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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 스타1의 마지막 별이 되다…허영무(3)

[게이머그라피] 스타1의 마지막 별이 되다…허영무(3)
진에어 스타리그 결승전은 서울 용산에 위치한 전쟁 기념관에서 열렸습니다. 2011년 9월17일 치러진 결승전은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였는데요. 낮에도 그다지 뜨겁지는 않았습니다.

진에어 스타리그에서 가장 유명했던 해설진들의 멘트는 "바람이 붑니다"였습니다. 스타리그가 12년 동안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트렌드가 이어져 왔는데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2회 연속 우승자는 나오기 어렵다, 즉 전 대회 우승자는 다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우승자 징크스, 프로토스 종족의 우승자는 가을에 등장한다는 가을의 전설, 데뷔 후 3년을 넘기면 스타리그에서 우승하기 어렵다는 3년차 징크스 등이 있습니다.
[게이머그라피] 스타1의 마지막 별이 되다…허영무(3)


◆바람이 붑니다
2인자들간의 결승전 매치업으로 관심을 모았던 허영무와 정명훈의 진에어 스타리그 결승은 가을의 전설과 임요환의 후예의 대결이기도 했습니다. 가을 시즌 스타리그에서 유독 프로토스 우승자가 많았다는 징크스는 허영무에게 힘을 실어 넣어주는 요소 가운데 하나였죠. 정명훈이 임요환의 후예로 꼽히는 이유는 우승한 대회 숫자보다 준우승한 대회의 숫자가 더 많았기 때문이지요. 임요환이 2001년 한빛소프트 스타리그와 코카콜라 스타리그에서 우승한 이후 4번이나 더 스타리그 결승전에 올랐는데 모두 준우승을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신다면 정명훈과 비슷하다고 느끼실 것입니다.

허영무와 정명훈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습니다. 1세트를 허영무가 가져가고 2세트는 정명훈이 받아치고 3세트에서 허영무가 이기면 4세트에서 정명훈이 따라오는 방식이었죠. 당시 중계를 맡은 전용준 캐스트와 엄재경, 김태형 해설 위원은 이와 같은 난타전의 흐름을 바람에 비유했습니다. 허영무가 이긴 세트에서는 바람이 세게 불었고 정명훈이 이길 때에는 고요했던 자연 현상을 중계에 반영했는데요. 마지막 5세트가 대박이었습니다.

'패스파인더'라는 맵에서 펼쳐진 최종전의 흐름은 정명훈에게 좋아 보였습니다. 벌처와 탱크, 골리앗을 조합해 허영무의 앞마당으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를 장악한 정명훈은 지속적으로 조이기를 시도했습니다. 허영무가 옴쭉달싹하지 못하게 길을 막으면서 압승을 거둘 것이라 보였죠. 그렇지만 허영무는 지상군으로 시간을 끌었고 모아 놓은 자원으로 캐리어를 생산했습니다. 그리고 질럿과 캐리어를 한 번에 이끌고 진출해 역전했죠. 허영무의 역공이 펼쳐지기 시작하자 해설진은 "슬슬 바람이 불어오죠?"라는 말로 허영무의 반격이 펼쳐짐을 설명했고 정명훈의 병력을 몰아내고 테란의 앞마당까지 밀고 올라가자 "가을의 전설의 바람이 분다"라고 비유함으로써 새로운 우승자의 탄생을 천하에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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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1의 마지막 우승자
진에어 스타리그에서 우승하면서 허영무가 그동안 따라다녔던 2인자 꼬리표를 뗀 것은 아닙니다. 팬들은 한 번의 우승만으로 '콩라인'을 졸업시키지는 않습니다. 어떤 코미디언의 말처럼 '그까이거 대충' 두 번은 우승해줘야만 졸업장을 받을 수 있지요.

허영무가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진에어 스타리그가 끝난 이후 스타리그는 열리지 못했습니다. 온게임넷은 후원사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대회가 열릴지 불투명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허영무가 스타리그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은 팬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갔죠.

진에어 스타리그가 끝난 뒤 무려 8개월만에 새로운 스타리그에 돌입했습니다. 티빙이 후원한 이 대회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로 치러지는 마지막 공식 리그라는 타이틀이 붙었지요.

허영무는 여느 대회와 달리 집중력을 발휘했습니다. 16강에서 이신형, 이영호, 김성대 등 날고 기는 선수들과 한 조에 포함됐지만 3전 전승, 조 1위로 통과했습니다. 8강에서도 STX의 신예 변현제를 맞아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승리했죠.

