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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AGAIN 2005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매치업은 완성…팬 호응 필요할 때

2002년 한일 월드컵은 FIFA가 주최한 월드컵 가운데 최초로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공동 주최함으로써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한국 국가 대표팀은 4강까지 오르는 선전을 펼치면서 주최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운 것은 물론, 아시아 축구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한국이 주최를 했고, 축구 대표팀이 좋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지만 응원단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전국 방방곡곡 대형 스크린이 있는 곳이라면 어린 아이부터 어른신들까지 남녀노소, 세대불문 거리 응원에 나섰다.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은 매일같이 한국 국민들이 붉은 셔츠를 입고 응원하는 모습을 취재했고 축구를 통해 한국인의 열정이 뿜어나오고 있다고 타진했다.

이 과정에서 잊을 수 없는 응원 문구가 있다. 'AGAIN 1966'이라는 문구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여전히 회자되고 있지만 'AGAIN 1966'은 한민족의 반쪽인 북한과 한국이 이어지는 교량의 의미까지 담고 있기 때문에 뭉클하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은 8강에 올랐다.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1대0으로 꺾은 북한은 아시아 국가로서는 최초로 8강에 진출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16강 상대가 이탈리아였기에 1966년 북한이 해냈던 것처럼 한국도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해달라는 팬들의 염원이 담긴 응원 문구였다.

앞으로 이틀 남은 광안리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이와 비슷한 문구를 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AGAIN 2005'. e스포츠 업계에서 2005년은 기념비적인 해로 꼽힌다. 광안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12만 명이라는 인파가 몰리면서 역대 최대의 e스포츠 행사로 기록됐다.
프로리그는 단숨에 e스포츠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떠올랐고 팀들은 프로리그에 전념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됐다. 2005년에 모인 팬들의 열정 덕에 2006년 들어 프로게임단들이 하나둘씩 기업과 손잡고 재창단했고 2007년에는 공군이 에이스 프로게임단을 창단하면서 현 12개 프로게임단 체제가 구축됐다. 이 모든 과정에서 광안리 12만 명이라는 숫자가 유의미하게 작용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6일에 열리는 사상 최초의 국산 게임 프로리그인 생각대로T 스페셜포스 프로리그 결승전과 7일 신한은행 프로리그 결승전에는 최고의 팀들이 올랐다. 스페셜포스 부문에는 STX 소울과 KT 롤스터가, 스타크래프트 부문에는 KT 롤스터와 SK텔레콤 T1이 진출했다. 아직 팬 저변이 두텁지 않은 스페셜포스로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을 소개하고, 선수들의 실력을 알리는 자리라는 점에 의미를 둬야 하겠지만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은 2005년과 같은 대성공을 이뤄야 한다.

'e스포츠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SK텔레콤 T1과 KT 롤스터가 2005년에 이어 5년만에 재격돌한다. 두 팀 모두 세대 교체를 단행하면서 면면이 대부분 바뀌었지만 전통과 역사를 이어온 강호다. SK텔레콤은 임요환과 최연성 등 전설적인 인물들이 현역과 코치로 남아 있고 KT는 공군에 입대한 박정석과 홍진호가 광안리 현장을 찾기에 레전드와 현역이 한 자리에 어울리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 업계에서는 KT와 SK텔레콤의 결승전이 성사되길 내심 바랐다. 최근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 사태로 인해 시끄러웠고 블리자드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면서 향후 리그 판도가 확정되지 않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e스포츠의 위기라고도 하고 스타크래프트 중심의 비정상적인 성장방식 때문에 일어난 불상사라고도 한다. 이유야 어떻든 위기라고 비판만 한다면 더 이상의 성장은 없다.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6일과 7일 이틀 동안 열리는 광안리 결승전은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기회다. 국산 게임도 프로리그화되면서 활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야 하고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또한 한국의 e스포츠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물임을 과시해야 한다. 단순히 경기만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 방송, 마케팅, 보도 등 한국이 갖춰 놓은 e스포츠 시스템이 풀가동되는 노력의 산물임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 바로 팬들의 성원이다. 위기를 기회로 돌리는 과정에는 업계 관계자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팬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광안리 12만 명을 모았던 2005년의 결집된 힘을 팬들이 보여준다면 한국 e스포츠의 향후 10년을 좌우할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또 팬들의 편의와 볼거리를 위해 한국 e스포츠 협회는 물론, 12개 프로게임단과 방송사들은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단순히 결승에서 맞대결하는 팀의 구성이 같다고 해서 'AGAIN 2005'를 외치는 것이 아니다. 2005년에 얻었던 결과물이 5년 동안 e스포츠계를 끌고온 프로펠러가 됐다면 2010년에 거둔 수확은 10년 대계를 마련해야 할 업계의 자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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