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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박태민 해설 위원 "'해설 바보' 될래요"

해설자로 변신한 프로게이머 가운데 박태민만큼 짧은 기간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우선 데뷔를 위너스리그 준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 시작한 것부터 큰 모험이었다. 그리고 쏟아졌던 수많은 질타, 유일하게 우승팀을 맞추는 '무당해설'로서 가능성, 그리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칭찬 등 2개월 동안 그는 남들이 2년 겪어야 할 일을 모두 경험했다.

해설자로 데뷔하기 전 인터뷰에서 박태민은 자신감에 충만했다. 공군에서 이벤트를 다니면서 해설자 역할을 자주 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연습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달 후 만난 박태민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가 말했다. "어떤 일이든 쉬운 일은 없지만 해설자의 길은 정말 어렵네요" 라고.

과연 무엇이 박태민을 그토록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해설 이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솔직한 박태민의 이야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자.

◆혹독한 해설 데뷔
박태민은 위너스리그 준플레이오프에서 혹독한 데뷔전을 치렀다. 박태민은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전혀 기억 나지 않는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는지 긴장을 많이 했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단다.

박태민은 운이 없다. 그리고 또 운이 좋다. 어떤 해설자가 준플레이오프를 데뷔 무대로 삼을 수 있단 말인가. 박태민은 온게임넷 해설자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위너스리그 준플레이오프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 톤과 억양을 부담스러워 했다. 스타 관련 커뮤니티에서 박태민의 해설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준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 데뷔를 했기 때문에 다른 해설자들이 데뷔했을 때보다 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처음에는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해설자가 큰 무대에 서볼 기회를 이렇게 빠르게 얻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거든요. 후 폭풍은 생각하지 못한 거죠(웃음). 큰 무대인 만큼 비판 또한 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고 '나는 운이 좋지만 또 운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박태민은 좌절하지 않았다. 초반 이 정도의 반응은 예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다 서툴기 마련이라는 생각 덕분에 박태민은 큰 좌절 없이 더 잘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좌절할 시간이 없었어요. 비판을 일일이 읽을 시간은 더더욱 없었죠. 사실 무엇이 문제인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계속 연습했어요. 5라운드 시작 전까지 2주 정도 시간이 있더라고요. 2주 안에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제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무당해설'? 부담스럽죠"
혹독한 데뷔전을 치른 박태민에게도 한줄기 빛은 찾아왔다. 의례 결승전 전에 있는 해설자 예상에서 박태민은 혼자 "SK텔레콤이 4대1 혹은 4대2로 우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결과는 박태민의 예상대로 SK텔레콤이 우승을 차지했다. 해설자로 데뷔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박태민에게는 '무당해설'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모두의 예상과 정반대의 예상을 할 수 있었던 박태민의 힘은 바로 '경험'이었다. 가장 최근까지 프로게이머로 활동했고 SK텔레콤에서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떤 해설보다 팀 상황이나 근황에 대해서 깊이 알 수 있었다. 박태민이 다른 해설 위원과 차별을 둘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기도 하다.

더욱 대단한 것은 세부적인 내용까지 모두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는 점이다. 박태민은 "SK텔레콤에서 저그를 적극적으로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당시 SK텔레콤 저그 라인의 성적은 참담했기 때문에 이 같은 예상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박태민의 예상대로 SK텔레콤은 선봉으로 저그 이승석을 내보냈다.

또한 "SK텔레콤 프로토스가 이영호를 깰 필살 빌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영호가 최종 주자로 나오면 무조건 김택용이 출전해 그 빌드를 쓸 것"이라고 한 말도 그대로 실현됐다. SK텔레콤은 이승석이 3킬을 기록한 뒤 대장으로 이영호를 불러냈고 김택용이 이영호를 꺾어내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모든 것이 박태민의 예상대로 진행된 것이다.

"한 경기로 '무당해설'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느낌이 그랬던 것뿐이에요. 원래 예상이라는 것은 반반의 확률이고 틀릴 때와 맞을 때가 번갈아 가며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무당해설'이라는 별명은 부담스럽습니다. 차라리 '필 해설'이라고 불러주세요(웃음). 만약 제가 더 나은 해설을 하게 되고 예측 해설을 잘 하게 됐을 때 그 별명으로 불렸으면 좋겠네요."

박태민은 겸손했지만 팬들은 이미 저그 선수들의 플레이를 예측하는 박태민의 해설에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대로 저그 선수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팬들은 '저그 해설은 박태민이 최고'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저그 선수들의 움직임을 잘 읽어내는 것은 해설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요. 최근까지 프로게이머로 뛴 선수가 그 정도의 해설도 못하면 안되죠.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노력해야 해요. 아직 멀었습니다."