8강전에 얽힌 일화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선수난에 부딪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프로토스 자원이 터무니 없이 부족했던 거죠. 프로리그가 스타1과 스타2 두 종목으로 병행해서 치러진다고 발표되자 삼성전자의 프로토스 선수들 몇 명이 포기하면서 삼성전자에는 송병구와 허영무라는 주전 선수 두 명만이 남았습니다. 프로리그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고 두 종목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터라 허영무의 8강전 연습은 컴퓨터가 대신 해줬습니다. 컴퓨터의 인공 지능과 연습을 하면서 허영무는 씁쓸함을 많이 느꼈다고 하네요.

그래도 8강을 무난히 넘긴 허영무에게 고난이 찾아옵니다. 프로토스전 강호 가운데 한 명인 저그 김명운을 4강에서 만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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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스타1 팬들의 기억 속에 이 경기는 역대 최고의 드라마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4세트에서 허영무의 앞마당 넥서스가 파괴된 이후 펼쳐진 기적과 같은 역전승은 잊지 못할 명장면이지요.

상황은 이랬습니다. 김명운이 2, 3세트를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허영무는 1대2로 뒤처졌습니다. 4세트에서도 히드라리스크와 럴커로 가닥을 잡은 김명운이 허영무의 앞마당을 공략했고 넥서스를 깨뜨리면서 허영무에게는 패색이 드리웠죠. 유리하다고 판단한 김명운은 오버로드를 활용해 폭탄 드롭을 시도했는데 허영무가 그동안 모은 병력으로 방어해냅니다. 그러면서 일부 병력을 빼돌려 김명운의 본진과 앞마당을 타격하죠. 격차가 좁혀지자 허영무는 전병력으로 공격을 시도했고 병력이 부족했던 김명운을 상대로 희대의 역전승을 따냈습니다. 기적적으로 동점을 만든 허영무는 탄력을 받았고 5세트에서도 김명운을 흔들어대며 승리했습니다.

4강전이 너무나 극적이었던가요. 결승전 경기 내용은 그리 박진감 넘치지는 않았습니다. 정명훈과 2연속 결승 대진을 만든 허영무는초반부터 압도했고 스카우트, 캐리어, 다크 템플러 등을 활용한 다양한 전략을 선보이면서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티빙 스타리그 우승을 통해 허영무는 마지막 스타1 공식 리그의 우승자로 남았고 스타리그 사상 최초로 2연속 우승을 차지한 프로토스로 기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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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2 부적응
마지막 스타1 개인리그 우승자로 남은 허영무는 스타2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스타2를 본격적으로 연습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스타리그에 집중하느라 다른 선수들보다 적응도도 떨어졌습니다.

그러던 차에 허영무에게 새로운 별명을 만들어준 경기가 열렸습니다. 2012년 GSL 시즌5의 하부리그인 코드A에서 열린 경기였는데요. 최경민이라는 저그 선수와 허영무가 대결을 펼쳤습니다. 최경민의 본진에 차원분광기 소환을 통해 심대한 피해를 입힌 허영무는 승리의 9부 능선까지 올랐습니다. 최경민이 경기를 포기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저글링 러시를 시도했고 허영무가 앞마당에서 파수기의 역장을 통해 난입만 허용하지 않으면 항복을 받아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허영무는 이 때 파수기의 역장이 아니라 수호방패를 사용하면서 저글링 난입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추가 병력이 나오긴 했지만 저글링에 약한 불멸자가 생산되면서 허영무는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스타2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시기였다고 허영무가 항변했지만 팬들은 '수허방패'라며 새로운 별명을 붙었고 이전 별명인 '겜알못'에 이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만들었지만 허영무는 스타2에서도 적응하면서 서서히 살아나고 있습니다. 프로리그 12-13 시즌 5라운드 3주차까지 마친 상황에서 허영무는 21승20패로 다승 11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스타2에서 '택뱅리쌍'이라 불리는 '신종철로'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허영무는 스타2에 대한 자신의 적응력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스타1에서 가장 늦게 우승한 선수로 남았잖아요. 스타2에서도 가장 늦게 우승하려나봐요. 남들보다 발빠르게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남들보다 우직하게 움직이는 것은 잘합니다. 스타1과 스타2 모두 제패하는 선수가 되는 그날까지 우직하게 걸어 나갈 겁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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