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그라피] 파격적인 빨간 머리 악동의 우승](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5100640140060178dgame_1.jpg&nmt=27)
영화 안에서는 염색부터 베드신으로 이어지는 비정상적인 조합이 파격을 넘어 충격으로 이어졌지만 염색의 이미지가 바뀌고 순화되면서 1020 세대에게는 자연스런 자기 표현의 일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게이머의 헤어 스타일-정확하게 말하면 염색약 색깔이겠지요-은 2004년 질레트 스타리그를 우승할 때 박성준이 보여준 짧게 자른 머리카락과 매치된 붉은 색 머리가 아닐까합니다.
기업 프로게임단 체제가 갖춰지기 전 클랜 팀과 기업 팀이 함께 어우러지던 시기에 등장한 박성준은 너무나도 공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이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데뷔하자마자 처음 진출한 스타리그에서 '괴물'이라 불리던 SK텔레콤 최연성을 4강전에서 제압한 박성준은 결승전에서 '영웅' 박정석을 시종일관 밀어붙이면서 우승을 차지합니다. 그 때 선보인 박성준의 헤어 스타일은 강렬함 그 자체였죠.
이번 '게이머그래피'에서는 저그의 공격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는 '투신' 박성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게이머그라피] 파격적인 빨간 머리 악동의 우승](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5100640140060178dgame_2.jpg&nmt=27)
◇질레트 스타리그 2004 4강전에서 SK텔레콤 T1 최연성을 꺾은 이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박성준.
◆저그보다 테란을 잘했던 소년
박성준은 저그보다 테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그 가운데 최고의 공격력을 갖고 있던 선수로 평가되지만 테란으로도 기본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었던 것이지요. 박성준이 처음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던 2002년은 스타크래프트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점이었기에 어느 종족을 해야할지 명확히 정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루기 어려운 종족이라 여겨졌던 테란이지만 임요환이 각종 대회를 휩쓸면서 가장 강한 종족으로 거듭나고 있었기에 테란에 관심을 가진 아마추어들이 많았죠. 그 가운데 박성준도 끼어 있었습니다.
박성준은 당시 최고의 명문 프로게임단이었던 IS에 입단 테스트를 보려 했으나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테스트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죠. 당시 임요환과 홍진호, 이윤열 등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던 IS는 더 이상 신인을 받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상처를 받은 박성준은 프로게이머의 꿈을 접으려 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야구를 배웠던 박성준은 운동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프로게이머로 꿈을 키워왔죠. 그러나 벽에 부딪히면서 어린 나이에 좌절을 맛봤습니다. 명문 게임단 IS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테란 박성준의 운명은 끝이 나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박성준은 POS라는 신규 프로게임단이 생길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고 입단 테스트를 통과하며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이어갔습니다. 그렇지만 그 꿈은 수정된, 개량된 꿈이었습니다. 테란이 아닌 저그로 종족을 바꾼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박성준을 지도했던 서형석 현 한국e스포츠협회 경기국 과장은 "박성준의 테란전 실력이 나쁘지는 않았고 오프라인 예선을 통과할 기량은 갖췄다. 그렇지만 저그로 플레이할 때 더욱 자신있게 밀어붙였기에 저그로 전환하면 대성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고 종족을 굳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투신 저그'라고 불리는 박성준의 모습을 기억에 담게 된 성공적인 종족 전향이었습니다.
![[게이머그라피] 파격적인 빨간 머리 악동의 우승](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5100640140060178_3.jpg&nmt=27)
◇2003년 온게임넷 챌린지리그를 통해 방송 경기를 치른 박성준의 앳된 모습.
◆서울대 형들이 투신을 키웠다
박성준은 고등학교를 재학중이던 2002년 하태기 감독이 이끌던 POS(MBC게임 히어로의 전신)의 막내로 프로게이머가 됐습니다. 2002년 8월15일 프로게임단을 창단한 하 감독은 나이 어린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는 기치 아래 학교를 다니고 있던 박성준을 선수로 받아들였죠. 당시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PC방을 운영하던 하 감독은 연습실을 PC방 안에 마련하면서 선수들을 육성했습니다.
신림동에 위치한 PC방의 주요 고객은 서울대학교 출신 고시생들입니다. 인터넷 세대였던 고시생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 감독이 운영하던 PC방을 찾았고 나이 어린 프로게이머가 연습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친분을 쌓아갔습니다. 이미 인지도를 쌓고 있던 주전들은 대하기 어려웠지만 고등학생인 박성준은 서울대생들로부터 동생처럼 인식됐고 특유의 친화력을 통해 친분을 쌓았습니다.
고시생들은 박성준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어려울 때마다 간식과 끼니를 제공했고 커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박성준은 지금도 신림동 PC방 시절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고시생 '형님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을 정도로 의리파죠. 그에게 고시생들은 최초의 스폰서였기에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박성준이 친분을 쌓은 서울대생 가운데 평생 가져갈 못할 인연도 남아 있습니다. POS에서 코치를 맡았고 2006년 웨이버 공시되면서 갈 곳을 찾지 못하던 박성준을 SK텔레콤으로 불러준 서형석과의 만남이 바로 그것이죠. 박성준이 질레트 스타리그에서 우승할 때 전담 코치를 자임하며 희비를 같이 했던 서 코치는 박성준에게 잊지 못할 은사일 것입니다.
