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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연구와 개발

요 근래 몇몇 경기가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열린 박카스 스타리그 2009 36강 B조에서 웅진 김명운이 새로운 맵인 ‘홀리월드’에서 보여준 두 경기와 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룩스 히어로 센터에서 열린 2009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 6조 최종전 화승 구성훈의 플레이는 매력적이라는 수식어를 뛰어 넘어 매혹적이라 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김명운의 경기는 맵이 갖고 있는 컨셉트를 극대화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홀리월드’는 중앙에 커맨드 센터가 존재한다.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저그의 경우 체력을 빼놓은 뒤 퀸으로 감염시킨다면 저그의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그 안에서 생산되는 유닛은 인페스티드 테란, 우리 말로는 감염된 테란 병사다. 김구현과의 최종전 1세트에서 김명운은 감염된 테란 병사를 앞세워 프로토스를 옥좼다. 히드라리스크로 전진 라인을 형성한 뒤 감염된 테란 병사를 적극 활용해 캐논 라인을 파괴했고 유닛과 자폭시키기도 했다. 본진에 드롭하려는 시도를 통해 일꾼을 대거 학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참신한 전술을 구사했다.
구성훈의 경기도 매우 새로웠다. 지금까지 데스티네이션에서 전진 게이트웨이 전략은 나온 바 있지만 구성훈이 보여준 것처럼 배럭을 앞마당에 내린 뒤 머린을 생산할 경우 미네랄 필드 속에 머린이 들어가 철옹성과 같은 진영을 갖추고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다는 플레이는 처음이었다. 이를 통해 구성훈은 삼성전자 유준희의 초반 전략을 수정하도록 강요했고 그 결과 손쉽게 MSL 32강 티켓을 얻었다.

김명운과 구성훈의 전략적인 플레이에 대해 “꼼수가 심하다”, “약아 빠졌다”고 비난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렇지만 박수를 보내는 팬들이 더 많은 듯하다. 김명운의 플레이는 맵 제작자의 의도를 잘 살렸다. 저그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주어졌을 때 십분 활용하는 것은 플레이어의 몫이다. 그 덕분에 팬들은 정말 오랜만에 인페스티드 테란이라는 유닛을 보지 않았는가.

또 구성훈은 MSL 본선에 오르기 위해 거의 4년 동안 심사숙고 했다. 그 기간 동안 데뷔 동기인 이제동과 박지수는 MSL에서 챔피언이 됐다. 이를 바라보는 구성훈의 마음 속에는 필살기를 개발해야 겠다는 의지가 생겼고 무려 두 달 동안 이 전략을 갈고 닦았다라고 진출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장르는 RTS라고 불린다. 이는 실시간 전략 게임인 Real Time Strategy의 약자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상호간의 전략이 달라지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게임이 개발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선수들이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기 보다는 중장기전으로 경기를 풀어 가면서 생산력에 기반을 둔 힘싸움이 일반화됐다. 어떤 맵이 나오더라도 전략은 뒷전이고 최적화된 앞마당 타이밍과 빠른 손놀림을 앞세운 전투 중심적인 획일화된 경기가 속출했다.

이런 시점에 김명운과 구성훈이 보여준 전략적인 플레이는 타의 귀감이 될 만하다. 전략적인 플레이가 임요환과 신희승 등 몇몇 선수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연구하고 고민하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팬들이 “약삭빠르다”라고 비난할 지라도 연구와 개발을 위한 자세를 갖고 있는 선수라면 새로운 트렌드를 개척하는 프런티어가 될 수 있다.

사상 최악의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도 몇몇 기업들은 오히려 전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한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이들 기업이 주력하는 부분은 연구와 개발, 즉 R&D라는 부분이다. 다른 기업들이 몸을 사릴 불황기에 신기술에 대한 내공을 쌓을 경우 두세 걸음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패턴의 경기 내용에 염증을 느낀다는 팬들이 많은 이 시점에 연구와 개발을 통한 새로운 전략의 등장은 누리꾼의 ‘눈을 정화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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