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임단에서 코치만큼 바쁜 사람은 없습니다. 위로는 감독과 사무국, 아래로는 선수들의 잡다한 일까지 모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필요하면 직접 뛰어야 하는 자리가 바로 코치입니다. 한 종족을 전담하든, 팀을 맡든 선수들과 가장 가깝게 지내면서 친형과 친동생처럼 지내고 있죠. 명절이 아니면 집에도 가지 못하면서 선수들 이상으로 고생을 하고 있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코치들에게 선수 한 명 한 명은 모두 친동생처럼 느껴집니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같이 고민하고, 어떻게든 살려 보려고 노력하죠.
얼마전 경기장에서 만난 A 팀의 B 코치는 넋두리를 늘어 놓았습니다. 09-10 시즌을 어떻게 끌고 가야할지 감독 이하 코칭 스태프가 모두 모여 열심히 회의를 하다가 대회가 있어 부리나케 선수들을 챙기고 직접 차를 끌고 경기장에 왔다는 군요. 헉헉대고 있는 B 코치에게 "다음 시즌 유망주는 누구냐"고 기자가 묻자 갑자기 대화를 '산'으로 끌고 갔습니다.
B 코치는 "기자님은 대한민국 e스포츠가 세계를 감동시킬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되려 질문을 하더군요. 질문을 받은 기자는 "프로리그나 MSL, 스타리그를 우리만의 리그가 아니라 외국인들도 참가하고 팀에서도 용병을 도입시켜 프리미어리그나 메이저리그처럼 꾸리면 되지 않겠냐"는 뜻을 담은 대답을 했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경기가 시작됐고 B 코치는 벤치로 가야 한다며 자리를 떴습니다.
B 코치가 엉뚱한 질문을 통해 화제를 돌린 이유는 한 명의 유망주를 지명해서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랍니다. 심성이 약하다고 소문난 B 코치는 한 명을 지명할 경우 다른 선수가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봐 선뜻 말하기를 주저했다고 합니다.
B 코치는 전화 통화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프로리그가 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선수들이 출전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프로리그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는 개인리그에 올려서라도 기도 살리고 기회도 살리겠습니다”라고요.
선수 기용의 최종 권한은 감독에게 있지만 추천권은 코치에게도 있죠. 선수를 살려보겠다는 B 코치의 긍정적인 고뇌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지켜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