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열은 e스포츠 10년사에 있어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정상을 지킨 선수다. 1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생 시절에 데뷔해 2002년부터 각종 대회를 싹쓸이하기 시작한 이윤열은 스타리그 최초의 3회 우승을 달성하면서 골든 마우스를 손에 넣었고 MSL 최다 결승 진출 기록에서 마재윤과 타이를 이뤘다. 역대 최다 스타크래프트 개인리그 우승 횟수를 기록한 이윤열은 준우승도 4회나 차지하면서 정상권을 유지했다. 누구보다 길었던 이윤열의 전성기를 되돌아보자.
◆KTF에게 영광을
얼굴에 여드름이 발갛게 오르던 '구미에서 올라온 학생' 이윤열은 학생 딱지를 떼고 성인이 된다.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를 시작하던 꽃다운 스무살. 이윤열은 인생에 있어 첫 선택을 하게 된다. 소속팀인 IS가 해체되면서 다른 팀으로 임대되거나 송호창 감독과 함께 새로운 팀을 꾸려 고생을 해야 하는 두 갈래의 길에 놓였다.
이윤열은 송 감독과 같이 지내려 했지만 어쩔 수없이 임대된다. 팀의 간판 선수였던 홍진호와 함께 KTF 매직엔스로 1년 동안 임대된 것. 이 때 받은 비용으로 송 감독은 SG 패밀리라는 새로운 팀을 꾸렸고 이윤열과 홍진호는 KTF의 유니폼을 입고 활동하게 된다.
이윤열은 KTF의 유니폼을 입고 스타크래프트 부문에 있어 의미 있는 기록을 상당 수 세웠다. 1999년 n016 프로게임단으로 시작한 KTF는 이전까지 스타크래프트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적이 거의 없었다. 피파 부문에서 이지훈 현 KT 롤스터 감독이 10여 개의 우승컵을 따온 것이 게임단 입상 기록의 대부분이었다.
이윤열을 임대하면서 KTF는 본격적으로 성적을 내기 시작한다. 2003년 오자마자 치러진 MBC게임의 KPGA 투어에서 우승한 이윤열은 그해 파나소닉 스타리그 우승, 겜티비 스타리그 우승, 스타우트 MSL 준우승 등을 차지했다.
또 2004년 KT와 KTF가 개최한 KT-KTF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KTF 매직엔스의 번영에 밑거름을 쏟아부었다.
◆송호창의 품으로
1년 동안의 임대 기간 동안 이윤열은 꾸준한 성적을 내면서 KTF에 기여했다. 임대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이윤열은 홍진호와 함께 송호창 감독이 꾸리던 투나 SG로 돌아간다.
당시 피망 프로리그 결승전에 올라가 있던 투나 SG는 이윤열과 홍진호의 복귀로 인해 엄청난 전력 상승 효과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팀워크가 저해되면서 결승전에서 조규남 감독이 이끄는 GO에게 무너지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홍진호는 다시 KTF로 돌아갔지만 이윤열은 송호창 감독에게 남겠다는 뜻을 전했다. 투나 SG가 피망 프로리그를 통해 좋은 성적을 내고 프로게임단을 창단하겠다는 몇몇 기업으로부터의 제안이 들어오면서 스타 플레이어가 필요했던 송 감독은 이윤열에게 창단시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휴대폰 제조사인 팬택앤큐리텔이 송 감독이 지도하던 팀을 인수하면서 기업 프로게임단으로 창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이윤열은 팀 내 최고 연봉을 받으며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았다.
◆팬택에서 최고 전성기 맞아
이윤열은 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의 대표 선수로 제 몫을 다했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이 함께했지만 최고 연봉자였고 그에 합당한 임무를 수행했다. 에이스가 해야할 일은 다른 팀 에이스에 뒤지지 않는 것.
이윤열은 스카이 프로리그 2004 2라운드에서 팀을 결승전에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팀플레이와 개인전을 오가면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10월30일 대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승리를 보태면서 팬택앤큐리텔이 창단하자마자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곧 이어 이윤열은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주관하는 개인리그 결승전에 동반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다. 소속팀도 팀리그 결승전에 진출하고 프로리그 그랜드 파이널에 오르면서 이윤열은 네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도전했다.
욕심이 과했을까. 이윤열은 당신은골프왕 MSL 결승전에서 박태민(당시 GO)에게 2대4로 패했고 1개월 뒤에 열린 팀리그 결승전에서 1대4로 팀이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프로리그 그랜드 파이널 결승전에서도 한빛 스타즈에게 무너지면서 이윤열은 IOPS 스타리그 우승컵만 품에 안았다. 그래도 4개 대회 결승전에 모두 오르면서 이윤열은 그 누구도 맛보지 못한 최고의 해를 경험했다.
◆부친상
좋은 일이 있으면 좋지 않은 일이 꼭 따르는 법. 2005년 초 팀과 개인 모두 결승전에 진출하는 등 시원하게 문을 열어제친 이윤열은 그 해 7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생애 가장 큰 충격을 받는다. 어렸을 때 정구 선수를 해보라고 추천했고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했을 때 꿈을 펼쳐보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던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이윤열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2005년 10월에 열린 구룡쟁패 듀얼토너먼트에서 2패를 당하며 탈락, 스타리그 본선에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MSL에서도 탈락한 이윤열은 이후 1년 동안 예선과 서바이버 토너먼트를 전전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아버지를 잃고 난 이윤열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술을 자주 마셨다는 소문이 돌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골든 마우스
1년 뒤 이윤열을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리그에 복귀한다. 2005년 5월 이후 스타리그와 MSL에서 동반 탈락하며 오프라인 예선을 전전했던 이윤열은 귀신 같이 2006년 8월 양대 리그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모두 떨쳐 내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며 복귀했다.
돌아온 이윤열은 진정 강했다. MSL에서는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스타리그에서 승승장구했다. 시즌제로 진행된 신한은행 스타리그 2006 시즌2에서 24강을 3전 전승으로 통과한 이윤열은 16강에서 삼성전자 박성훈에게 2대1로 승리했고 8강에서 박성준을 2대0으로, 4강에서 이병민을 3대0으로 완파하면서 결승전에 진출했다.
제주도에서 열린 당시 결승전에서 이윤열은 오영종을 3대2로 제압하고 세 번째 스타리그 우승을 기록했다. 스타리그 결승전 역사상 프로토스를 꺾고 우승한 첫 테란이 된 이윤열은 온게임넷이 제작한 황금으로 된 마우스의 첫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윤열은 당시 인터뷰에서 "이 상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바친다"고 말해 좌중을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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