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2일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시즌 1라운드 박세정과 경기가 손석희의 공식전 첫 데뷔전이라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워낙 이름을 많이 들어본데다 경기로 큰 이슈를 만들어 냈던 선수였기 때문에 당연히 데뷔전을 치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석희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신예가 2연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이 패하는 바람에 공식적인 승자 인터뷰는 한번도 한적이 없다. 같은 팀에 송병구와 허영무라는 걸출한 프로토스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출전 기회 한번 잡기도 힘든 상황에서 어렵게 잡은 출전기회를 살려 승리를 거뒀지만 인터뷰 한번 해보지 못하는 불운한 프로게이머 손석희를 만나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음껏 들어봤다.
◆염보성과의 추억
손석희는 이름도 이름이지만 WCG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염보성을 꺾어낸 뒤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당시 WCG에서 아마추어가 프로게이머를 꺾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손석희가 그것도 기세 좋은 염보성을 꺾어낸 것은 e스포츠 사건 중 사건이었다.
손석희에게 그날 소감에 대해 물어보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 영광이었다거나 아마추어 신분으로 염보성을 꺾은 것이 자랑스러웠다는 대답을 기대한다면 아마 무척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날이요? 이겨서 좋은 것이 아니라 방송에 나가서 정말 좋았어요(웃음). 방송에 제가 나오는 것도 신기했고 카메라가 저를 잡고 있는 것도 신기했어요. 사람들이 TV로 내 모습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니 막 흥분되는 거 있죠.”
아마추어가 프로를 꺾어내고 그저 방송 출연이 기뻤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다른 선수들과 차원이 다른 정신 세계를 가진 것이 분명했다. 방송에 나간다는 것 만으로 긴장이 안되고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손석희는 “나는 방송 체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손석희의 말처럼 방송에 강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예선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경기인 WCG 선발전이나 이벤트전, 비시즌 프리매치 경기에서 손석희는 대부분 승리를 거뒀다. 방송 경기에서 너무 긴장해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가 부지기수인 것에 비했을 때 손석희는 준비된 프로게이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우라를 뿜어내는 강민
손석희의 프로게이머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선수는 현재 해설 위원직을 맡고 있는 강민이다. 손석희는 운영형 선수라기 보다는 어떻게든 이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른 프로토스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전략과 운영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에 시간을 할애하는 스타일이다. '몽상가'로 이름을 날렸던 강민처럼 많은 전략을 시도하고 시험해 보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처음에는 팀 선배인 송병구와 허영무의 안정적인 운영 플레이를 따라 해 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너무 어렵고 손에 익지 않아 따라 하지도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난 뒤 자신만의 스타일을 익혀야겠다고 판단해 빌드나 전략에 대해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고.
“강민 선배와 같은 플레이를 해보고 싶어요. 누구나 꿈꾸지만 현실로 만들어내기 힘든 전략을 현실화 시켜보는 것이 꿈입니다. 제2의 강민이라고 불렸으면 좋겠어요.”
손석희는 예전에 강민 해설 위원을 실제로 본 뒤 눈을 뗄 수 없었다고 한다. 손석희는 대통령 같은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강민 해설을 보며 ‘나도 꼭 강민 해설처럼 돼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강하기만 한 선수가 아닌,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도 함께 키웠다.
“강민 해설처럼 되고 싶어요. 지금은 비록 해설이지만 선수 시절 보여줬던 경기는 정말 프로토스 대통령이라 불릴 만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남들이 경기를 볼 때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선수가 되고 싶은 꿈이 있는데 롤모델이 딱 강민 해설위원이죠.”
◆연예인? 얼굴이 안돼요!
프로게이머가 된 이유를 물어보니 “유명해 지고 싶어서”라는 짤막한 대답이 돌아왔다. 유명해 지면 무엇이 좋을까? 손석희는 그저 길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참 독특한 선수다.
“유명해 지고 싶거나 길거리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 다들 연예인을 하라고 하겠죠. 하지만 보시다시피 저는 얼굴이 안되잖아요. 얼굴이 되면 정말 연예인을 했을 겁니다(웃음). 그게 아니다 보니 프로게이머의 길을 택했죠. 장기가 게임이고 e스포츠 분야에서 도드라진 성적을 낸다면 연예인급으로 관심을 받을 수 있잖아요.”
처음에는 장난인줄 알았지만 꽤 진지한 손석희의 말투에서 괜히 미안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손석희가 프로게이머가 된 이유는 정말로 “유명해지고 싶어서”라는 것을 진심으로 느끼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승상금 기부하겠다
연습을 마치고 난 손석희는 항상 어떻게 하면 유명해 질 수 있을지 고민한다. 경기만 잘한다고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그는 외적으로도 무언가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손석희의 설명이다.
“저만의 방법으로 유명해지고 싶어요.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한다면 우승 상금 반액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에 내거나 기부할 생각이에요. 그러면 주목도 많이 받고 금방 유명해 지지 않을까요?”
전액을 기부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손석희는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자신이 노력한 대가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손석희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독특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정신 세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우승상금을 기부한 선수는 없었죠? 앞으로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최초의 기부 우승자가 될 테니까요. 이 정도면 저 충분히 유명해 질 수 있겠죠?”
◆손석희 아나운서보다 더 유명해 질래요
손석희의 가장 큰 라이벌은? 바로 아나운서 손석희 씨다. 그를 뛰어넘는 인지도와 인기, 유명세를 타는 것이 손석희의 가장 큰 소망이자 꿈이다.
“많은 프로게이머들은 우승이나 프로게이머로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 꿈이죠. 저 또한 마찬가지지만 꿈 하나를 더 가지자면 아나운서 손석희 씨보다 포털 검색에서 먼저 나오는 것이에요. 그만큼 유명해 진다면 자연히 명예와 부, 인기는 따라오지 않을까요?”
다듬을 것이 많아 주전으로 뛸 수는 없지만 더 열심히 노력해서 꼭 손석희를 뛰어넘겠다는 손석희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보자.
글,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손석희 프로필
이름 : 손석희
생년월일 : 1990년 5월27일
키 : 170cm
뭄무게 : 62kg
취미 : 만화책, 영화보기
친한 선수 : (허)영무, (임)태규, (최)윤선, 최근 (차)명환이 달라 붙어 귀찮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