![[게이머그라피] 파격적인 빨간 머리 악동의 우승](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5100640140060178_4.jpg&nmt=27)
◇듀얼 토너먼트에서 '황제' 임요환을 꺾은 뒤 스타리그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테란 킬러로 떠오르다
박성준이 이름을 알린 건 8할이 SK텔레콤 T1 선수들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2년부터 예선에 참가했고 팀리그나 프로리그 등 단체전에 간간히 출전했지만 강인한 인상을 주지 못하던 박성준은 승보다 패가 더 많은 그저 그런 선수였습니다. 데뷔한 지 얼마되지 않은 선수들 중에도 파죽지세로 성장하던 대형 신인들이 많았고 그런 선수들은 대기업 소속 프로게임단에서 활동했기에 박성준은 눈에 들지 않았습니다.
2004년 4월1일 박성준의 프로게이머 인생에서 첫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습니다. 스타리그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인 듀얼 토너먼트에서 박성준은 박정석, 전상욱, 임요환과 한 조를 이뤘죠. 스타리그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황제' 임요환, 스카이 스타리그 2002에서 임요환을 꺾고 우승하면서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은 박정석과 같은 조에 들어가면서 박성준은 2패로 탈락할 선수로 꼽혔습니다.
그렇지만 모두의 예상을 깬 결과가 나왔습니다. 박정석에게는 패했지만 전상욱과 임요환을 연파하며 최대의 파란을 일으킨 것이지요. 특히 저그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임요환이었기에 박성준의 승리는 스타크래프트 게시판을 '박성준이 누구야'로 도배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게이머그라피] 파격적인 빨간 머리 악동의 우승](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5100640140060178_5.jpg&nmt=27)
◇질레트 스타리그 2004 4강에서 로열로드를 노리던 sK텔레콤 최연성을 3대2로 제압한 뒤 키보드를 정리하던 박성준. 짧게 자른 머리는 박성준의 트레이드 마크였습니다.
◆강렬했던 스타리그 제패
데뷔한 지 3년째 되던 해인 2004년 스타리그 본선 무대에 발을 들인 박성준은 놀라운 상승세를 탔습니다. 질레트 스타리그 2004를 통해 스타리그에 첫 선을 보인 박성준은 스타리그 준우승자인 전태규를 완파했고 최수범과 한동욱을 연파하며 16강을 3전 전승으로 통과합니다.
8강에서 만난 상대는 올림푸스 스타리그 우승자인 서지훈. 1패를 당했지만 내리 두 세트를 따내며 역전승한 박성준은 파란을 이어가면서 4강에 올랐습니다.
4강전 상대는 저그전 18연승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고 MSL을 3회 연속 제패한 SK텔레콤 '괴물' 최연성이었죠. 경기가 열리기 전 전문가들은 최연성의 압승을 예상했습니다. 저그만 만나면 손쉽게 승리하던 최연성을 골리앗에 비유했고 박성준은 돌멩이 하나 들고 있는 다윗으로 여겼죠. 스타리그 4강까지 올라온 기세를 제외하면 아무 것도 없는 박성준은 찻잔 속의 태풍이라 평가됐습니다.
그렇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5전3선승제로 진행된 스타리그 4강에서 1, 2세트를 박성준이 먼저 따낸 것이지요. 당시 저그 플레이어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던 저글링과 럴커를 활용해 최연성이 치고 나오는 병력을 모두 잡아내고 역공을 펼친 박성준은 최연성을 상대로 전진 해처리라는 참신한 전략을 사용하면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기존에 쓰이지 않던 저그의 전략 플레이와 과감한 공격성을 앞세운 박성준은 5세트에서 드론을 잔뜩 생산한 뒤 하이브로 전환해서 한 번에 몰아치는 운영 방식을 택하면서 결승에 올랐습니다. 임요환을 듀얼 토너먼트에서 꺾은 뒤 최연성까지 꺾으면서 박성준은 테란 킬러로 입지를 굳혔고 로열로더에 도전할 기회까지 손에 넣었습니다.
![[게이머그라피] 파격적인 빨간 머리 악동의 우승](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5100640140060178_6.jpg&nmt=27)
◇2004년 8월1일 박정석과 결승전을 치르기 직전 대기중인 박성준. 붉게 머리를 염색한 박성준은 처음 치른 결승전임에도 불구하고 박정석보다 덜 긴장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로열로드
박성준에게 2004년 8월1일은 기념일입니다. 질레트 스타리그 2004의 결승전이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날이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공이라는 단어를 맛본 날이기 때문입니다. 듀얼토너먼트에서 박성준을 꺾으면서 스타리그에 안착한 박정석에게 박성준은 또 한 번 다윗의 입장에 처합니다. 스타리그에서 저그만 사용하면서 우승한 선수가 그 때까지 나오지 않았기에-저그 첫 우승자로 알려진 최진우는 여러 종족을 플레이하면서 스타리그를 제패했습니다-저그의 저주가 있었습니다. 저그 플레이어가 스타리그에서는 우승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스타리그라는 최고의 무대의 결승전에 처음 올라온 선수답지 않게 박성준은 침착했습니다. 특히 붉게 물들인 염색 스타일은 '스포츠 머리'와 어울리며 강인한 인상을 남겼죠. 결승전을 취재하던 기자들은 박성준의 파격적인 헤어 스타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박성준의 마인드 컨트롤을 시키기 위해서 하태기 감독이 택한 최악의 수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박성준은 빨간 머리 색깔만큼이나 강인한 인상을 공격력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결승전 초반 박정석의 몰아치기를 막아낸 박성준은 해설자들의 혀를 내두를만큼 강력한 공격을 통해 되갚았고 당대 최고의 프로토스라 불리던 박정석을 녹다운시켜 버렸습니다.
스코어는 3대1. 1986년 12월18일생으로, 만 17세만에 스타리그를 제패한 박성준은 2008년 이영호가 우승하기 전까지 최연소 스타리그 우승자로 남아 있었습니다.
결승전에서 프로토스를 상대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박성준의 우승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임요환과 최연성이라는 최고의 테란을 연파한 박성준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모두가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