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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김민철 "웅진의 적자(嫡子)로 거듭나고파"

이재균-김남기-김명운 세 명의 멘토 덕에 성장
09-10 시즌 위너스 준PO 통해 입신양명
이제동 롤모델…웅진 광안리 우승이 1차 목표


2008년 여름에 창단한 웅진 스타즈는 3년이 지난 10-11 시즌 프로리그에서 포스트 시즌 진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지난 두 번의 시즌 동안 불안정한 전력과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6위에 가까스로(?) 들지 못했던 웅진은 10-11 시즌 5라운드에서 상승세를 타면서 4위에 랭크됐다. 1위부터 3위를 지키고 있는 팀들과는 격차가 다섯 경기 가랼 벌어져 있어 따라잡기 어렵겠지만 중위권과의 차이를 계속 벌리면서 포스트 시즌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웅진이 3년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그 신예 김민철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김명운, 윤용태가 여전히 팀 내 다승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10-11 시즌 초반 이적한 박상우와 4라운드 막판 영입한 이재호도 있지만 김민철은 쟁쟁한 선배들을 넘어서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5라운드에 들어와서는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면서 8전 전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웅진의 '신성장동력'이라 부를 만한 김민철을 만났다.



◆웅진 이름으로 처음 뽑은 인재
웅진 스타즈의 전신은 한빛 스타즈다. 한빛소프트라는 게임 회사가 유지하고 있던 이 게임단은 2007년말 모 기업의 경영난으로 인해 팀을 해체할 뻔했지만 웅진이 게임단 인수를 결정하면서 가까스로 살아났다.

김민철은 웅진 스타즈라는 이름으로 처음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한 인재다. 김준영, 윤용태, 김명운 등 한빛 스타즈에서 한솥밥을 먹던 선수들이 그대로 웅진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김민철은 한빛의 유니폼을 입어본 적이 없다.

"2008년 하반기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됐고 10월부터 숙소 생활을 했어요. 온라인 연습생 자격으로는 한빛 소속이었지만 웅진의 유니폼을 처음 입어봤죠. 아마추어 선수들 사이에서 한빛이 기피 대상이었지만 저는 이재균 감독님을 믿고 연습생 테스트를 봤죠."

웅진 스타즈가 되기 전 한빛 스타즈는 지는 해였다. 기업의 사정이 좋지 않게 된 것도 이유였지만 2006년부터 기업과 게임단이 힘을 합치면서 다른 팀들의 처우가 급격히 상승했고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었던 한빛은 대우가 그리 좋지 않다고 소문이 났다. 그 결과 드래프트가 열릴 때에도 한빛은 선수들로부터 인기가 없는 팀으로 전락했다.

"저한테 대우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게임을 가르쳐줄 스승이 필요했고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이 절실했던 거죠. 이재균 감독님의 평판이 좋았고 김준영 선배가 다음 스타리그에서 우승하면서 멘토가 되어 줄 것이라 믿고 지원했어요."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아마추어라면 이 팀, 저 팀 돌아다니며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팀을 찾기 마련이지만 김민철은 한빛만 고집했고 두 번의 테스트를 통해 선발됐다. 그리고 웅진 스타즈에 입단하면서 프로 자격을 얻었다. 웅진맨 탄생의 씨앗이었다.



◆이름을 알린 계기
김민철이 주전으로 뛰게 된 건 10-11 시즌이었다. 이전까지는 5명의 주전에 들지 못했기에 가끔 이재균 감독이 기량 테스트를 위해 기용한 것이 전부였다. 몇 번 되지 않는 기회를 받았지만 주머니 속의 송곳은 숨길 수 없는 법. 김민철은 대박을 터뜨리며 이름을 알렸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09-10 시즌 웅진은 위너스리그 준플레이오프에서 STX 소울을 상대했다. 웅진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게 된 첫 포스트 시즌-정식 기록에 들어가지 않는 이벤트 대회다-에서 이재균 감독은 김민철에게 출전 명령을 내렸다.

"김구현 선수가 나올 경우에 대비하라고 지시하셨어요. 포스트 시즌처럼 큰 대회는 선배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저한테 찬스가 오더라고요. 죽어라 연습했죠. 이겼어요. 승자연전방식이라 또 경기를 치르는데 STX에서 계속 저그를 기용하시더라고요. 한 번 이기고 나서 감을 잡으니까 흐름이 이어지면서 올킬까지 해냈어요."

데뷔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예가 포스트 시즌처럼 큰 무대에서 STX와 같은 강호를 올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한 경기로 인해 김민철은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모았고 MBC게임 히어로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선봉으로 출전하는 기회를 얻었다. 물론 결과는 이재호에게 패했지만 김민철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었다.

이후 김민철은 09-10 시즌 4, 5라운드에서 꾸준히 출전했고 두 라운드에서 10승7패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세 명의 스승
김민철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을 놓은 사람은 세 명이다. 김민철의 가능성을 보고 선발한 이재균 감독이고 현재 공군 에이스에서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김남기 하사, 그리고 김민철이 '애증의 관계'라고 표현하는 김명운이다.

