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복수용달 쌍둥이편 밀착 취재와 더블 인터뷰에 보내주신 관심과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방송도 재미있었고 박찬수의 벌칙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팬들은 물론 취재하는 저 또한 흥미있게 지켜봤던 복수용달이었습니다.
그런 박성준이 과연 누구에게 복수를 신청했을까요? 바로 SK텔레콤 플레잉 코치 '괴물' 최연성입니다. 사실 박성준의 프로게이머 인생에서 최고의 라이벌로 꼽히는 선수는 단연 최연성일 것입니다. 데뷔 초기 최연성만 만나면 무너졌던 박성준은 iTV 랭킹전과 질레트 스타리그 4강전에서 최연성을 꺾으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러던 박성준은 2년 뒤 최연성에게 발목을 잡히며 본좌 대열에 끼지 못했던 어떻게 보면 불운의 사나이이기도 합니다.
지난 복수용달과 달리 이번에는 선수들이 각 팀의 차량으로 이동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복수를 신청한 박성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STX 차량을 타고 일산에 위치한 복수용달 촬영 현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차 안에서 박성준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복수용달 1회에 출연했던 박지호가 “임요환 선수에게 빼앗긴 것이 너무 많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박성준 역시 최연성에게 빼앗긴 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박성준의 가슴에 한으로 남은 경기는 신한은행 스타리그 최연성과 대결이었습니다. 그 당시 박성준은 0대3으로 최연성에게 패하며 그 해 열린 e스포츠 대상 타이틀을 최연성에게 내주고 말았습니다. 최다승, 최고 승률, 올해의 선수상 등 만약 박성준이 이겼다면 탈 수 있었을 3개의 상을 최연성에게 모두 빼앗겼고 박성준은 그 때문에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됐죠.
박성준은 차 안에서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결승전 직전으로 돌리고 싶을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라고 최연성과 결승을 회상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테란전으로 유명해졌던 박성준을 테란전 ‘막장(못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최연성에게 복수의 칼날을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복수를 신청하긴 했지만 박성준도 불안한 듯 안절부절했습니다. 최연성은 져도 잃을 것이 없었지만 박성준은 진다면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선수와 플레잉 코치간의 대결에서 선수의 승리는 당연한 일입니다. 만에 하나 선수가 패하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하다는 것을 박성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김은동 감독이 “지면 알아서 걸어 와라”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할 때 박성준은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많은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박성준은 계속 긴장한 표정으로 복수용달 촬영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도착을 해보니 최연성은 이미 도착해 메이크업까지 끝마친 상황이었습니다. 박성준은 최연성을 보자마자 달려가 무척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한때는 라이벌이었지만 SK텔레콤에서 동료로 활동하기도 했고 지금은 서로를 격려하는 형, 동생으로서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박성준을 보자마자 최연성은 “제발 한 경기만 져달라”고 말하며 애교를 떨었습니다. 아무래도 선수 신분인 박성준을 이기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최연성은 계속 “2대0으로 지는 것만은 안 된다”며 박성준을 협박(?)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선수의 신경전. 아무리 예전의 박성준과 최연성이 아니라고 해도 역시 프로는 프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선수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심리전을 펼쳤습니다. 벙커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박성준의 머리 속에는 ‘(최)연성이 형이 벙커링 전략을 쓸까’라는 생각이 최연성 머리 속에는 ‘성준이가 벙커링 대비를 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맵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도 신경전이 대단했는데요. 박성준이 '라이드 오브 발키리'를 선택한 반면 최연성은 '노스텔지어'를 선택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서로에게 진 전장을 선택해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는데요.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 예전 질레트 스타리그 4강전 경기가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최연성의 승리를 점치던 4강전. 박성준은 앞마당에 가스가 없는, 지금으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개념을 갖고 있던 '노스텔지어'에서 최연성에게 울트라 '관광'을 선보이며 승리를 거뒀습니다. 박성준과 최연성 하면 떠오르는 경기는 바로 '노스텔지어'에서 펼쳐졌던 질레트 스타리그 4강 마지막 세트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네요.
그 때의 경기를 떠올리며 두 선수의 '노스텔지어' 경기를 빨리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가스가 없는 앞마당은 상상도 할 수 없고 더군다나 그런 맵에서 테란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만 그때 박성준은 '노스텔지어'에서 테란들을 '때려 잡고' 승승장구했던 저그였기 때문에 저그 팬인 저로서는 한 시라도 일찍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아무튼 맵 하나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던 두 선수는 촬영을 기다리는 동안 SK텔레콤 차량 안에서 못다한 이야기나 나누자고 합의를 봤습니다. SK텔레콤 차량에 탑승한 들어간 박성준은 “오랜만에 타보는 SK텔레콤 차량이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습니다. SK텔레콤에서 STX로 이적한 뒤 설마 자신이 SK텔레콤 차량을 다시 탈 일이 있을까 생각했을 박성준이기 때문에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차 안에서 두 선수의 수다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아 짧게나마 더블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마저도 두 선수의 비 방송용 이야기가 반 이상이라 과연 인터뷰 분량이 나올 수 있을지 한숨부터 나오더군요.
드디어 복수용달 촬영에 돌입! 경기에 임하기 전 서로에게 도발하는 영상을 보던 두 선수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복수용달 촬영 현장에 오는 도중 STX 차량 안에서 박성준은 “강하게 도발을 해달라는 주문에 정말 강하게 이야기 했는데 (최)연성이형은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저 또한 얼마나 강한 이야기일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는데요.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요즘 선수들에게 느낄 수 없는, 서로 친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들을 여실 없이 털어놓은 박성준과 최연성. 이번 도발 영상은 기대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살살 하라며 계속 박성준에게 협박을 가하던 최연성. 과연 최연성과 박성준의 대결은 19일 오후 9시 온게임넷 복수용달 방송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복수용달은 벌칙으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이번에 두 선수가 제안한 벌칙은 조금 특이합니다. 최연성 같은 경우에는 박성준의 건강을 우려하는 마음에 벌칙을 정했고 박성준은 최연성을 최대한 골탕 먹이기 위해 벌칙을 정했습니다. 무슨 벌칙인지 궁금하시다고요? 무척 재미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네요.
드디어 촬영을 끝마친 최연성과 박성준. 원래부터 친분이 있던 두 사람이었기 때문인지 마지막은 화기애애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인 두 사람은 경기 결과에 확연한 표정을 드러냈는데요. 한 사람은 풀이 죽은 모습으로, 한 사람은 기쁜 모습으로 각자의 차량에 탑승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게임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는 두 사람. e스포츠의 전설로 남을 두 사람을 오랫동안 e스포츠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기사 수정했습니다. 날카로운 지적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