 경기 진행으로 그날 경기에 참여한 선수와 코칭 스테프에 심한 스트레스를 줬다는 것이다. 즉, 협회와 심판이 이날 시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얘기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날 경기체 참석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협회의 준비 부족과 심판의 운영 미숙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대회 준비가 부족하고 운영이 미숙했다고 심판을 상대로 시비를 벌이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인가?

프로축구나 야구를 생각해 보자. 대회 주최측이 우천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해서 혹은 야간 경기장에 조명등을 제대로 설치하지 못했다고 해서 선수나 코치가 협회와 심판을 욕하고 폭행했다면 용납이 됐을까?

원인이 협회와 심판에게 있었으니 시비를 붙은 코치는 잘못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STX는 착각을 해도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맞을 짓을 해서 때렸는데 뭐가 잘못이냐'는 말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에서 심판에 대한 폭행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못한다. 심판의 권위가 무너지면 스포츠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모든 스포츠는 룰을 정해 놓고 기량을 겨루는 것인데, 이때 룰을 적용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아 승패를 결정하는 당사자가 심판이다. 설사 그 심판이 오심을 하거나 실수를 해도 이것 또한 '경기의 일부'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 프로다.

인간적으로도 그렇다. 아무리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또 심판이 코치보다 경험이 없고 어리다 해도 폭력은 결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문제를 키울 뿐이다. 특히 이날 제기된 협회의 준비 부족과 심판의 운영 미숙 문제는 이미 마련돼 있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통해 '이의'를 제기해서 해결하면 되는 일들이다.

실제 협회는 원할한 리그 진행을 위해 게임단 관계자와 감독이 참여하는 사무국 회의가 상설화 되어 있고 이 밖에도 협회 운영을 위해 게임단 운영 기업이 참여하는 전략 위원회가 존재한다. STX도 협회 이사사 자격으로 운영에 관여하고 있고 김은동 감독만해도 협회 사무국회의 맴버이자 상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STX 김은동 감독에게 묻고 싶다. 이번 폭행 사건이 STX 코치가 아닌 다른 게임단 코치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다면 상벌위원인 김 감독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말이다.

STX 소울은 e스포츠계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게임단이다. STX는 소울과 함깨 e스포츠계에 참여하면서 젊고 강한 기업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런 이미지를 꾸준히 유지하고 싶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젊고 프로 다워야 한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을 떠넘기고 덮으려할 게 아니라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젊고 프로다운 모습이다. 처음부터 그랬다면 상벌위원회라는 것도 애초에 열리지 않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e스포츠 팬들은 프로다운 모습에 또 너그럽게 용서할 것이기 때문이다.

STX와 김은동 감독의 용기를 기대해 본다.

데일리e스포츠 편집국장 이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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