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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토크] 쪽지 정치

24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2010년 신인 드래프트 장에 종이 쪽지가 등장했습니다. 이례적인 일인데요. 드래프트할 선수에 대해 지명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을 담은 쪽지였습니다.

한국e스포츠협회 드래프트 규정에 따르면 공군을 제외한 11개 프로게임단은 2명의 우선 지명 선수를 보유하고 5명까지 선발할 수 있습니다. 우선 지명 선수란 각 프로게임단이 보유하고 있는 연습생이나 수련 선수 가운데 드래프트에 나선 선수를 지명하면 다른 팀이 선택할 수 없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이후에는 자유 지명으로 리그 성적 순에 따라 스네이크 방식으로 드래프트에 임합니다.
쪽지가 등장한 이유는 자유 지명 선수 가운데 데려가고 싶은 선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학원 스포츠가 안정화되지 않은 e스포츠는 커리지매치를 통해 선발된 선수 가운데 몇 명씩을 팀에서 연습생으로 선발해서 육성합니다. 따라서 우선 지명 선수가 아니더라도 팀에서 연습생으로 보유하고 있는 선수에 대해서도 자유 지명 과정을 통해 뽑겠다는 뜻이지요.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들이 의견을 밝히는 동안 각 팀 감독들은 원하는 선수의 이름과 종족을 적어 쪽지를 돌렸습니다. 소속 팀에서 5~6개월 가량 연습생으로 훈련시켰던 선수들을 선택하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 방식은 편법입니다. 드래프트에 자유 지명 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은 서로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팀 컬러에 맞는 선수를 뽑으라는 경쟁 논리입니다. 쪽지를 돌리면서 지명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자기 팀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뜻도 담겨 있지만 다른 팀이 갖고 있는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드래프트에 참가한 감독들 사이에서는 쪽지를 폐지하자는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자유 지명 제도의 취지를 살리자는 주장이었는데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사실 원칙적으로는 쪽지가 돌아다녀서는 안되지만 편법적으로 돌린 일에 대해 폐지하자는 말이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룰을 지키자는 제안이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언젠가는 드래프트 현장에서 쪽지가 사라질 날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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