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30대 '판타스틱4'가 느끼는 e스포츠의 현주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12151424350070680dgame_1.jpg&nmt=27)
지난 14일 인터뷰 1편을 출고했습니다. 그들의 과거, 즉 기억 속에 남아있는 e스포츠의 전성기에 대한 회고를 해봤는데요. 다들 감회가 새로워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데일리e스포츠=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의 시대가 끝난 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자리에 있는 4명 가운데 세 명이 일하고 있는 분야도 LOL이네요. 이윤열 선수는 혹시 LOL을 해봤나요?
이윤열=LOL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이야기는 주위에서 하도 많이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직접 게임을 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주 잠깐 했었죠. 2011년에 LOL이 한국에 정식 서비스될 때 광고를 촬영했는데요. 제게도 의뢰가 오더라고요. 광고 촬영을 하려면 LOL에 대해서 알아야 하니까 맛뵈기로 조금 해봤는데 그 때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진호형도 광고 같이 찍었잖아요?
홍진호=그렇지. 나도 같이 모델이었어. 장재호, 김정균도 모델이었던 것으로 기억해. 그 때 나도 LOL에 관심을 갖기 어려웠어. 한국 서버가 없어서 북미 서버에 들어가서 게임을 해야 했는데 튜토리얼부터 다 영어였어. 기초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정말 어려웠지. 워낙 영어가 짧다 보니까 이 게임이 어떤지 익히기가 어렵더라고. 그러다가 한국에서 정식 오픈을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재미를 알게 됐지. 그 뒤로는 푹 빠져서 살고 있어. 정석이도 LOL 전혀 몰랐는데 감독이 됐잖아?
박정석=저도 그랬죠. LOL의 L자도 몰랐어요. 해운 회사에 취직해서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했던 제가 LOL을 배울 생각이나 했겠어요? 그 때 신입 사원이어서 직장 생활에 적응하기도 정말 벅찼거든요. 나진 산업으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고 나서 진호형에게 물어봤어요. 전망이 어떠냐고. 진호형이 전망 있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 때부터 LOL을 해봤죠.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꽤나 수준이 됩니다.
홍진호=우리 가운데 제가 가장 LOL을 시작한 지 오래됐을 거에요. 정석이한테도 제가 추천해줬는데 저는 망하고 정석이가 이끄는 나진 팀들은 떴죠.
박정석=제닉스 스톰과 시즌2 월드 챔피언십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를 때 정말 미안했어요. 나진 소드가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왔고 기세를 타서 이겼죠. 그 때 분위기가 조금 묘했어요. 그러고 보니 민이형은 LOL 준비 별로 하지 못하지 않았어요?
강민=나도 내가 LOL 해설 위원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어.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로 리그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기에 공익 근무 요원으로 복무하는 동안 스타2에 대한 공부만했지. 게임도 거의 스타2만 죽어라 했어. 온게임넷에서도 만약 내가 제대하고 나서 해설자로 복귀한다면 스타2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줬어.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새로운 미션이 떨어진거야. LOL이라는 게임을 파라는 것이었어. 잠깐 좌절하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잠깐이었어. 내 인생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았고 도전을 즐기기로 했지. 그런데 그 도전으로 인해 정말 열심히 욕을 먹고 있어(웃음).
박정석=민이형이 LOL 해설하는 것에 대해 일부 팬들이 존야의 모래시계를 쓴 것 같다고 했을 때 저도 마음이 아팠어요. LOL은 정말 챙길 것이 많거든요. 챔피언의 스킬, 이름, 아이템, 아이템의 기능, 선수들의 근황 등 너무나 많은 요소가 복합되어 있어요. 그걸 단시간 내에 모두 해내라고 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요.
강민=스타1 프로게이머로 지냈던 10년 동안 먹었던 욕을 LOL 해설자로 두 시즌 보내면서 다 먹은 것 같아. 이게 다 관심이겠지?
홍진호=LOL은 무조건 외워야 돼. 챔피언이 100개가 넘는데 언제 일일이 다 해보겠어. 특히 해설자는 암기 능력이 정말 좋아햐 할 것 같아.
