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2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스타리그 사상 처음으로 3회 우승을 달성한 이윤열은 부상으로 골든 마우스를 획득했습니다. 한 번 기세가 오르면 내려올 줄 모르는 특성을 갖고 있던 이윤열은 바로 다음 대회에서도 승승장구하면서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죠.
이윤열의 상대는 스타리그에서 로열로드를 걷고 있던 CJ 마재윤이었습니다. 2005년과 2006년 MSL을 휩쓴 뒤 스타리그 예선부터 통과해서 올라온 마재윤과 스타리그 3회 우승을 달성하며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한 이윤열의 경기여서 많은 관심을 모은 매치업이었습니다. 특히 이윤열은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저그를 만났을 때 모두 3대0으로 완승을 거둔 경력이 있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아쉽게도 이윤열의 스타리그 결승전 저그 상대 퍼펙트 기록은 1세트부터 어그러져 버렸습니다. 마재윤의 3해처리 운영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 이윤열은 사상 최초의 스타리그 4회 우승 기록을 달성하려 했지만 고배를 마셨습니다. 복수심이 불타는 이윤열은 이윤열은 곧이어 시작된 신한은행 마스터즈에서 마재윤을 만나 3대1로 승리하면서 4회 우승을 달성하지 못한 한을 달랬습니다.
◆네 번째 팀 위메이드
이윤열이라는 개인은 승승장구, 우승 가도를 달렸지만 소속 팀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윤열이 임요환, 홍진호와 함께 IS라는 팀에서 첫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것은 1편에서 언급한 바 있죠. 2편에서는 이 팀이 해체된 이후 송호창 감독이 이끄는 SG 패밀리 소속으로 뛰다가 KTF 매직엔스로 임대된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홍진호는 KTF로 돌아갔지만 이윤열은 송호창 감독과 함께 남았고 팬택앤큐리텔이 프로게임단을 창단하면서 이윤열은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았습니다.
그렇지만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팬택앤큐리텔은 프로게임단을 창단한 지 3년만에 워크아웃을 당하면서 게임단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2007년 여름의 일입니다.
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 게임단이 이름을 바꾼 팬택 EX 프로게임단의 매각이 확정된 이후 이윤열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2006년 겨울부터 모기업 팬택이 경영 사정이 악화되면서 워크아웃 절차를 밟았고 어떤 기업이 인수할 지가 이슈가 됐죠.
한 때 하나은행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지만 게임회사인 위메이드가 최종 인수 기업으로 확정됐습니다. 위메이드는 이윤열과 3년 동안 7억5천만원에 계약했다고 밝히면서 최고 선수로 대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반쪽 인생
그러나 이윤열은 위메이드에서 활동하는 동안 반쪽 선수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이전까지 스타리그와 MSL 모두 동반해서 좋은 성적을 냈고 프로리그에도 자주 등장했지만 위메이드가 모기업이 된 후에는 출전 기회가 전보다 확실하게 줄어들면서 엇박자를 보인 것이지요.
EVER 스타리그 2007에서 16강에 탈락한 이윤열은 다음 스타리그 본선조차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곰TV MSL 시즌4에는 8강까지 오르면서 시드를 받는 등 선전하기도 했죠. 2008년 4월에 치러진 EVER 스타리그 2008에서 2차 본선, 즉 16강에서 프로토스에게 2패하며 떨어진 이윤열은 아레나 MSL에서도 16강에 그쳤습니다만 오뚜기처럼 일어났습니다. 다음 대회인 클럽데이 온라인 MSL에서 8강, 로스트 사가 MSL 8강 등 MSL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인크루트 스타리그 36강에서 정명훈에게 패하면서 서서히 영향력을 잃은 이윤열은 MSL에서만 잘하는 선수로 남았습니다. 반쪽 인생이 시작된 셈이지요.
같은 기간에 열린 프로리그에서도 이윤열은 과거와 같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8에서 7승6패를 거두며 5할을 간신히 넘겼고 08-09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죠.
