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를 대표하는 아이콘인 SK텔레콤 임요환 선수와 오랜 기간 게임단 감독직을 수행해온 STX 소울 김은동 감독, 명문 게임단 KT 롤스터의 프런트로 활동 중인 고훈석 과장, MBC게임에서 프로리그를 비롯해 굵직한 대회를 맡아왔던 송지웅 PD,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국장,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팀장이 좌담회에 참석해 e스포츠계가 걸어온 10년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4편은 e스포츠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계화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강력한 추진체가 될 수 있는 정식 체육 종목화에 대한 토론 내용입니다.<편집자주>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을 표방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높아져 한국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체육 정식종목화도 e스포츠계의 화두 중 하나다. 체육 종목으로 채택될 경우 여러 방면에서 e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한 관계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남윤성=세계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한국의 e스포츠가 미국 MLB나 유럽의 EPL과 같은 경쟁력 있게 발전할 수 있을까. 시스템 수출이나 중계권 수출 등이 이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될 것으로 보나.
◇STX 소울 김은동 감독(앞), SK텔레콤 T1 임요환 선수(뒤)
▶김은동=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경우에 선수들이나 게임단까지 혜택이 돌아올 것인지 생각하면 회의적이다. 협회가 프로리그 중계권을 판매하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아는데 구단 몫은 한 푼도 없었다. 협회든 어디든 수익이 생겨서 재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 정도만 돼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남윤성=스타크래프트2가 전세계적으로 런칭되고 한국의 스타크래프트2 리그의 인기가 높다면 해외 선수를 영입할 생각이 있나.
▶고훈석=충분히 가능하다. 좋은 선수가 외국에 있다면 여러 나라에서 좋은 선수를 데려올 생각이 있다.
▶남윤성=SK텔레콤은 중국인 선수를 영입하기도 했는데.
▶임요환=회사에서는 큰 기대를 하고 영입했는데 기대에 미치는 못했다. 그 전에도 헥사트론에서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한국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화되지 않는 한 머지 않아 중국에서 중계권을 사와서 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말로만 하자 하지 말고 구체적인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김철학=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분명 현 상황이 한국 e스포츠의 터닝 포인트이지만 비관적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 중계권을 사오는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중국에는 중계권을 판매할 주체조차 없다. 중국에서 많은 대회가 열리는 것은 중국시장이 단지 인구가 많고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협회가 안일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은 분명 아니다. 스타크래프트2가 분명 우리에게 기회이겠지만 오히려 블리자드에게 기회일 수도 있다. e스포츠와 잘 결합한다면 서로 성공하는 것이다.
▶김은동=솔직히 해외에서 한국에 와서 어떤 부분을 벤치마킹하겠나. 방송, 리그, 사실 배울 게 없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종주국이라서 우리만 갖고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유명한 게이머들과 구단을 꾸려가는 방법 정도 외에는 없다. 방송 시스템은 금방 따라올 수 있고. 중국이나 미국 방송에서 금방 할 수 있다.
정말 차이 나는 부분은 10년 동안 배출한 선수들과 그 밑바닥에 깔린 시스템이다. 임요환 선수가 이야기한 중국에서 중계권 사오는 이야기는 충분히 현실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되고 중국에서 대회를 열고 흥행에 성공해서 돈이 넘치면 한국 유명 선수들 스카우트해갈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중계권 사서 봐야 한다.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우리가 돈을 내고 사서 봐야 하듯이.
경기인의 입장에서는 스타크래프트2가 나오고 세계화된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협회나 정부에서는 주도권이 한국에 있기를 바라지만 선수들은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있고 더 좋은 대우와 인기가 있다면 굳이 한국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야구를 미국에서 하고 축구는 유럽에 가서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보다 더 큰 무대가 해외에 생긴다면 거기 가서 뛰면 되는 문제일 수 있다. 경기인들의 고민은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이 스타크래프트2로 어떻게 자연스럽게 넘어가냐는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 그 외의 분들은 다른 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고.
▶송지웅=김 감독의 말이 맞다. 미국에서는 이미 e스포츠 방송을 시도했고 우리와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장기적으로, 영속되지 못하고 2~3년만에 중단됐지만 당시에는 매우 큰 화제였다.
▶김은동=가장 중요한 부분이 그런 부분이다 선수들을 보호하고. 선수들 처우도 개선하고 국내에서 계속 뛸 수 있게 관심 높이고 시장 키워가야 한다. 워크래프트3 장재호가 왜 몇년 동안 해외에서 스폰서를 받으면서 중국 리그에서 뛰었나. 그 동안 한국 워크래프트3 팬들은 장재호의 경기를 보기 위해 중국의 VOD 봤다. 현실이 그렇다.