강민=처음 시작할 때 동준이형에게 물어봤어. 어떻게 하면 LOL 해설을 잘할 수 있냐고. 스킬 500개만 외우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죽어라 외웠어. 처음에는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여유롭게 뭔가를 전달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됐어. 그러다 보니 공통점도 찾게 됐어. 뭔지 궁금하지? LOL을 만든 라이엇게임즈는 초승달을 참 좋아해. 스킬 이름에 초승달이 들어간 게 꽤나 많아. 초승달 검기, 초승달 베기, 초승달 휩쓸기 등등이 있지.
이윤열=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니까 대화에 끼어들 여지가 없네요. 이 모임이 끝난 이후에 곧바로 해봐야겠어요.
박정석=진호형이 나에게 가르쳐줬듯이 나도 윤열이에게 LOL을 가르쳐줄게. 실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지는 비결이 있어. 그걸 윤열이에게 시전해봐야겠다.
데일리e스포츠=홍진호 스승의 비법을 전수받은 박정석 스승의 가르침이라... 저도 배워 보고 싶은데요. LOL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불과 1년만에 기업의 후원을 받는 팀들이 대거 생겨나고 있습니다. 스타1 때는 오랜 시간이 걸려 기업팀 체제가 형성됐는데요. LOL은 굉장히 압축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홍진호=기업들이 LOL에 관심을 갖고 있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매우 긍정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LOL이라는 종목이 흥행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지금 LOL 선수로 활동하는 선수들은 복받았다고 봅니다. 연습생만 되더라도 개인을 위한 자리가 따로 있습니다. 전용 PC, 전용 침대 등 생활이 편하죠.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데 연봉도 주고 환경도 다 제공되고 있습니다. 스타1을 통해 어떤 모델로 팀을 육성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배려를 해준 것입니다. 문제는 환경이 너무나 좋다 보니 선수들이 안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팀 선수들을 지도할 때에도 제가 갖는 딜레마인데요. 선수들의 기량, 실력은 굉장히 좋지만 생각은 아마추어와 같을 때가 많아요. 자기가 힘들고 어려우면 곧바로 포기하려고 하죠. 어려웠던 기억이 없으니 승부욕이 나지 않을 때도 있어요.
박정석=상대적인 것 같아요. 우리들은 우리의 경험을 기준 삼아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지금의 선수들은 지금의 자기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지요. 기준이 다르다 보니까 현실 인식도 다른 것 같습니다. LOL 선수들은 '우리가 지금 이렇게나 인기가 있는데 왜 연봉을 더 주지 않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선수들 이야기말고 우리 이야기를 조금 더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때 가장 부러웠던 선수는 강민이었어요. 언제나 자신가에 차 있는 모습이 최고였거든요. 그런데 LOL 해설을 하고 나서는 애처로워 보일 정도로 힘이 빠졌어요.
강민=이 이야기가 언젠가는 나올 줄 알았어. 여기 나올 때 이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 나는 '존야'를 쓰리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해명을 하고 싶네. LOL은 스타1보다 판이 거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스타1의 경우에는 종족이 3개밖에 없고 그 안에서 수행 능력이 좋은 사람을 뽑는 일이니까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가 확 벌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해서 날선 비판, 예를 들면 나보다 못하네와 같은 비난,은 나오지 않아요. 그런데 LOL은 챔피언이 100개가 넘다 보니까 프로라고 해도 모든 챔피언을 다 잘할 수가 없어요. 반대로 일반인이지만 한 챔피언만 죽어라 연구해서 '장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도 있죠. 한 챔피언에 대한 운용 방법만 놓고 봤을 때 프로게이머보다 나은 장인들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너 프로게이머 맞냐"라는 비판이 나올 수가 있죠.
홍진호=얼마전에 팀 OP의 이상정이 마스터 이로 경기를 했잖아요. 두 번 했는데 앞 경기를 말하는 거에요. 그 날 만약 마스터 이로 이기지 못했다면 이상정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아마 그거였을 거에요. 너 프로게이머 맞냐는 류의 욕설이죠. 마스터 이를 선호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욕을 했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마이충은 역시 안된다"라며 맞받아쳤을 거에요.
