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운의 경기는 맵이 갖고 있는 컨셉트를 극대화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홀리월드’는 중앙에 커맨드 센터가 존재한다.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저그의 경우 체력을 빼놓은 뒤 퀸으로 감염시킨다면 저그의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그 안에서 생산되는 유닛은 인페스티드 테란, 우리 말로는 감염된 테란 병사다. 김구현과의 최종전 1세트에서 김명운은 감염된 테란 병사를 앞세워 프로토스를 옥좼다. 히드라리스크로 전진 라인을 형성한 뒤 감염된 테란 병사를 적극 활용해 캐논 라인을 파괴했고 유닛과 자폭시키기도 했다. 본진에 드롭하려는 시도를 통해 일꾼을 대거 학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참신한 전술을 구사했다.
김명운과 구성훈의 전략적인 플레이에 대해 “꼼수가 심하다”, “약아 빠졌다”고 비난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렇지만 박수를 보내는 팬들이 더 많은 듯하다. 김명운의 플레이는 맵 제작자의 의도를 잘 살렸다. 저그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주어졌을 때 십분 활용하는 것은 플레이어의 몫이다. 그 덕분에 팬들은 정말 오랜만에 인페스티드 테란이라는 유닛을 보지 않았는가.
또 구성훈은 MSL 본선에 오르기 위해 거의 4년 동안 심사숙고 했다. 그 기간 동안 데뷔 동기인 이제동과 박지수는 MSL에서 챔피언이 됐다. 이를 바라보는 구성훈의 마음 속에는 필살기를 개발해야 겠다는 의지가 생겼고 무려 두 달 동안 이 전략을 갈고 닦았다라고 진출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장르는 RTS라고 불린다. 이는 실시간 전략 게임인 Real Time Strategy의 약자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상호간의 전략이 달라지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게임이 개발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선수들이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기 보다는 중장기전으로 경기를 풀어 가면서 생산력에 기반을 둔 힘싸움이 일반화됐다. 어떤 맵이 나오더라도 전략은 뒷전이고 최적화된 앞마당 타이밍과 빠른 손놀림을 앞세운 전투 중심적인 획일화된 경기가 속출했다.
이런 시점에 김명운과 구성훈이 보여준 전략적인 플레이는 타의 귀감이 될 만하다. 전략적인 플레이가 임요환과 신희승 등 몇몇 선수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연구하고 고민하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팬들이 “약삭빠르다”라고 비난할 지라도 연구와 개발을 위한 자세를 갖고 있는 선수라면 새로운 트렌드를 개척하는 프런티어가 될 수 있다.
사상 최악의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도 몇몇 기업들은 오히려 전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한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이들 기업이 주력하는 부분은 연구와 개발, 즉 R&D라는 부분이다. 다른 기업들이 몸을 사릴 불황기에 신기술에 대한 내공을 쌓을 경우 두세 걸음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패턴의 경기 내용에 염증을 느낀다는 팬들이 많은 이 시점에 연구와 개발을 통한 새로운 전략의 등장은 누리꾼의 ‘눈을 정화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