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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주년 기획] '120분 토론' e스포츠의 미래 PART1. 10년을 되돌아보다

데일리e스포츠는 창간 1주년을 맞아 선수와 감독을 비롯한 경기인과 프런트, 방송사 및 협회 관계자를 한 자리에 모아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e스포츠를 대표하는 아이콘인 SK텔레콤 임요환 선수와 오랜 기간 게임단 감독직을 수행해온 STX 소울 김은동 감독, 명문 게임단 KT 롤스터의 프런트로 활동 중인 고훈석 과장, MBC게임에서 프로리그를 비롯해 굵직한 대회를 맡아왔던 송지웅 PD,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국장,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팀장이 좌담회에 참석해 e스포츠계가 걸어온 10년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e스포츠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뛰고 있는 이들이 말하는 e스포츠 업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뜻깊을 것입니다. 1편은 e스포츠의 지나온 10년을 돌아보고 성장 추세에 대해 토론 주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완점은 무엇인지 각자의 견해를 밝히는 시간입니다.<편집자주>



◆e스포츠 10년을 되돌아보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17일자로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가장 오래된 e스포츠 대회인 온게임넷의 스타리그도 10년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아무 것도 없는 무(無)에서 각종 개인리그가 인기를 얻고 대기업 팀들이 참가하는 프로리그가 자리잡기까지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좌담회 참가자들에게 e스포츠의 지난 10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남윤성=오랜 기간 게임단의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김은동=10년 동안 변화도 많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한 부분이 선수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로 인해 모든 것이 이뤄졌다. 감독의 입장에서 선수들과 밀접하게 움직이다 보니 세계화나 정식 체육종목 채택 등의 이슈 보다 선수들이나 경기에 직접 임하는 사람들, 통칭해서 경기인들이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들을 정책에 잘 반영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10년 동안 변화도 많았고 잘 된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선수나 관계자 모두 10년 동안 만들어가려고 했던 대로 시장이 움직였던 것은 아니다. 서로 바라는 바는 달랐지만 조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e스포츠는 많은 변화와 유기적인 움직임들로 인해 만들어진 분야라고 생각한다. 계획적으로 움직여서 된 것보다 상황에 맞춰서 시청자나 팬들의 구미에 맞게 움직인 부분이 많다. e스포츠는 그렇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획적으로 되는 것보다는 팬들이 원하는 것에 맞춰 움직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남윤성=선수 입장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임요환이 생각하는 e스포츠의 지난 10년은 어떤가.


▶임요환=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서 이 정도 규모의 시장으로 커온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팀도 없이 선수들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상금 따먹기 식으로 움직였다. 프로 의식이나 팀워크 등의 단어는 상상도 못할 시절이었다. 단순히 게임이 좋아서 열심히 하다가 상금이 나오는 대회가 있어서 출전하는 식이었다. 그 뒤로 연습 상대나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해서 팀 체제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대회 입상 상금 외에는 수익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팀 매니저들도 다른 수익 모델이 없었고 그 상태로 한 동안 이어졌다.

그러다가 프로리그가 생기면서 기업 후원을 받는 팀이 창단됐다. 잘하는 선수, 대회에 입상하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연봉을 받게 됐다. 팀 체제가 정착돼 한 동안 따뜻한 시기가 있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지금은 팬들이 떠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따뜻했던 시절에 대기업도 많이 끌어들이고 기존 팬들도 끌어 안고, 더 많은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아쉽다. 현재 프로리그만 봐도 선수들의 입장이 어중간하다. 스포츠를 어설프게 따라한 기분이다. 스포츠 반, 연예사업 반 정도의 포지셔닝이다.

팬들이 떠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e스포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의 시장이 세계적으로 넓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높고 대회가 있어도 해외에서는 스타크래프트에 큰 관심이 없다. WCG에서 두 차례 우승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느꼈다. 금메달을 따고 돌아와도 금의환향한 기분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국내 언론에서도 관심이 없더라.

농구장이나 다른 스포츠 경기장에 가면 스케일이 다르다. 팬 서비스도 다르고, 치어리더부터 선물에, 이벤트에, 팬들이 현장에 와서 잠시도 한눈을 팔 틈이 없다. 심지어 경기장 안에서 자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e스포츠 경기장은 음식도 팔지 않고 경기 보는 것 외에는 다른 할 거리가 없다. 경기가 재미있으면 집중하지만 경기가 지루하거나 재미 없으면 팬들의 집중도가 떨어진다. 워낙 정적인 e스포츠가 관객의 시선을 계속 사로 잡으려면 팬 서비스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리플레이의 문제도 크다. 올드 게이머들이 은퇴하게 된 계기도 리플레이의 영향이라 생각한다. 강민을 비롯한 올드 게이머들이 특징적인 플레이를 펼치더라도 리플레이 시대에서는 하루 이틀이면 복사가 가능하다. 올드가 무너지면서 팬도 더 떠나고. 팬이 떠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

전에 청와대에 들어가서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 e스포츠가 성장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많이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고 알아서 클 테니 지켜보자는 이야기만 하시고 특별한 관심은 두지 않더라.

정부에서 많이 키워줬으면 좋겠다. 밖에서 들어온 야구나 농구, 축구 등 스포츠에 대한 지원만 하지 말고 자생적으로 커 온 e스포츠를 적극적으로 키워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만 이 분야를 키우려고 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했던 인물이 해외에 진출해서 e스포츠를 키워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국제적으로 하지 않으면 답이 없는 것 같다.

