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열이 신한은행 프로리그 4라운드 2주차 주간 MVP로 선정돼 상을 받고 있다.
며칠 전 프로야구를 보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고 있는 양준혁이 홈런을 치는 장면에 큰 인상을 받았다. 두산 팬인 기자로서는 두산 투수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겨버린 그의 장타에 기분이 상할 수도 있었지만 반대였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양준혁은 이종범과 함께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은 그의 별명은 '양신'. 기아 타이거즈에서 뛰고 있는 '종범신'과 함께 선수로서는 '양대신'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양준혁이 신이라 불리는 이유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기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 삼성 소속으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네 번의 수위 타자를 기록하면서도 2010시즌까지 활약하며 무려 18년 동안이나 현역으로 뛰고 있다. 이종범이 해외 진출을 도모하면서 국내에서 뛰지 않은 기간이 있었다면 양준혁은 한국 야구를 지켜온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적 기록에서도 양준혁은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다. 타수나 안타, 홈런, 타점 등 타격과 관련한 전 부분에 있어 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다. 야구계에서는 "양준혁이 하는 모든 행동이 신기록"이라는 말로 그의 위대함을 추앙하고 있다.
10년째를 맞는 e스포츠계에도 양준혁과 같은 '스테디셀러'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임요환과 홍진호, 박정석 등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기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스테디셀러는 이윤열이다. 임요환보다 데뷔 시기는 2년 가량 늦지만 이윤열은 2009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개인리그와 프로리그를 오가면서 맹활약했다.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 기록실에 등재된 이윤열의 성적은 다른 선수들이 따라잡기 어려운 부문이 많다. 공식전 최다전에서 647전으로 2위인 홍진호과의 격차를 150전 이상으로 벌렸고 공식전 최다승에서도 386승으로 2위 홍진호를 100승 차이로 벌리면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각 종족 상대 승수에서도 모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개인리그에서 6번이나 우승하면서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자랑하고 있다.
이윤열은 가장 먼저 프로리그 통산 100승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렇지만 2008년 말부터 프로리그에 나서지 못하면서 승수 쌓기에 실패했고 10명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이 대목에서 가장 마음 아파할 사람은 이윤열임에 틀림 없겠지만 후진을 양성해야 하는 소속 팀의 사정과 개인의 기량 저하가 중첩되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2009년 말에는 은퇴를 시사하는 내용의 글을 미니홈피에 올리기도 하면서 이윤열의 시대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윤열은 최근 프로리그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3라운드에서 선봉으로 출전해 승리했고 4라운드 STX 소울과의 에이스 결정전에도 출전하기도 했다. 경기력도 훌륭해서 지난 주에는 주간 MVP에 선정되는 듯 서서히 기량이 살아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윤열을 지도하고 있는 김양중 감독에 따르면 경기에 임하는 이윤열의 자세가 달라졌다고 한다. 프로게이머이기 때문에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하고 있지만 최근 훈련 자세를 보면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 자체를 즐기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것이 김 감독의 평가다.
이영호나 이제동과 같은 톱 플레이어에게 기량을 견주기 어렵겠지만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이윤열의 활약상은 불법 베팅 등으로 얼룩진 e스포츠계에 한 줄기 햇살이 되고 있다.
공군 에이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과 병역을 마치고 소속팀으로 복귀한 SK텔레콤 임요환 이외에는 '올드'라 불릴 수 있는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윤열이 양준혁과 같은 역할을 해내면서 e스포츠계의 위상을 재정립하길 기원한다.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