◆멀고 먼 해설자의 길
쉬울 것이라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박태민은 해설자의 길이 이렇게 멀고도 험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해설자가 게임만 잘 보고 말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 박태민의 설명이었다.

"목소리 톤에 대한 지적을 받아 다음 경기 때 톤을 신경 쓰면 다음에는 발음에 대한 지적을 받아요. 그래서 두 가지를 조심하다 보면 해설 내용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하나씩 고쳐나갈 때마다 고칠 것들이 더 생겨나고 있습니다(웃음). 정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는 말은 진리인 것 같아요(웃음)."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는 박태민의 마음 속은 새카맣게 타 들어 가고 있었다. 더 잘하고 싶은데 빨리 늘지 않는 것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 제가 가장 고쳐야 할 점은 전달력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렇게 되면 말이 많아지거든요. 하지만 해설을 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압축해서 해야 해요. 그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해설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 일도 박태민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자신의 개성을 담은 멋진 해설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큰 박태민의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박태민의 세팅을 뛰어넘은 이영호
박태민이 해설자로 변신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팬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바로 '세팅'이었다. 과연 세팅을 오래 하는 선수 때문에 시간을 보내야 할 때 박태민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태민은 의외로 덤덤했다. 박태민은 "고민할 것이 없어요. 해설자들이나 캐스터가 저에게 물어 오는 것만 대답하면 되잖아요(웃음). 앞으로 몇 번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될 것 같은데요"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박태민은 "세팅에 관해 나를 뛰어 넘은 선수가 있다"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박태민이 꼽은 세팅의 최고봉은 바로 KT 이영호였다.

"적어도 저는 자를 가지고 다닌 적은 없어요(웃음). 그리고 경기가 시작하고 난 뒤 일꾼을 나누고 다시 자로 마우스 길이를 재지도 않았고요(웃음). 제가 볼 때는 시간만 빼면 (이)영호가 저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해요(웃음)."

박태민은 이영호의 그런 모습에서 소름이 돋았다고 고백했다. 다른 선수들은 이영호의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했다. 실력이 좋은 선수가 더 완벽한 환경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프로게이머라면 저 정도의 준비성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저를 변명하기 위해서가 절대 아닙니다. 저는 이영호를 보면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조금 더 좋은 성적을 위해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 쓰는 모습이 바로 프로 아닐까요? 준비성과 철저함이 지금의 이영호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박태민은 해설을 할 때도 세팅을 할까? 대답은 "예"였다. 박태민은 해설을 할 때도 어김없이 세팅을 한다. 준비한 자료를 모두 펼쳐놓고 목을 보호할 수 있는 따뜻한 차를 준비한다. 시간이 촉박해도 꼭 세팅을 하고 나서야 해설자 자리에 앉는다.

"유별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제가 실수도 많이 하고 덜렁대는 성격이거든요. 완벽한 모습을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줄이기 위해 세팅을 하는 것뿐입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이유에서죠. 실수 많은 박태민이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설 바보
딸을 워낙 아끼는 아버지를 가리켜 사람들은 '딸 바보'라 부른다. 그렇게 따지면 박태민은 '해설 바보'다. 해설밖에 모르고 해설을 잘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 이정도 되면 그는 '해설 바보'라 불리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방송 활동을 활발히 하는 이유는 해설을 더 잘하고 싶어섭니다. 생방송을 많이 해야 해설을 할 때 긴장을 덜 하거든요. 내 생각을 압축해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방송을 많이 해야 가능하더라고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이유는 바로 '해설을 잘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무방해요."

걸어갈 때도 잠 잘 때도 박태민의 머리 속에는 온통 '해설을 잘하기 위해서'라는 생각뿐이다. 너무나 부족한 자신이기에 아직도 고쳐야 할 것들, 보완해야 할 것들이 넘쳐난다. 단기간에 그것들을 모두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설'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좋은 해설을 하고 싶어요. 불가능 하지만 시청자들을 100% 만족시키는 해설을 하는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고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지켜봐 주시면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 드려요."

박태민은 자신이 해설을 하게 되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분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평소 친분이 있는 (김)정민이형, (박)용욱이형과 해설을 하게 된 것은 행운이에요. 정말 많은 것들 것 가르쳐 주고 계시거든요. 또한 1대1 연습을 요청할 때마다 귀찮은 내색 한번 없이 시간을 내주시는 전용준 캐스터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는 성승헌 캐스터 그리고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섞어 주시는 이학평 PD님께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는 시청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해설로 변신한 박태민 많이 사랑해 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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