강민=해설에 대해서도 그래요. 스타1을 해설했을 때에는 앞으로 경기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예측을 해서 틀려도 큰 지적이 나오지는 않았어요. 예측이니까요. 그런데 LOL 해설을 하다 보면 예상을 할 수가 없어요. 조그마한 실수가 나와도 곧바로 지적이 쏟아지니까요. 이게 다 팬들이 해설을 더 잘하라는 사랑이고 채찍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선수들에게 욕설이 쏟아지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경기에 출전하는지 감안해주시면 좋겠어요.
이윤열=쭉 들어보니까 축구에서 나오는 비판과 비슷한 것 같네요. 우리 나라 남자들이 군에 가면 축구로 신체 단련을 하잖아요. 자기가 해본 경험이 있으니까 축구 중계를 보다 보면 다들 전문가처럼 비판을 하죠. LOL도 그런 경지까지 온 것 같아요. 일반 사용자들이라도 주력 캐릭터가 있고 그걸 프로 선수들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비난을 가하는 것 아닐까요?
데일리e스포츠=네 분 중에 세 분이 LOL 종목에서 팀을 운영하거나 해설을 하고 있고 최근 뜨고 있는 분야이다 보니 LOL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네요. 그래도 다들 스타1 게이머 출신이기 때문에 스타2의 부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갖고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정석=스타2를 보고 있으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가 정말 많더라고요. 상금 규모가 적은 대회도 있지만 꾸준히 출전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국내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필요도 있지만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가 국내를 정복하는 일도 활력소를 줄 것 같아요.
홍진호=스타1 프로게이머를 10년 동안 했지만 지금은 스타2의 시대로 전환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은퇴를 고민할 시점에 스타2를 플레이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껴보려 했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스타1과 스타2는 다른 게임이에요. 이름이 같고 세계관이 연장된다는 점에서는 흐름이 이어지지만 플레이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게임이에요. 이걸 인정하지 않으면 팬들을 끌어올 수가 없어요.
이윤열=스타2로 선수 생활을 했던 저는 받아들이는 입장 차이라고 생각해요. 스타1이나 스타2나 재미있다는 입장에서 받아들이면 좋은 게임이 됩니다. 자꾸 차이를 만들어내고 트집을 잡기 위해 들여다 보면 스타2의 장점은 모조리 단점이 되어 버려요.
강민=일단 자유의날개 시절은 시작부터 단추가 제대로 꿰어지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함께 손을 잡아도 모자랄 시점에 싸움을 벌이면서 좋지 않은 이미지가 만들어졌잖아요. 군단의 심장이 출시될 시점에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박정석=한국e스포츠협회와 기업 프로게임단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내야 할 것 같아요. 프로리그가 개막했을 때 많은 관객들이 왔고 해외 팀이 참가하면서 이슈도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계속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많은 팬들을 끌어 안으려는 시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10년 동안 e스포츠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협회와 기업들이 중심을 잡아왔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다시 한 번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스타2를 살리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기가 없다고 손 놓고 있으면 다 무너질 수도 있거든요.
강민=요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눈이 매우 높아졌어요. 개발사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사용자들을 대하면 망하는 시대가 왔어요. 사용자를 위한 최고의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그 게임을 하지 않는 시대가 됐죠. 요즘 게임이 얼마나 많습니까. 고객을 위한 서비스 마인드가 되어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게임을 하지 않아요. LOL이 인기를 얻는 배경에는 라이엇 게임즈의 고객 중심적인 마인드가 기반이 되어 있어요. 스타2도 군단의 심장으로 넘어가면서 이런 부분을 접목시켜야 할 거라고 봐요. 일단 게임이 흥행을 하려면 플레이하는 사람이 많아야 해요. 스타2도 하는 재미를 주고 고객들을 더 많이 유치하려 노력해야 할 거에요.
*미래편에서 계속됩니다.
정리=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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