▶남윤성=양궁이나 태권도 등 한국이 강점을 지닌 종목의 지도자를 해외로 파견하는 것처럼 e스포츠도 국제화를 이뤄 선수들에게 다양한 진로를 마련하자는 임요환 선수의 의견 잘 들었다. 그렇다면 게임단 실무를 진행하는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e스포츠의 지난 10년을 어떻게 보고 있나.


▶고훈석=e스포츠 업계에서 3년 넘게 일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시장의 운영 방식이나 규모에 대해 이해한 것 같다. 우리 팀의 입장에서 설명하자면 KT는 팬 중심의 팀 운영을 가장 우선시 해왔다. 다른 팀보다 팬을 위한 행사를 열심히 해왔고 이벤트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그런 이벤트 준비가 오히려 선수들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경기장 선수 대기실이 너무 좁아서 쇼군이 옷을 입고 준비하는 일조차도 선수들이 대기실에서 손을 푸는 데 걸림돌이 됐다.

이번 시즌부터는 이벤트를 일절 하지 않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성적이 잘 나오고 있다. 경기장 여건으로 인해 팬들에게 더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하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 전용 경기장을 규모있게 만들어 유료 관중을 받고, 그 수익으로 팬 서비스도 하게 된다면 스포츠 마케팅으로 자리잡을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어려운 일이다.

KT 롤스터 게임단도 곧 창단 10주년을 맞는다. 12월30일이 10주년인데 공교롭게도 SK텔레콤과 경기가 있다. 팬들을 위한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남윤성=e스포츠는 관중 수익조차 없어 기업에 보여줄 것이 부족한 것은 맞다.

▶고훈석=대부분의 팀들이 연간 10억원에서 15억원 정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벌고 있는 곳은 없다. KT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e스포츠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다만 요즘은 회사에서 홍보 효과만 가지고 팀을 운영하는 것을 더 이상은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다. 조금이라도 수익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만들어 가야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질 것 같다. 유료 관중 시도도 해야 하고 스포츠 토토 등을 통해서도 수익을 내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표준 계약서를 통해 선수들의 상금을 회사에 가져오는 것이 자리잡았는데 그 부분은 회사에서 좋게 보고 있다. 상금이 1억원만 나와도 연간 소요되는 예산의 10분의 1 정도는 들어온다. 물론 상금이 들어온다고 해도 회사가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을 위해 재투자하는 데 쓰고 있다.

▶남윤성=방송국 입장은 어떤가. e스포츠 대회를 만들고 중계하는 방송국의 관점에서 보는 지난 10년이 궁금하다.


▶송지웅=게임 방송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e스포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게임 방송국이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씀 드리지 않아도 알 것이다.

현재의 문제점을 이야기하자면 협회 중심의 경기장 건설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스포츠 정식 종목화를 비롯해 여러 부분이 해결될 것이다. 현재 공식적인 경기장이 없다. 방송을 위해 양대 방송사가 스튜디오를 만들어 쓰고 있는데 방송 위주의 시스템이다 보니 한계가 있다. 전용 경기장이 생긴다면 선수 중심의 시스템이 돼야 한다. 홍보나 여러 부분을 생각해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협회 차원의 경기장을 만들고 양대 방송사가 중계차를 가져가서 경기를 나눠 중계하는, 다른 프로 스포츠에서 일반화된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왜 스타크래프트를 한국인이 좋아하나. 한국에 1998년에 스타크래프트가 들어왔다. IMF가 터지면서 PC방이 확산됐고 그때 스타크래프트가 히트를 쳤다. 한국 국민성에 맞게 빠르고 박진감 있기도 하다. 승부욕 있는 한국인들이 열광했다. PC방 IT 기반이 구축되는 시절 어떤 게임이 흥행했느냐가 중요하다. 중국은 그 기간 동안 워크래프트3나 카운터스트라이크가 인기를 끌었다. 대만도 PC방 이용자의 90% 이상이 워크래프트3나 카운터스트라이크를 하더라. 대만에서는 스페셜포스로 프로리그를 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몇년만 늦게 PC방이 생겼더라도 임요환 선수가 없거나, 임요환 선수가 다른 게임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철학=지난 10년은 e스포츠가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을 만들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팬들의 관심과 여러 인프라, 미디어 등 많은 자원들을 만들어오는 과정이었다. 지난 10년은 그런 측면에서 대단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초기에는 e스포츠가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만 하는 마니아층의, 소수를 위한 문화였지만 어느 정도 기반을 다졌고 이제는 기반을 더욱 넓혀야 할 시점이다. 아쉬운 부분들이 저마다 있지만 e스포츠가 산업으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전환점을 잘 넘는다면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본다. 지난 10년은 기반을 만들기 위한 밑거름. 앞으로의 10년은 경기장을 비롯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하고 산업으로 성장하는 e스포츠가 되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리=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esports.com

*2편으로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19493|[창간 1주년 기획] '120분 토론' e스포츠의 미래 PART2. 스타크래프트2와 종목 다변화]]
[[19495|[창간 1주년 기획] '120분 토론' e스포츠의 미래 PART3. 수익구조 마련과 인식 제고]]
[[19496|[창간 1주년 기획] '120분 토론' e스포츠의 미래 PART4. e스포츠 세계화와 정식 종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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