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초짜 사령탑' 나진e엠파이어 박정석 감독의 하루

'초짜 사령탑' 나진e엠파이어 박정석 감독의 하루
지난 6월1일 나진e엠파이어는 KT 롤스터에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박정석을 사령탑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스타크래프트 종목이 아닌 철권과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게임단을 운영하는 나진e엠파이어가 스타크래프트 출신인 박정석을 감독으로 역임한 이유에 관심이 모아졌다. 박정석은 취임 인터뷰에서 "프로게이머로서의 자세와 마인드, 철저한 연습 스케줄 관리 등을 통해 프로다운 프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취임 28일째가 되던 6월28일 데일리e스포츠는 박정석 감독을 만났다. 단순히 인터뷰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나진e엠파이어 선수단을 관리하는 감독으로서의 생활이 궁금했고 하루 동안 밀착 취재를 시도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감독실
박정석 감독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나진e엠파이어 게임단의 연습실은 매우 넓었다. 벽쪽으로 PC 10대가 놓여 있었고 모두 LOL 선수들의 PC라고 했다. 문과 가까운 쪽을 나진 소드가 쓰고 나머지를 나진 실드가 사용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PC 뒤편으로 선수단 전원이 회의할 공간이 배치됐으며 문의 반대쪽에는 다른 팀의 경기를 함께 관전할 수 있도록 대형 TV와 소파가 배치돼 있었다.

박정석 감독의 방은 PC의 반대편에 위치했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두 개의 침실 사이에 놓인 감독실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남자 혼자 쓰는 방이긴 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박정석의 성격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에 감독용 PC가 놓여 있고 그 옆에 침대가 배치됐다. 선수들과 숙식을 함께하겠다는 박 감독의 의사를 회사에서 받아들여 감독실에 침대까지 비치했다.

캐비넷과 책장 옆에는 선수들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의자가 2개인 것을 보니 1대1 면담이 이뤄지는 곳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달 밖에 되지 않아 집기가 부족해 번잡하다"며 박 감독이 얼굴을 붉혔지만 기자의 눈에는 이보다 깔끔할 수는 없었다.

'초짜 사령탑' 나진e엠파이어 박정석 감독의 하루

◆느슨하지만은 않은 스케줄
박정석 감독이 나진e엠파이어 팀을 맡으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팀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인원이 배정됐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철권팀, LOL팀을 꾸려왔지만 실질적으로 선수들의 연습이나 생활을 관리, 감독하는 사람은 없었다. 철권팀 선수들은 합숙을 하지 않았고 합숙소에 들어와 있는 LOL 선수들도 자율적으로 훈련했다.

박 감독은 취임하자마자 스케줄표부터 만들었다. 롤 모델은 KT 롤스터 선수들의 시간표였다. 오전 11시까지 연습실에 나온 뒤 새벽 2~3시까지 진행되는 빠듯한 스케줄을 짰더니 나진 선수들은 겁부터 집어먹은 표정을 지었다고.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들은 상시적으로 리그가 진행되기 때문에 잠시라도 흐트러지거나 나태해지면 개인과 팀의 성적이 떨어지거든요. 제가 선수 생활할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팀 운영 스케줄을 짰더니 선수들에게 가혹하다는 느낌을 줬나봐요. 깜짝 놀라던데요."

박정석 감독은 선수들과의 면담을 통해 스케줄을 조정했다. 5명이 갖춰져야 하는 LOL의 특성과 한 경기에 3~40분이 소요되는 게임의 특징을 감안해 느슨하게 수정했다. 그 결과 스타크래프트 팀이 봤을 때에는 '루즈'해 보이는 시간표가 완성됐다. 오전 11시에 기상하고 11시30분까지 모인 뒤 곧바로 아침(일반인에게는 점심 시간이지만) 식사를 한다. 12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1차 연습을 진행하고 점심 식사와 휴식 시간이 이후에 주어진다. 오후 7시30부터 밤 12시까지 2차 연습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배정했다. 이후 시간은 자율 연습으로,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선수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박 감독이 계획한 연습 스케줄 가운데 주안점이 바로 자율 연습에 있다. 5대5로 진행되는 경기이기에 호흡이 가장 중요하지만 개인연습을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바로 새벽 2시30분까지 진행되는 자율 훈련이다.