김민철은 이 가운데 김남기와의 인연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2009년 김남기가 선수 생활을 접고 코치로 잠시 활동할 때 이재균 감독은 김남기에게 김민철을 전담시켰다. 윤용태나 김명운은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할 능력을 갖고 있지만 김민철은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했기에 기량이나 생활, 정신 자세를 다름어주라는 지시였다.

"김남기 코치님과 함께한 한달이 저를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연습할 때 뒤에 앉아서 세심하게 봐주셨고 연습이 끝난 뒤에는 같이 생활하면서 프로게이머로서 갖춰야할 마음 가짐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코치님이 선수 시절에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희로애락에 대응하는 방법을 전수해주셨죠. 그 때에는 마음에 와닿지 않았지만 힘들 때마다 말씀이 생각나면서 마음을 다잡게 되죠."

두 번째 스승은 김명운이다. 김준영과 김명운에게 고차원적인 저그 종족의 능력을 배운 김민철은 김명운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김준영이 친절하게, 세심하게 가르쳐주는 선배였지만 함께 생활한 기간이 얼마되지 않고 김명운은 퉁명스럽긴 하지만 어깨 너머로 참 배울 것이 많은 선배였다고.

"김명운 선배와 장난을 많이 치는 사이이고 언론에 노출될 때에는 서로 무시하는 듯하지만 기량에 대해서는 두 말할 나위 없는 선배입니다. 요즘 제가 성적을 더 잘내면서 우쭐하지만 웅진의 저그 에이스는 김명운 선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제가 넘어야 할 벽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끝으로 김민철은 이재균 감독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감독이 김민철을 선발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흔들리거나 성적이 좋지 않게 나왔을 때 따끔한 지적을 통해 바른 길로 인도해줬다는 것이다.

"1년반 전에 양대 개인리그 예선 최종전에서 저그를 만나 모두 떨어졌어요. 예선을 치르기 전에 감독님께서 하루에 저그전 20경기 이상 연습하고 예선을 치르라고 지시하셨는데 제가 듣지 않았거든요. 그 때 이후로 감독님 말씀은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습니다. 그 덕에 제 저그전 실력이 많이 늘었죠."

최근에 김민철은 이 감독으로부터 한 번 더 꾸지람을 들었다. 프로리그 5라운드 초반 연승하면서 잘 나가던 김민철은 ABC마트 MSL 16강전에서 CJ 신상문을 만나 여유롭게 경기를 펼치다가 탈락하고 말았다. 김민철은 이 감독과 단독 면담을 가졌고 독기와 승부욕이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후 프로리그에서 연승하면서 5라운드 성적만 놓고 보면 이영호, 이제동보다 나은 성적을 내고 있으니 이 감독의 독설이 몸에 좋은 쓴 약으로 작용한 셈이다.

◆퀸의 탄생과 장자를 둘러싼 싸움
웅진 스타즈의 저그 라인은 '퀸'이라는 유닛 하나로 설명된다. 공식전에서 김명운이 자주 사용하게 되면서 퀸의 재발견을 이뤘다는 평을 받고 퀸의 아들로 별명이 지어지면서 시작된 웅진 저그 라인과 퀸의 인연은 바통을 이어받은 김민철이 '퀸의 차남'이라 불리며 이어졌고 KT로 이적한 임정현까지 퀸으로 흥했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정점에 다다랐다.

웅진에서 퀸은 어떻게 재발견된 것일까. 김민철의 설명은 이렇다.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퀸으로 탱크를 잡더라고요. 아마 임정현 선배였을 거에요. 그러면서 저그 선수들 사이에서 들불처럼 유행이 번졌죠. 이전까지 저그전과 프로토스전에서 공중 유닛을 잡기 위해 퀸의 인스네어를 쓴 적은 있지만 브루드링은 거의 쓰지 않았거든요."

신기하게 느껶던 김민철도 퀸 대열에 동참했고 서서히 전략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먼저 방송 경기에 사용한 것은 김민철이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웅진 저그가 만들어진 트렌드였다. 김민철도 이 전략으로 CJ 신상문, SK텔레콤 정명훈 등을 잡아내며 '차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임정현의 KT 이적 이후 웅진 내부에서는 김명운과 김민철 간의 '퀸' 적자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페이스가 좋은 김민철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명운 선배가 이전 별명인 '어린 왕자'로 돌아가고 내가 퀸의 아들, 퀸의 장남으로 불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김민철의 말처럼.

◆이제동처럼 되고파
김민철은 목표가 확실하다. 롤모델은 김명운이 아니라 이제동이다. 저그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이제동을 보고 있노라면 심장이 두근두글하다.

"너무나 완벽한 저그 플레이어라고 생각합니다. 세 종족전 모두 고른 기량을 갖고 있고 집중력이나 승부욕은 정말 본받고 싶을 정도로 부럽습니다."

일단 눈 앞으로 다가온 프로리그 정규 시즌에서 김민철의 목표는 웅진을 광안리 결승전에서 우승시키는 것이다. 이제동이 입단 2년차만에 주전으로 입지를 굳히면서 화승에게 2007시즌 통합 챔피언 타이틀을 안겼던 것처럼. 김민철의 힘으로 웅진이 우승하게 된다면 김민철은 진정한 '웅진의 아들'로 기록될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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