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방송이 나간 이후 온게임넷은 출전 선수 관리 소홀과 프로그램 제작을 꼼꼼히 하지 못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질타를 받았다. 누리꾼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온게임넷 시청을 보이콕하겠다는 움직임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나섰다. 온게임넷은 해당 방송의 재방송분에서 선수의 아이디가 등장하는 자막을 삭제했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바탕으로 리그를 꾸리는 e스포츠는 부적절한 아이디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등장할 경우 1차적으로 여과하는 과정을 거친다. 방송으로 중계되는 프로그램들의 경우 사전 검열 작업을 진행하지만 액션 토너먼트에서는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아이디 자체 정화 나섰다
이 일이 일어난 뒤 한국e스포츠협회는 각 종목의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는 팀에게 공문을 보내 선수들의 아이디를 자체적으로 정화하자는 뜻을 전했다. 스타크래프트나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방송 리그에 자주 출전하는 선수들 가운데 방송에 나갈 경우 부적절한 뉘앙스를 줄 수 있는 선수들의 아이디에 대해 점검해보고 자체 정화하자는 제안이었다.
그 결과 KT 롤스터의 주전 가운데 한 명인 주성욱이 아이디를 교체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부터 'P7GAB'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해 온 주성욱은 여러 리그 방송에서 아이디를 호명하기가 어려웠다. 영어와 숫자가 혼합된 아이디를 우리 말로 읽으면 온몸에 피를 묻히거나 뒤바르는 일을 뜻하는 '피칠갑'이 되기 때문. 이승원 해설 위원의 경우 주성욱의 아이디를 "프로토스 7시가 '갑(최고라는 뜻)'이다"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했지만 방송에 부적한 아이디임에는 틀림 없다. 주성욱은 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열정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zest'로 아이디를 바꿔 프로리그에 출전하고 있다.
◆이미지 개선 효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을 만들어내고 있느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은 아이디 교체가 붐을 이루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서비스할 때부터 계정을 만든 선수들은 대부분 영어 아이디를 갖고 있지만 한국에서 서비스된 시점부터 게임을 접했거나 계정 이동을 통해 국내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들의 경우 한글 아이디를 특이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가운데 방송에 부적절한 아이디를 쓰고 있지만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프로게이머가 될 경우 아이디를 바꾸면서 이미지 개선에 나서기도 한다.
탑미아라는 아마추어 팀에서 '홍콩해적'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면서 랭크 상위에 올랐던 이병권의 경우 방송 경기에 출전할 때 부적절할 수도 있다는 방송 관계자의 조언에 따라 'Hong'이라고 표기하고 대회에 나섰다. 이후 KT 롤스터 프로게임단에 합류한 뒤에는 'KaKAO'라는 아이디로 변화를 줬다.
아이디를 바꾸면서 행적을 지우는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멀록'이라는 아이디로 LOL계에서 악동으로 취급됐던 원준호는 프로게이머가 되면서 'ReSet'이라는 아이디로 바꿨다. 이전의 행적을 지우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의미심장한' 아이디 교체였다.
◆아이디는 또 하나의 인격
프로게이머들에게 아이디는 하나의 인격이다. e스포츠가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얻으면서 프로게이머들이 사용하는 아이디는 이름이나 다름 없다. 임요환이라는 한국 이름보다 'Boxer'라는 아이디가 해외 팬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해외 팬들이 홍진호를 부를 때에도 'Yellow'라고 하는 것을 보면 게임 실력만큼이나 아이디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스타크래프트2나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의 종목이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가 활성화되면서 아이디의 중요성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아이디 정화 작업에 나섰던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게이머에게 아이디는 자신의 이름이고 프로게이머에게는 아이디가 명함이나 다름 없다"며 "해외 팬들의 한국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뜻을 담은 아이디를 만드는 일은 자신의 격을 높이는 일과 같다"고 설명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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