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시즌 경험 극대화한 KT
떡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하면 먹을 떡을 구하는지, 체하지 않고 먹는지, 어떻게 해야 맛있게 먹는지, 떡과 함께 김칫국을 마시는 타이밍은 언제인지 알아야 한다.
KT 롤스터와 삼성전자 칸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면서 이 속담을 떠올린 것은 기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두 팀의 경기를 보면서 KT가 포스트 시즌에 정말 강하다는 생각은 당연히 뇌리를 스쳤을 것이고 삼성전자가 정규 시즌과 달리 무기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팀은 왜 엇갈린 행보를 보였을까. 우선 KT가 포스트 시즌에 대한 농축된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두드러졌다. 09-10 시즌 위너스리그 결승을 치를 때만해도 KT는 이영호의 원맨팀이었다. MBC게임 히어로와의 결승전에서도 본 것처럼 이영호가 마무리로 등장해 3킬을 기록하면서 KT는 팀 단위 리그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09-10 시즌 결승전에서 SK텔레콤을 이기고 단체전에서 첫 시즌 우승을 달성했을 때 KT가 한 경기만을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낮게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10-11 시즌 포스트 시즌에서 KT는 환골탈태했다. 정규 시즌을 3위로 마감한 KT는 6강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다. STX 소울과의 대결에서 3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한 KT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웅진과 또 다신 최종전까지 치렀다. 두 번의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오른팔 부상을 갖고 있던 이영호는 건재함을 과시했고 고강민, 김대엽은 경험을 쌓았다. 저그를 4명이나 기용하는 KT의 엔트리는 의외의 성과를 얻어내면서 다른 팀들을 고민에 빠뜨렸다. 플레이오프에서 CJ를 상대한 KT는 2대0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결승에 올랐고 SK텔레콤과의 결승전에서 고강민, 김대엽이 그동안 축적된 경험을 앞세워 승수를 올렸고 이영호가 에이스 결정전 포함 2승을 따내며 우승했다.
거의 한 달에 가까운 포스트 시즌을 치렀고 우승을 달성하면서 KT는 부쩍 성장했다. 이번 시즌 정규 리그 후반에 힘이 달렸을 뿐 KT는 1위 경쟁에 이름을 올렸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에 밀려 3위로 내려 앉은 KT는 또 다시 포스트 시즌의 가장 하단부부터 치러야 했다. CJ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차전을 패했지만 1, 3차전에서 4대1, 4대0으로 완승을 거둔 KT는 24일과 25일 치러진 삼성전자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자신만만했다.
2년에 걸친 KT의 포스트 시즌 경험은 삼성전자를 압도하기 충분했다. 2007년과 2008년 광안리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전자는 이후 포스트 시즌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08-09 시즌에는 6강 플레이오프에 멈췄고 09-10 시즌에는 올라가지도 못했다. 10-11 시즌에도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3년 동안 이기는 경험을 쌓지 못한 아쉬움은 이번 시즌에도 그대로 반영됐고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읽혔다.
KT가 삼성전자를 꺾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저그였다. 정규 시즌 내내 부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KT의 저그는 CJ와의 준플레이오프 이후 살아났다. 삼성전자전에서도 고강민이 1차전에서 승리하면서 에이스 결정전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을 만들었고 2차전에서는 김성대, 임정현, 고강민이 차례로 승리하며면서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지 않고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삼성전자의 저그도 두 경기 모두 1승1패를 기록했지만 KT 저그의 돌풍을 막지는 못했다. 포스트 시즌을 2년 동안 치르면서 성장한 저그 선수들, 특히 10-11 시즌 네 단계의 포스트 시즌 경기를 통해 우승까지 차지한 경험은 KT의 저그들이 큰 무대에서 한층 편안하게 경기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됐다.
◇(왼쪽부터)김성대, 임정현, 고강민
두 번째 요소는 이영호에 대한 과도한 견제가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았다. 정규 시즌에서 KT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 덕에 삼성전자는 맵 선택권을 얻었다. 1, 3차전의 1세트 선택권을 손에 넣은 삼성전자는 이영호를 겨냥해 '네오아웃라이어'라는 맵을 뽑았다. 1차전 1경기를 치를 때만해도 삼성전자의 선택은 통할 것 같았다. 주성욱을 상대한 송병구가 완벽한 경기력을 과시하면서 승리했기 때문. 에이스 결정전인 7세트에도 이 맵이 쓰이기에 삼성전자는 충분히 1차전을 가져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KT의 승리였다. 이영호가 아닌 김대엽 카드를 내세운 KT는 송병구의 패턴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 경기를 전개했고 김대엽이 대승을 거두면서 1차전을 가져갔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삼성전자는 변수를 줄이지 못했고 KT는 송병구만을 노리면서 집중력을 살렸다.
KT는 CJ와의 경기에서 '네오아웃라이어'에 고강민을 붙박이로 출전시켰다. 게다가 세 경기 모두 승리했다. 신동원, 김정우, 신상문을 잡아냈기에 삼성전자로서는 저그전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정규 시즌 KT가 이 맵에 가장 많이 출전시킨 선수는 프로토스 김대엽이었기에 송병구는 프로토스에 대한 연구도 해야 했다. 또 이지훈 감독이 인터뷰 내내 이영호의 출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테란전에 대한 대비까지 해야했다. 반면 KT는 송병구가 나올 것을 확신한 상황에서 김대엽에게 전담을 시킬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KT는 플레이오프 1차전 에이스 결정전에서 김대엽이 출전해 송병구를 꺾으면서 승리했다.
세 번째는 확실한 에이스의 존재감이다. 이영호는 1, 2차전에서 허영무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2승의 효과를 얻어냈다. 허영무 또한 송병구와 함께 삼성전자에서 1승 카드로 꼽히는 선수였기에 이영호가 허영무를 두 번이나 잡아내면서 1, 2차전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이번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에서 프로토스에게 3패를 당했지만 허영무를 연파하며 변수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
전반적으로 KT가 갖고 있는 장점만 부각됐던 경기가 삼성전자와의 플레이오프였다. 확실한 에이스의 존재감과 상대방의 선택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에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식스맨들이 보여준 주전급 활약까지 KT가 모든 면에서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KT가 SK텔레콤과의 결승전에서도 삼위일체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3연속 우승을 달성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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