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이제동의 순혈주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8251303580014595dgame_1.jpg&nmt=27)
기자가 학교를 다닐 때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단일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나라다'라는 문장을 교과서에서 본 기억이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이라는 수식어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위의 문장은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한다. 단일 민족으로 구성된 순혈주의를 강조한다. 외침을 수없이 당했지만 당당히 영토를 지켜낸 선조들의 의지를 반영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순혈주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피부나 눈 색깔이 조금만 달라도 '혼혈'을 의심했고 거리를 뒀다. 부모님들은 멀리하라고 주문했고 학교에서나 지역에서나 왕따가 공공연히 일어났다. 요즘 들어 외국인 노동자가 늘고 농촌 지역에서 외국 여성과 혼인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우리 사회도 점차 변화했고 다문화 사회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땐 그랬다.
팬의 순혈주의는 선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어졌다. 해태 타이거스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면 해태 유니폼을 입고 전성기를 누리고, 해태의 영원한 전설로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트레이드도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FA 자격을 얻더라도 해태에서 잡아줬으면 하는 것이 팬들의 마음이다. 한 번 응원한 선수를 끝까지 응원하고 싶은 팬심이다.
그러나 현실은 원하는대로 따르지 않는다. 팀 입장에서는 트레이드를 통해 필요한 자원을 교체한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팀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금액을 제시하면 떠나보낼 수도 있다. 팀은 기업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가끔은 팬심을 외면하기도 한다. 팬은 팀을 원망하고 떠나가는 선수에게 실망을 느끼기도 한다.
지난 12일 e스포츠 사상 첫 FA가 시행됐다. 39명의 대상자 가운데 3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가 FA 협상을 했다. 이 가운데 화승 이제동을 비롯한 5명의 선수가 FA를 선언했다. 모든 관심은 이제동에게 쏠렸다. 화승과 왜 재계약에 실패했는지 이유가 밝혀졌다. 이제동의 대리인인 부모님과의 협상에서 화승의 설득력이 떨어진 것이 주 원인이었다.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제동은 원소속 게임단과의 협상이 결렬된 채 스타리그 결승에 나섰다. 우승했다. 우승 인터뷰에서는 속내를 감췄지만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부모님을 설득해서 화승에 남고 싶다"고 밝혔다.
이제동의 행동에는 순혈주의가 담겨 있다. 나를 데뷔시킨 프로게임단,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해 온 감독, 코치, 선수들, 그리고 사무국. 이제동을 응원해준 수많은 팬들과 계속하기 위한 선택일 것이다. 화승에서 시작한 프로게이머 생활을 화승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화승에서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부모님 설득에 직접 나설 만큼 강력했다고 풀이된다.
이제동의 순혈주의는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제동의 마음을 몰라서가 아니다. 엉성하기 그지 없는 FA 시스템과 선수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 화승 사무국에 대한 불만, 어리디 어려 냉혹한 프로의 현실과는 약간 괴리가 있어 보이는 이제동의 행동 등 여러가지 지적 사항이 존재한다.
이제동이 부모님을 설득한다면 이제동은 화승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한 번 결렬 사태를 경험한 화승 측에서 원하는 만큼의 연봉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스타리그 3회 우승이나 팬들의 성토를 통해 이제동의 가치를 더 높이 책정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 마감 시한인 25일에 몇몇 게임단이 입찰했고 이제동의 부모님이 사인할 경우 이제동은 화승과 결별해야 한다. 화승이 당초 제시한 금액보다 높을 것이고 더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 한 팀에서 끝을 원했던 이제동의 뜻은 꺾일 수도 있다.
어떻게 답이 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하나의 본류는 존재한다. 이제동이 은퇴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말을 인용해 "은퇴하면 유학보낼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일은 10년 뒤에 일어나길 바란다. 이제동은 이제 e스포츠의 아이콘이다. 누가 뭐라해도 부정할 수 없다. 최초, 최단기, 최다 등의 수식어를 대지 않더라도 이제동의 행보 하나에 게임단, 팬, 매체의 촉각이 곤두서는 현실만 보더라도 이제동은 대스타다.
이제동의 순혈주의는 화승에 대한 순혈주의가 아니라 e스포츠에 대한 순혈주의이길 바란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