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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황제 임요환과 국수 조훈현

[칼럼] 황제 임요환과 국수 조훈현
지난달 초 딸의 열이 심해 한 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 부산한 마음에 접수 창구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눈에 띄는 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임요환이었다.

3년만이었다. 온게임넷 국장을 그만둔 지 벌써 3년이 되어 가니까. 임요환도 긴가민가 했던지 처음엔 우물쭈물하다가 곧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군 입대전보다 얼굴도 건강해 보이고 왠지 키도 더 큰 거 같고, 요샛말로 소위 ‘훈남’이 돼 있었다(예전에도 훈남이었다!).
서로 안부를 묻다가, 스타리그에서 언제 볼 수 있냐고 대뜸 물었다. 임요환은 “예전보다 올라가기 더 힘들어졌어요”라며 웃음 띤 얼굴로 간단히 답했다.

맞는 말일 것이다. 예전보다 선수층도 두터워지고, 제 아무리 공군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경기력을 유지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환경이 그리 녹녹치는 않았을 것이다.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군 제대 후 복귀를 꿈꿨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나는걸 보면서, 20대 중반만 넘어도 은퇴의 기로에 서야 하는 비애가 십분 공감이 가는 바다.

하지만 임요환은 실력 뿐만 아니라 열정이 있고, 무엇보다 책임감이 강하다. 그래서 그렇게 오랫동안 황제의 자리에 앉아있었던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임요환은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의미 있는 복귀를 기대하고 또한 믿는 것이다.
필자는 온게임넷을 떠나 바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두뇌전략게임 바투라는 게임을 만들었고, 그런 연유로 많은 프로기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조훈현 국수다. 국수란 프로기사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작위. 최연소로 프로에 입문했고, 1980년대 말에는 세계 대회 우승을 기념해 김포공항에서 시청까지 카 퍼레이드를 했던 바둑계의 살아있는 역사다. 이창호 국수의 스승이기도 한 그는 환갑의 나이를 앞 둔 지금도 현역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그가 바투 인비테이셔널 대회 출전에 선뜻 응한 것은 필자로서도 놀랄 일이었다. 천하의조훈현이 게임부스에 들어가서, 헤드셋을 쓰고 경기를 하는 모습을 그 누가 상상할 수나 있었겠는가? 물론 이번 대회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는 낯선 환경 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변화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바투의 발전이 바둑에 도움이 된다는 신념 하에서 말이다.

누구에게나 변화의 시기는 찾아온다. 누군가는 그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 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그 파도에 몸을 싣고 유유히 서핑을 즐기기도 한다.

임요환은 누가 뭐래도 프로게이머의 대명사이다. 그리고 프로게이머의 역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치열하게 부딪히고 그리고 변화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조훈현이 그의 제자 이창호와 그러했듯, 30년 후의 임요환이 20년 후배 프로게이머와 스타크래프트 한 경기를 멋지게 하는 즐거운 상상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이플레이온 황형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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