◆어렵게 달성한 프로리그 100승
이윤열은 프로리그에서 가장 먼저 통산 100승을 달성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08-09 시즌 1라운드에서 2승을 먼저 거두면서 90승 고지에 가장 먼저 오른 이윤열은 뒤를 따라오고 있던 박정석이 89승에 머무는 동안 승수를 쌓아갔습니다. 2009년 3월1일 웅진 임진묵을 꺾으면서 96승 고지에 오른 이윤열은 박정석이 공군에 입대하며 프로리그 출전이 어렵게 되면서 여유롭게 가장 먼저 프로리그 통산 100승을 따낼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죠.
그러나 이윤열은 이후 급락했다. 3라운드 SK텔레콤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선봉으로 출전해 김택용에게 무너지며 올킬의 원인을 제공한 뒤 4라운드에서 2번, 5라운드에서 2번 출전해 모두 패했습니다. 5월6일에는 100승을 두고 경쟁을 치르던 박정석에게도 패하면서 역전의 빌미를 내주고 말았죠.
이윤열은 09-10 시즌 출전 기회를 잃었다. 위메이드가 전상욱과 강정우 등 다른 팀에서 활동하던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테란 라인 강화에 나섰고 박성균이 건재한 데다 전태양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이윤열의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입니다.
개인리그에도 오르지 못했고 오프라인 예선에서도 모두 탈락하면서 다음 예선만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 된 이윤열에게 남아 있는 무대는 프로리그 출전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후배들에게 밀려난 이윤열은 경쟁에서 도태되는 듯했습니다. 즉 100승을 위한 무대와 점점 멀어져 가는 듯했습니다.
이윤열은 2010년 6월26일 이스트로의 신재욱을 꺾고 프로리그 100승을 달성했습니다. 전성기 때의 페이스를 유지했더라면 박정석을 제치고 가장 먼저 100승 고지에 올랐겠지만 부진을 겪는 탓에 12번째로 프로리그 100승을 차지했습니다.
◆은퇴 해프닝과 스타2 전향
프로리그 출전 경쟁에서 밀려난 이윤열은 2009년 11월말 미니 홈피에 특이한 글을 올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떠오르지 않아 나라는 사람'이라는 말로 시작한 이윤열의 심경 고백은 '기차 타고 다니선(던) 시절이 전철 타고 떠났던 시절도 마치 얼마전 같은데 지금은 뭘하고 잇는(있는) 걸까', '막막한 상황이기도 하고 대단한 일도 못해봤는데 회의감이 들지만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문장에서 이윤열은 'Don't Remember me(나를 기억하지 마)'라는 의미심장한 말로 글을 마쳤죠.
이 글은 행갈이 부분을 따로 떼어 세로로 읽어보면 '떠', '나', '기', '전', '마', '지', '막', '대', '회'라고 읽히면서 팬들로부터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위메이드측은 이윤열의 미니홈피 글이 알려진 뒤 곧바로 "고민하기는 했지만 선수 생활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고 이윤열은 국제e스포츠연맹이 주최한 스타크래프트 인비테이셔널 대회에 출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은퇴설을 일축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윤열은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되면서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와의 이별을 택했습니다. 소속팀인 위메이드 폭스와의 연봉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이윤열은 종목 전향을 선언했고 위메이드가 협회에 은퇴 공시를 하면서 스타1과의 이별을 고했습니다.
스타2로 종목을 바꾼 이윤열은 박상익 감독이 이끄는 oGs팀에 속해 부활하는 듯했습니다. 2010년 소니에릭슨 GSL 오픈 시즌2에서 8강에 오른 이후 줄곧 8강 이상 랭크됐고 2011년 GSL 메이 코드S에서는 4강까지 올라가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oGs를 떠나 외국 게임팀인 콤플렉시티 게이밍으로 이적한 2012년에는 코드A로 강등되는 등 하락세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10대 프로게이머의 성공 시대를 열어젖힌 '천재' 이윤열은 10년 이상 현역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비록 스타2로 전향한 이후에 이렇다 할 성적을 내고 있지 못하지만 살아있는 전설임은 틀림 없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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