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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 10대 프로게이머의 길을 연 이윤열(1)

[게이머그라피] 10대 프로게이머의 길을 연 이윤열(1)
◇스타크래프트의 대부분의 기록 가운데 '최다'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이윤열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만큼 톱 랭커로 오래 자리했던 이윤열입니다.

한국e스포츠협회(http://www.e-sports.or.kr)의 홈페이지에는 스타크래프트 부문 진기록명기록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10여 년 동안 프로리그과 개인리그를 진행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서 최다 출전, 최다승, 최다패, 최다 연승, 최다 연패, 최다 우승 등의 기록을 정리해 놓은 곳인데요. 여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바로 이윤열입니다. 2010년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가 등장하면서 종목을 전환했기에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워(이하 스타1)의 대회에 나서지 않은지 2년 가까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전 최다전에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고 저그전 최다전, 최단기 KeSPA 랭킹 1위, KeSPA 랭킹 장기간 1위 랭크 기록에서 2위, 개인리그 최다 우승 1위, 개인리그 최다 결승 진출 등의 기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타1을 떠나면서 2년의 공백기가 생긴 동안 이영호와 이제동 등 후진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이윤열의 기록을 상당 부분 깨뜨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윤열의 이름이 여전히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지난 10년 동안 꾸준한 성적을 올렸고 상위에 자주 랭크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게이머그라피] 10대 프로게이머의 길을 연 이윤열(1)

◇iTV에서 개최했던 '고수를 이겨라'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할 당시의 이윤열. 고등학교 1학년 때입니다.

◆10대 프로게이머의 롤모델
이윤열의 등장은 충격적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 아직 고등학교를 마치지 않은 선수가, 즉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기에는 어리다고 판단되는 고등학생이 방송 경기에 나와서 날고 기는 고수들을 식은 죽 퍼먹 듯 물리치는 모습은 e스포츠 업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윤열이 처음 방송 무대에 선 2000년만하더라도 중, 고등학생들이 공부를 포기하고 미래를 결정하며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사회에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틀에 박힌 듯 학교, 학원, 집을 오가며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일이 전부로 알았던 시절이었죠. 연예계에서 아이돌(그 당시에는 이러한 표현조차 없었습니다. 굳이 갖다 붙이자면 하이틴 스타 정도였죠.) 그룹들의 효시인 H.O.T나 젝스키스처럼 고등학생 신분으로 연예계에 데뷔하면서 나이 어린, 학생인 상태에서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일찌감치 사회에 나오는 사례가 엿보였을 뿐입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윤열의 등장은 프로게이머도 일찌감치 시작하면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례가 됐습니다.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이윤열은 학교 출석 때문에 방학 기간을 활용해 주로 활동했지만 남들보다 빼어난 게임 센스를 발휘했죠.

실제로 이윤열이 등장한 이후 '방학 테란'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나이 어린 선수들이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속속 등장해서 한 때 '방학 게이머' 러시가 일어난 적도 있었습니다.

[게이머그라피] 10대 프로게이머의 길을 연 이윤열(1)

◇MBC게임에서 펼친 '종족 최강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척척 잡아내던 시절의 이윤열입니다.

◆천재의 등장
고등학교 1학년의 나이에, 학업을 병행하고 방학을 맞은 시기에만 서울에 올라와 게임 대회에 출전하는데도 지지 않는 선수, 즉 '신동' 이나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없는 선수가 바로 이윤열이었습니다.

이윤열은 말 그대로 천재였다. 2000년 iTV가 주최한 '고수를 이겨라'라는 프로그램에서 '마우스 오브 조로'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최인규를 꺾으면서 파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2001년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던 이윤열은 iTV 랭킹전, 신인왕전 등을 통해 이름을 날렸습니다.

