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욱이 선수로 활동하던 시기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전환기였습니다. 스타리그와 MSL이라는 양대 개인리그가 중심을 잡고 있었습니다만 단체전인 프로리그와 팀리그가 갓 태동하면서 e스포츠를 팀 스포츠로 만들어보자는 노력이 가해졌습니다. 승자연전방식으로 진행되던 팀리그, 팀플레이가 포함되면서 협동력을 강화시키려던 프로리그가 양립하면서 팀의 조직력이 강조되기 시작하던 타이밍이었죠.
![[게이머그라피] 선수, 코치 그리고 해설자…박용욱(2)](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8301203420065923_3.jpg&nmt=27)
◆마무리 박
박용욱은 프로리그에서 최종 세트에 강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강민처럼 에이스 결정전 9연승을 달리고 팀에게 23연승을 선사하는 힘은 없었지만 결승전의 승리를 확정짓는 마지막 승부처에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덕에 박용욱은 '마무리 박'이라고 불렸죠.
박용욱이 마무리 능력을 처음 선보인 대회는 프로리그의 원년 대회였던 KTF EVER 프로리리그였습니다. 당시 동양 오리온(SK텔레콤의 전신)이 3대1로 한빛 스타즈를 맞아 앞서고 있던 상황에 출전한 박용욱은 나도현을 상대로 초반부터 괴롭히며 승리를 따냈습니다. 프로리그라는 이름으로 열린 첫 대회에서 박용욱이 승리함으로서 팀이 초대 챔피언에 올랐죠.
2005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스카이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전에서도 박용욱의 마무리 능력이 또 한 번 우승을 안겨줬습니다. 정규 시즌을 8전 전승으로 마무리하면서 결승에 오른 KTF 매직엔스를 상대한 SK텔레콤은 전상욱, 박태민 등 이적생들이 승수를 쌓으면서 3대1로 앞선 채 5세트를 맞이했습니다. 7전4선승제였기에 1승만 보태면
SK텔레콤 T1 창단 이후 첫 프로리그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죠. 주 훈 감독은 박용욱에게 기회를 줬고 박용욱은 강민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면서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강민이 한창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여서 SK텔레콤으로서는 부담스런 상대였지만 박용욱이 척하니 잡아내면서 마무리에 강한 선수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오버 트리플 크라운과 팀플레이
박용욱과 박정석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경상도 남자에다 프로토스로 큰 인기를 얻었다는 유사점이 있지만 박용욱과 박정석은 플레이 성향이 완벽히 다릅니다. 박정석은 알려진 것처럼 팀플레이를 주로 펼치면서 실력을 키워왔지만 박용욱은 개인전을 선호하는 플레이어였습니다. 개인리그에서도 먼저 이름을 알린 쪽은 박용욱이었죠.
박용욱은 팀 단위 리그, 그 중에서도 프로리그에 팀플레이가 도입되면서 서서히 색깔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개인전에 있어서도 출중한 기량을 갖추고 있지만 프로리그에서 팀플레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팀을 위한 희생을 택합니다.
박용욱은 스카이 프로리그 2005 후기리그부터 팀플레이에 주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철의장막'이라는 맵을 전담했는데요. 개인전 능력과 동료와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소화하가 이려운 맵이었습니다. 박용욱은 윤종민과 짝을 이루면서 이 맵에서만 5연승을 기록하는 등 펄펄 날았습니다. 그 덕에 SK텔레콤은 후기리그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고 결승전에서도 삼성전자를 제압하고 우승했습니다.
스카이 스타리그 2006 전기 리그에서 박용욱은 개인전과 팀플레이를 병행하면서 팀을 이끌었습니다. 개인전 1승2패, 팀플레이 2승2패로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남들이 꺼리는 팀플레이 분야를 우직하게 맡으면서 SK텔레콤을 또 다시 우승으로 이끌었죠. 2005 시즌 전, 후기리그 우승, 통합 챔피언전 우승, 2006 시즌 전기리그 우승까지 4개의 프로리그 우승컵을 연이어 들어 올리는 순간에 박용욱이 함께했던 것이죠.
◆병역 비리 의혹?
2007 시즌은 SK텔레콤이나 박용욱에게 잊고 싶은 기억일 것입니다. 프로리그에서 4번의 우승컵을 연거푸 따내면서 최고의 팀으로 군림한 SK텔레콤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임요환이 2006년 하반기에 공군에 입대했고 주축이었던 최연성, 박용욱은 손목과 어깨 등 관절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면서 경기력이 급락했습니다. 박태민, 전상욱, 고인규 등으로 엔트리를 구성했지만 예전만큼의 전력은 아니었습니다. 그 결과 포스트 시즌 진출에 연거푸 실패했고 코칭 스태프가 경질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박용욱은 2007 시즌을 마친 이후 수술대에 오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프로게이머로 현역 생활을 더 이상 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수술이었습니다. 주훈 감독과 서형석, 이효민 코치 등 SK텔레콤의 코칭 스태프 모두가 경질된 상황이었고 수술을 마친 박용욱은 코치로 전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수술과 관련해서 박용욱은 엉뚱한 오해를 사기도 했습니다. 2009년 운동 선수들이 어깨 탈구 증상으로 수술하면서 공익 판정을 받거나 면제를 받았던 일을 수사기관에서 문제 삼았던 적이 있는데요.
박용욱 또한 이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박용욱이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운동 선수들의 어깨 수술을 대거 해줬고 병역 비리와 연루됐기 때문입니다. 손목과 어깨가 정말 아파서 수술받았던 박용욱은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수술을 받았다는 오해를 받으면서 경찰에 출두해야 했습니다. 결국 혐의가 없다며 누명을 벗었지만 한동안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짧았던 코치 생활과 해설자 변신
어깨 수술을 마친 박용욱은 코치로 전환했습니다. SK텔레콤이 박용운 감독을 새로이 영입했고 박용욱과 최연성 등 팀에서 선수로 활동하던 인물을 코치로 선임하면서 제2기를 맡게 됩니다.
박용욱은 프로토스를 전담하면서 도재욱과 김택용 등을 지도했고 지도자로서의 실력을 발휘합니다. 2008년 MBC게임에서 이적해온 김택용은 2008 시즌 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박용운 감독, 박용욱 코치 휘하에서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08-09 시즌에는 프로리그 50승을 넘기기도 했죠.
코치로 활동하던 박용욱은 온게임넷의 스카우트를 받아 해설자로 전향했습니다. 주력 해설 위원들이 군에 가면서 해설자 자원이 부족했기에 박용욱을 받아들인 것이지요. 해설자로의 박용욱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사투리를 쓰긴 했지만 선수 출신다운 예리한 시선으로 경기를 설명하는 모습은 팬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시즌 결승전 중계를 마지막으로 군에 입대한 박용욱은 현재 공익근무요원으로 나라의 부름에 응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 우정호의 빈소에서 박용욱을 만났는데요. 1년만 더 병역을 이행하면 소집해제가 된다고 하네요. 온게임넷을 통해 박용욱의 날카로운 해설을 들을 날도 머지 않았네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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