▶송지웅=스타크래프트2 나오면 종주국은 중국이 될 수 있다.
▶임요환=운전자 경력은 한국이 좋아도 엔진은 중국이 좋다. 중국을 무시할 수 없다.
▶남윤성=체육 정식 종목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협회가 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
◇한국 e스포츠협회 김철학 국장(좌), STX 소울 김은동 감독(우)
▶김철학=세계화나 체육 정식 종목화 모두 한 주체가 혼자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일선에서 행정을 발의해야 하는 것이 협회이니 많이 노력할 것이다. 스타크래프트2에 대해서도 많은 준비를 할 것이고. 한국이 메이저 시장이 되면 한국 선수들의 수출이나 중계권 수입이나 그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2가 나온 다음에 준비하면 늦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고 스타크래프트2 선수 양성 방안도 마련하고 있고. 지금 데려오면 실패하고 용도폐기되겠지만,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스타크래프트2 때 할 수 있다. 블리자드가 아무리 e스포츠 모드를 게임에 넣고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해도 선수가 한국에 있으면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 앞으로 모든 이들, 협회, 미디어, 경기인의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합심해서 노력하면 분명히 좋은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정식 종목화도 바둑보다는 빨리 결과물을 낼 것으로 본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도 e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4개년 계획으로 2013년 정도에 결실을 맺고 싶다. 준가맹 단체로 가입하면 2년이 지나야 정가맹단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4년을 잡았다. 정가맹단체가 되면 혜택이 많다. 선수들의 직업 선택 다양성이라던지. 구단이 수익 모델 마련하고 인프라 만드는데 수월해진다. 정부에도 예산 지원 근거가 생기고. 정가맹단체가 되면 협회 자체적으로도 아마추어 육성이나 스포츠 토토 등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여러 의미가 있는 정가맹단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남윤성=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느낀 점, 소감을 듣고 좌담회를 마치겠다.
▶임요환=e스포츠라는 곳에서 가장 상층부가 팬이고 가장 아래에 위치한 파트가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비관적인 얘기와 우는 소리를 많이 하게 된다. 죄송스럽다. 여태 선수들이 있기까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도움이 많이 됐다. 내 생각과 다른 부분에서 시야를 넓혔다. 내가 선수로서 얼마나 더 할 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다른 선수들이 같이 이런 자리에 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후배들 중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가 이 자리에 서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이제동 선수가 랭킹 1위이니 이 자리에 어울릴 것 같다. 1위 하는 선수는 게임만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자리에서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야 하고 전체적으로 e스포츠계가 움직이는 방향 등을 잘 들어야 한다.
▶김은동=짧은 시간이었지만 의미 있는 자리였다. 가끔 협회에 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괴롭히기도 하고. 좋게 표현하면 e스포츠에 열정이 있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소리를 한다. 지금에 만족하면 할 얘기가 없다. 하던 대로 하면 되는데. 다들 어렵고 힘들고 서로 싸우기도 하면서 좋은 것 찾아내고 발전한 것이 e스포츠다. 산업화도 중요하지만 산업에만 얽메여서도 안된다. 이런 자리를 통해 여러 분야 종사자들이 만나서 이야기 나누다 보면 문제도 해결되고 좋은 환경도 마련되지 않겠나.
▶김철학=좋은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선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지금이 중요한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 협회가 물론 앞장서서 비전도 제시하고 더 많은 노력하겠지만 구단과 미디어, 선수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좀 더 많은 노력을 한다면 앞으로의 10년은 훨씬 희망적일 것이다. 지금 시장보다 커질 것이라 본다. 여기서 정말 잘해야 한다. 각 주체들 간의 이해관계만 앞세우기 보다는 합심하는 일이 중요하다.
▶고훈석=좋은 자리였다. 앞으로 세분화된 주제로 더 많은 자리가 있기를 바란다. 내년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데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다짐을 갖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e스포츠가 독립되고 쳬계화된 산업으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송지웅=프런트이자 PD로 e스포츠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임요환 선수 이야기대로 팬들을 위해 다른 주체들이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협회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땐 실어주고, e스포츠 중심의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방송국도 준비하겠다.
▶남윤성=내년에도 이런 자리를 만들어서 주제를 좁혀 같이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도록 하겠다.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고민을 혼자 하기 보다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 필요하다. 두 시간 동안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정리=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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