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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 임요환과 닮았다…정명훈(3)

지난 주에 게재된 2회차 정명훈의 '게이머그라피'에서 개인리그와 관련된 정명훈의 별명을 설명드렸습니다. 4번의 스타리그 준우승을 놓고 '콩라인'이라 평가했더니 '임요환의 적자'가 맞지 않느냐는 독자님의 댓글이 있었죠.

맞습니다. 정명훈은 임요환의 적자입니다. 임요환은 2001년 한빛소프트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곧바로 열린 코카콜라 스타리그에서 2회 연속 우승을 따냈습니다. 테란이 최약체 종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터라 임요환의 스타리그 2연패는 큰 반향을 이뤄냈죠.
이후 임요환은 2003년을 제외하고 2005년까지 매년 한 번씩 결승에 올랐습니다. 2001년 스카이 스타리그에서 결승에 진출했지만 김동수에게 패하면서 스타리그 첫 준우승을 차지합니다. 2002년에는 박정석에게 고배를 마셨고 2004년에는 EVER 스타리그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제자 최연성에게 무너졌죠. 2005년에는 So1 스타리그에 오영종에게 '가을의 전설'을 선사합니다.

◆임요환과 닮았다
정명훈은 어땠을까요. 2008년 첫 스타리그 무대인 인크루트 스타리그에서 결승전까지 올라간 정명훈은 삼성전자 송병구를 맞아 2대3으로 패하면서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곧바로 열린 바투 스타리그에서는 이제동(당시 화승)에게 2대3으로 역전패를 당하면서 두 번째 준우승에 머물렀죠.

2010년 박카스 스타리그에서 송병구를 3대0으로 완파하며 첫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한 정명훈은 2011년 진에어 스타리그와 2012년 티빙 스타리그에서 삼성전자 허영무를 만나 두 번 모두 패하면서 스타리그에서만 4번의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임요환과 정명훈의 기록을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점이 참 많습니다. 1999년부터 스타리그가 진행됐고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명맥을 이어가면서 4번의 준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임요환과 정명훈 뿐입니다. 5번 이상 결승전에 오른 선수라는 점만으로도 대단한 기록인데, 아쉽게도 준우승 횟수까지도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프로토스를 상대로도 결승전에서 3번씩 패하면서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임요환의 프로토스전이야 저그전에 비해 확연히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만 정명훈은 프로토스를 상대로 6할 이상의 승률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송병구나 허영무에게 패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나 다름 없었죠.

또 하나의 닮은 점은 가을에 유독 많이 졌다는 사실입니다. 임요환이 스타리그의 가을 시즌에 프로토스와의 결승전에서 많이 패했던 것은 이미 알고 계실 것이고요. 정명훈이 결승전에서 프로토스에게 패했던 시점은 대부분 가을 시진이었습니다. 송병구에게 패한 인크루트 스타리그는 늦가을에 결승전이 열렸고 진에어 스타리그는 가을의 중심, 티빙 스타리그는 초가을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스타리그에서 프로토스 선수들에게 '가을의 전설'이라는 칭호를 안긴 것은 임요환과 정명훈이었다는 뜻이지요.

◆프로리그 결승전은 내게 맡겨라
개인리그에서 최다 준우승이라는 아쉬움을 남긴 정명훈이었지만 프로리그에서는 SK텔레콤 T1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정명훈이 프로리그 결승전을 처음 치른 것은 2009년 부산 광안리 특설무대에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시즌인데요. 화승 오즈를 상대로 정명훈은 빼어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당시 결승전은 프로리그 역사상 처음으로-아마도 마지막이겠지요-이틀에 걸쳐 결승전을 치렀습니다. 첫날과 둘째날 승자 팀을 가리고 1대1 상황이 나오면 최종 에이스 결정전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었죠. 결승 1차전에서 정명훈은 이제동을 만나 '아웃사이더' 맵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장기전 끝에 승리했습니다. 정명훈이 화승의 에이스 이제동을 꺾으면서 기세를 탄 SK텔레콤은 1차전을 손쉽게 가져갔습니다.

2차전에서 정명훈은 구성훈과의 대결에서도 승리했죠. 동료들이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세트 스코어 3대3까지 치달은 상황에서 정명훈은 김택용, 도재욱 등을 제치고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합니다. 상대는 화승의 이제동이었죠. 정명훈은 전진 배럭 전략을 시도했고 머린을 모아 이제동의 앞마당을 장악하며 낙승을 거뒀습니다. 결승전에서만 3전 전승을 기록한 정명훈은 팀을 3년만에 우승으로 이끌었고 MVP까지 수상했습니다.


이후 정명훈은 프로리그 결승전에서는 지지 않는 '불패의 신화'를 이어갔습니다. 09-10 시즌 KT 롤스터와의 대결에서도 정명훈은 고강민을 제압했죠. 비록 팀은 2대4로 패했지만 정명훈은 결승전에 강한 선수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10-11 시즌에서도 KT와의 결승전에서 1세트에 나선 정명훈은 최용주를 잡아냈습니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의 결승전에서 정명훈은 KT의 에이스인 이영호와 대적했습니다. 이영호가 SK텔레콤에게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고 지난 두 번의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이영호를 막지 못해 패했던 SK텔레콤은 정명훈이 이영호를 제압하면서 다시 왕좌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08-09 시즌 이후 정명훈은 프로리그 결승전에서만 6전 전승을 기록하면서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스타2로 새 시대 여나
정명훈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로 진행된 마지막 스타리그의 준우승자입니다. 앞으로 스타1으로 진행되는 리그가 더 이상 열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허영무와의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한 이후 정명훈의 표정은 더욱 씁쓸했는데요.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에서 정명훈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다짐을 밝힌 바 있습니다. 스타1과 스타2를 병행해서 진행한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에서 정명훈은 스타2 종목에서 8승3패를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선보였습니다.

스타리그 준우승자 자격으로 시드를 받아 출전한 옥션 올킬 스타리그 2012 16강전에서 1승2패로 아쉽게 8강에 오르지는 못했습니다만 정명훈의 실력과 센스, 게임에 대한 열정이라면 충분히 스타2 종목에서 대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정명훈은 스타1 개인리그에서 최다 준우승자로, 이영호를 넘어서지 못한 채 2인자로 이미지가 굳어졌지만 스타2에서는 테란의 1인자, 최다 우승자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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