"스타크래프트 선수들 중에는 이 시간대를 잘 활용하는 선수들이 대성하더라고요. 팀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자란 종족전을 보강하거나 특이한 전략을 구상하는 시간입니다. LOL 선수들은 익숙하지 않은 챔피언을 연습하거나 미니언 사냥 연습, 정글 사냥 순서를 정하는 시간으로 쓰더라고요."

스케줄 표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비고에 적혀 있다. '새벽 2시30분 이후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감독이 없었을 때에는 컨디션이 좋을 경우 동이 틀 때까지 연습을 진행하는 등 자유분방하게 지냈지만 박 감독이 취임한 이후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는 부분이 바로 '과로하지 말 것'이라는 조항이다. 같은 스케줄을 소화해야만 컨디션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롱런의 발판이 된다는 생각에서 무리한 연습은 시키지 않고 있다.

박 감독은 "저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때 중요한 경기가 있으면 거의 날을 새며 준비한 적이 있어요. 그러다 보면 경기 당일은 괜찮은데 그 뒤로 2~3일 동안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LOL 선수들도 과거의 저처럼 연습을 몰아서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똑같은 괴로움을 겪더라고요. 그래서 새벽 연습 이후에는 반드시 취침해야 한다고 못 박아 놓았어요."

선수들이 스케줄을 잘 따라오냐고 물었더니 "제 말에 토 다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지키지 않았을 경우 페널티 규정도 정해 놓았지만 한 번도 적용해본 적이 없단다. 그러면서 "LOL 팀 선수들이 은근히 나이가 많다"고 했다. 나진 소드와 나진 실드를 합쳐 10명의 선수 가운데 6명이나 군필자란다. 군 생활을 하면서 단체 생활의 노하우를 익힌 선수들이기에 동의한 규칙에 대해서는 완벽히 지켜낸다고.

'초짜 사령탑' 나진e엠파이어 박정석 감독의 하루

◆한 시간씩 진행되는 면담
박정석 감독이 스타크래프트가 아닌 철권과 LOL 종목의 게임단을 맡으면서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이 우려로 떠오르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 팀 선수들이야 10여 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대부분 만났기에 무리가 없겠지만 처음 보는 선수들의 특장점을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치 생활도 하지 않은 박정석이 감독이라는 타이틀로 선수들을 대한다는 점은 팬들의 걱정을 샀다.

박 감독은 취임하자마자 선수들과 면담을 시작했다. LOL 선수들만이 합숙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10명의 선수들을 일일이 만났고 취임 28일째가 되는 6월28일에도 어김 없이 면담이 진행됐다.

당일 면담 대상은 나진 소드의 오더를 맡고 있는 '막눈' 윤하운이었다. 윤하운을 감독실로 불러들인 박 감독은 멘탈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윤하운은 LOL 팬들 사이에서 '유리멘탈'로 알려져 있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누구도 막지 못할 실력을 보여주지만 주눅이 들기 시작하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로 빠져든다.

박 감독은 윤하운에게 스타크래프트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은 대회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리그 도중에 살아날 가능성이 있지만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LOL 리그의 특성상 평정심을 한 번 잃으면 그 대회는 이미 탈락한 뒤다. 평소에 연습할 때에도 실전처럼 마인드 관리를 해야만 유리 멘탈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하운은 "박 감독님과 면담을 가장 많이 한 선수가 바로 나일 것"이라며 "나진 소드를 구성하면서 내가 팀장을 맡았기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 번 시작하면 한 시간 가량 면담이 진행되는데 그 때마다 레파토리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프로게이머로 10년 동안 활동한 내공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면담을 시작하면 한 시간 가량 이어지는 일이 지겹게 느껴지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하운은 "선수들 사이에서 감독님 방은 '구치소'라고 불려요. 농담이고요. 프로게이머의 선배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이야기를 해주시기 때문에 꾸짖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기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초짜 사령탑' 나진e엠파이어 박정석 감독의 하루

◆만능 식권을 아시나요
'박정석 감독의 하루'를 취재하기 위해 나진e엠파이어 팀을 찾은 날은 공교롭게도 LOL 한국 서버가 점검에 들어간 날이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모처럼 오후 4시까지 자유 시간을 줬고 선수들은 오랜만에 낮잠을 자거나 못 본 영화를 보기 위해 외출을 했고 운동하러 다녀오는 등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오후 4시까지 선수들에게 휴식 시간을 배정한 박 감독은 정기 점검이 완료됐는지 시시각각 체크했다. 그렇지만 4시에 끝난다는 정기 점검은 박 감독의 생각 이상으로 오래 걸렸다(급기야 오후 10시30분에 마무리됐다).

