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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자유롭지 않은 FA

지난 12일 한국 e스포츠 10년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됐다. FA로 불리는 자유계약선수 제도가 시작되며 선수 영입과 전력 강화의 길이 활짝 열리는 듯 했다. 선수 역시 실력을 대우해주는 팀에서 뛰며 '대박'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아쉬운 점은 시행 첫 해부터 여러 방면에서 FA의 실효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선수들의 연봉과 관련돼 여러 허점이 노출돼 있다. FA의 최대 관심사라고 한다면 선수들의 연봉 액수와 계약금 등 누가 얼마를 받았냐는 것이다. 하지만 e스포츠계의 FA에서는 연봉과 계약금 등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게임단에서 계약서 등을 밀봉한 채 협회에 제출하며 협회는 양 측의 분쟁이 생기지 않는 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FA와 관련 팬들의 관심 대상을 숨김으로써 팬들의 '알권리'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관행처럼 이어져온 '연봉 뻥튀기'가 재현될 수도 있다. 연봉 뻥튀기란 선수들의 실수령 연봉과 발표 연봉이 다르다는 것을 일컫는다.

11개 게임단은 지난해 선수들의 계약과 관련 공통계약서를 체결하기로 약속했다. 각기 다른 계약내용에서 오는 혼란을 막고 FA 제도가 시행될 때 생길 수 있는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몇몇 게임단은 아직까지 공통계약서를 활용하지 않고 있으며, 그 중 일부 게임단에서는 공통계약서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 경우 음지에서 일어나는 선수들과의 이면 계약이 빈번히 이뤄질 수 있다. 공통계약서 자체가 없는 이상 이면 계약은 더 이상 이면 계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농구에서 파장을 몰고 왔던 김승현 사건이 e스포츠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제도 시행 후 갑작스럽게 변한 선수 입찰 과정 역시 문제다. 협회는 지난 11일 FA 대상자들을 상대로 프로농구 신기성의 예를 들며 입찰 과정을 열심히 설명했다. 신기성은 FA 자격 획득 후 원소속 구단으로부터 최고 대우를 약속 받았지만 자신의 농구를 펼치기 위해 현 소속팀인 KT로 이적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연 프로게이머들은 이 설명으로 자신의 경기 스타일과 연습 스타일이 맞는 팀에 갈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나은 환경과 게임단을 선택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직업 선택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14일 갑작스럽게 협회는 규정이 바뀐다고 공지했다. 13일 사무국회의가 있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이번 규정을 바꾼 주체가 누구였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게임단에서 선수들의 자유를 막은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게임단과 계약을 해야 한다'는 조항은 자칫 우수 선수들이 한 게임단으로 몰리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자금력이 막강한 기업들이 돈을 싸들고 공세를 펼칠 경우 다른 게임단에서 막을 길이 없다.

그동안 협회는 "규정 및 규약은 이사사 혹은 사무국들의 모임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협회는 공지하고 시행하는 역할만 담당한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사사들이나 사무국들에게 가이드 라인조차 제시할 수 없다면 협회의 행정능력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FA제도가 시행되고 벌써 5일이 자났다. 여태 계약 소식을 전해준 게임단이나 선수들은 한 명도 없었다. 남은 기간 동안 몇 명이나 FA계약을 체결할지 알 수 없으나 이번 FA는 e스포츠도 프로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급급한 생색내기로 끝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오상직 기자 sjoh@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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