방송 대회에서 실력을 발휘하기 이전 이윤열은 이미 배틀넷 상에서는 최고의 선수로 평가 받았습니다. 공식 맵으로 자주 쓰이던 "로스트템플'에서 '이윤열에게 앞마당을 내주면 거의 이기기 어렵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실제로도 그랬죠.

진정한 파격은 2002년 초 겨울 방학 시즌에 열린 '로드 오브 종족 최강전'이었습니다. 장진남과 박정석 등이 인지도를 쌓은 이 대회에서 이윤열은 시즌 막판에 출전해 이재훈, 스티븐 킹, 박태건, 기욤 패트리, 장진남 등을 격파하면서 최고의 기대주로 부상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이윤열은 종족 최강전의 유명세를 발판 삼아 서울에서 상주하며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윤열을 발굴한 사람은 훗날 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의 지휘봉을 잡게 되는 송호창 감독. 홍진호, 이윤열, 이재항을 발굴하며 김양중, 조정웅 감독과 함께 IS(아이디얼 스페이스)를 운영하던 그는 이윤열이라는 인재를 통해 지지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송호창 감독이 김양중 감독 등과 뜻을 같이하면서 이윤열은 최강 군단 IS의 일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타리그와 MSL 등 각종 리그들이 서서히 체계를 잡아 가는 가운데 이윤열은 공식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2002년 3월에 열린 1차 KPGA 투어에서 8강까지 오른 이윤열은 임성춘에게 패하며 고배를 마시죠. 그러나 곧바로 진행된 2차 KPGA 투어에서 승승장구, 결승전까지 오른 이윤열은 팀 선배인 홍진호를 상대로 3대2의 역전승하면서 첫 공식 대회 패권을 차지했습니다. 천재가 세상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것이지요.

[게이머그라피] 10대 프로게이머의 길을 연 이윤열(1)

◇기사 내용과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윤열이 IS가 분열된 뒤 KTF 매직엔스로 임대됐던 시절의 사진입니다.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2차 PGA 투어를 우승하는 동안 이윤열은 MBC게임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전에도 계속적으로 출전하면서 연전연승을 이어갔습니다. 방학 시즌에 이어 계속된 '로드 오브 종족 최강전'에서 장진남, 박정석, 안형모를 꺾었고 연장선인 '무한 종족 최강전'에서도 장진남, 기욤패트리, 성학승 등을 제압하면서 무적의 존재로 이름을 날립니다.

이러한 이윤열의 상승세는 KPGA 3차 투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변길섭, 전태규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조별 예선을 무사히 통과했고 플레이오프에서 최인규를 제압한 이윤열은 당대 최고의 프로토스로 입지를 굳힌 박정석을 상대로 3대0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4차 KPGA 투어에서도 도드라진 활약을 펼치면서 결승까지 진출했고 조용호를 3대2로 잡아내면서 사상 첫 공식 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합니다. 임요환도 달성하지 못한 개인리그 3회 연속 우승을 아직 여드름 자국이 남아 있는 10대 소년이 이뤄낸 것이지요.

이윤열이 MBC게임에서 주관하는 KPGA를 통해 날아다니자 스타리그 쪽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해 하는 팬이 많았습니다. 이윤열이 워낙 MBC게임 쪽의 방송 리그에만 나서니까 온게임넷 쪽에서 이윤열의 출전을 막았다는 설이 있기도 했는데요. 이윤열의 소속 팀과 온게임넷 간의 갈등이 존재하긴 했지만 곧 사라졌습니다. 이윤열의 실력이 워낙 뛰어났기에 자력으로 스타리그 본선에 진출한 것이지요.

이윤열의 첫 스타리그 공식전은 파나소닉 스타리그였습니다. 16강을 재경기를 통해 통과했고 8강을 2승1패로 뚫어낸 뒤 4강에서 홍진호를 3대1로 꺾은 이윤열은 결승전에서 조용호를 또 다시 만나 3대0으로 완파하며 최연소 양 방송사 개인리그 우승자에 등극합니다.

바야흐로 천재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지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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