선수들이 속속 연습실에 모이자 박 감독은 점심 식사(일반인에게는 저녁 식사 시간이다)를 하고 오라고 지시했다. 기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제안한 박 감독은 자주 가는 부대찌개 집으로 안내했다. 나진e엠파이어 선수단에게는 인근 식당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만능 식사 쿠폰이 제공된다. 나진산업 대표이자 e엠파이어의 게임단주인 이석진 대표가 직원들을 위해 섭외해 놓은 식당들을 선수들도 이용하고 있다고.

점심 식사 메뉴로 고른 부대찌개는 매우 훌륭했다. 1인당 6,000원으로 가격이 매우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재료가 풍부했고 맛도 빼어났다. 칼칼한 음식을 좋아한다는 박 감독은 주로 이 곳에서 식사를 하고 선수들은 구미에 따라 맛집을 찾아다닌다.

만능 식권은 경기장으로 이동할 때 간식 거리를 확보할 때도 쓰인다. 오후 7시가 되어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열리는 철권 리그의 올스타전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박 감독은 패스트푸드점에 들렀다.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세인트' 최진우를 위해 간식을 배달하기 위해 찾은 박 감독은 식권으로 결제했다.

박 감독은 "용산전자상가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에서 식권을 쓸 수 있어서 선수들이 만족해 한다"며 "식사를 따로 챙겨주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없지만 식권 덕에 마음에 드는 음식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어 좋아한다"고 했다.


◆올스타전 패배의 아쉬움
28일 박 감독이 맡고 있는 두 종목 가운데 하나인 철권 올스타전이 용산에서 열렸다. '세인트' 아이디를 쓰는 최진우가 나진e엠파이어의 대표 선수로 뽑혔고 이번 대회 8강에 나서는 각 팀의 에이스와 대결을 펼쳤다. 철권 선수들은 합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박정석은 숙소에 보관하고 있던 최진우의 유니폼을 직접 전달했다.

최진우를 만난 박정석은 회사 소식을 전하는 연결책 역할도 했다. 7월1일 나진 게임단 소속 선수들이 회식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언제, 어디로 오면 되는지 친절하게 알려줬다. 코칭 스태프라고는 감독밖에 없기 때문에 박정석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최진우는 8강에서 팬더와 쿠마를 사용하는 박준현을 맞아 역전승을 거두면서 4강에 올랐으나 WCG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무릎' 배재민을 상대로 무너지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초짜 사령탑' 나진e엠파이어 박정석 감독의 하루

박정석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최진우를 만나 경기 내용을 함께 복기했다. 박 감독이 지적한 부분은 초반 견제. 배재민이 초반부터 강공을 펼치면서 체력을 빼놓는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했고 초반 방어가 이뤄졌다면 뒷심이 강한 최진우가 승리했을 것이라며 다독였다.

박 감독은 "나진 철권팀 선수들이 내가 부임한 이후 책임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며 "4강전에서도 탈락하고 개인전에서도 패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철권 선수들에 대해 더 많이 신경써야 겠다"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관련기사
나진e엠파이어 박정석 감독의 하루 현장스케치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1젠지 19승 7패 +22(41-19)
2한화생명 19승 7패 +22(43-21)
3T1 17승 9패 +17(38-21)
4DK 17승 9패 +10(36-26)
5KT 15승 11패 +6(34-28)
6한진 10승 16패 -7(27-34)
7농심 10승 16패 -11(25-36)
8BNK 10승 16패 -11(24-35)
9키움 7승 19패 -19(22-41)
10DN 6승 20패 -29(13-42)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