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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홍진호 "e스포츠계의 큰 사랑 받고 갑니다"

10년 동안 e스포츠계의 스타 플레이어로 군림했지만 2인자라는 호칭을 떼지 못했던 KT 롤스터 홍진호가 공식 은퇴식과 고별전까지 가지면서 업계를 떠났다. 임요환, 이윤열, 박정석과 함께 e스포츠 초창기 '4대천왕'이라 불리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홍진호는 '2인자도 1위보다 더 빛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고별전에서 패한 뒤에도 동료들과 철저하게 분석하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며 아직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갖게 했던 홍진호는 "후배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기 위해 떠난다"고 했다.

Q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A 공군 에이스를 제대하고 은퇴와 복귀의 기로에 섰다. 공군에서 열심히 연습하면서 의미 있는 승수를 얻었다고 주위 사람들은 평가해줬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프로게이머로 부활할 수 있는가를 타진하는 자리가 공군이었지만 가뭄에 콩 난 듯 이겼다. 게이머로 복귀해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팀에 복귀하면서 기존에 자리를 잡고 있던 후배들의 기량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내가 설 자리가 없었는 생각이 들면서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 그리고 실력이나 열정 면에서 20대의 홍진호와 30대의 홍진호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에 갖고 있던 열정과 지금의 열정이 확연히 거리가 있더라.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희망 고문만 드리는 상황이 미안하고 죄송했다.

Q 은퇴 경기까지 치르고 난 소감은.
A 시원섭섭하다. 은퇴전까지 치르고 나니까 승부욕이 생기더라. 전상욱 선수와의 경기에 졌고 팀까지 져서 아쉬움이 더했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게 되어 시원섭섭하다. 모든 것을 털어냈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승부욕은 어쩔 수 없나보다.

Q 10년이나 선수 생활을 했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A 은퇴를 발표하고 나서 속으로는 심난했다. 발표한 지 10일 가량 시간이 흐르면서 심난함이 어느 정도는 수그러들었다. 그렇지만 현장에 와서 은퇴식을 치르고 나를 보기 위해 모인 팬들을 보니 뭉클했다. 그리고 화면에 과거의 영상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울 뻔했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식을 찾아 줘서 고맙다. 내가 혼자 글을 남겼을 때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추억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임요환, 이윤열, 박상익 등 올드 게이머들이 많이 오면서 그들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Q 10년 동안 기억에 남는 이슈가 있나.
A 다 좋지 않은 기억밖에 없다(웃음). 광안리 결승전에서 패했던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05년 전기리그 정규 시즌 전승으로 올라갔는데 SK텔레콤에게 결승전에서 패했을 때 정말 아쉬웠다. 전승으로 결승에 올라가서 준우승에 머물렀을 때 정말 허무했다. 동료들과 회식할 때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WCG 예선에서 서지수 선수에게 패했을 때도 기억이 난다. 남성 프로게이머가 여성 선수에게 큰 경기에서 패한 첫 사례여서 이슈가 됐다.

세 번째는 임요환 선수에게 3연속 벙커링에 의해 패했을 때다. 경기를 패하고 나서 그렇게 충격받은 적은 처음이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떠오른다.

Q 1위만 생각하는 세상에서 2위로 가장 유명한 인물로 떠올랐다.
A 자부심을 느낀다. 흔히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고 하는데 나는 "2등도 자주, 여러번 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준 것 같아 뿌듯하다. 2등도 정말 잘한 것이라 생각한다. 엄청나게 많은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차지한 2위 아닌가. 2등의 위대함을 알리고 싶다. 만족한다.

Q 은퇴식을 치른 날 검색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A 프로게이머로서의 생활을 접는 마지막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진정한 은퇴의 무대였기에 1등으로 마감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팬 여러분들이 나에게 많은 관심을 쏟아주셔서 그런 결과를 만들어주신 것 같다. 앞으로는 남들이 1위를 남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좋은 이슈로 1위를 만들고 싶다.

Q 앞으로 거취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A 확실히 정해 놓은 부분이 없다. '신애와 밤샐 기세' 등 지금까지 해왔던 방송들은 계속할 생각이다. 코치 전향 또는 스타2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계속하는 등 여러 부분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현재까지는 계획이 확정된 것은 없다. 앞으로 한두달 정도는 고민하면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Q 게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예 없나.
A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남아 있다면 1% 정도?(웃음) 임요환 선수가 오늘 꽃다발과 함께 스타2씨디를 가져와서 깜짝 놀랐다. 전향하라고 권유하러 온 것 같다(웃음). 무대 뒤에서 인사를 나눴는데 자기 팀 경기할 때 응원 오라고 하더라. 그리고 만약에 스타2를 하게 되면 자기 팀에 오라고 웃으며 말했다.

Q 은퇴 이야기를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A 내 의사를 존중해주시는 편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반대가 크셨지만 지금은 나의 선택에 대한 믿음을 갖고 계신다.

Q 끝으로 한 마디를 한다면.
A 10년간 프로게이머를 해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일을 겪었다. 10년간 얻을 수 있는 추억으로는 대단한 양이었다. 떠올리는데만 1년 넘게 걸릴 것 같다. 나의 20대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많은 것을 받았고 적게 드려 죄송하다. 팬들에게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나에게 과분한 사랑을 주시고 추억을 주신 만큼 팬을 잊지 않겠다. 어디에 가든,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자부심으로 살겠다. 후배들이 앞으로 e스포츠를 더욱 발전시켜주길 바란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내가 저 업계에 있었다'고 자랑스럽게 할 수 있을 만큼 판을 키워 줬으면 좋겠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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