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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LOL에 푹 빠진 온게임넷 김태형 해설 위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게임 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가있었어요. 그래서 인터뷰 시간도 잊었네요(웃음).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는 게임인 것 같아요."

분명 인터뷰 약속 시간까지 모두 정한 뒤 전화를 끊었었지만 하루 뒤 김태형 해설 위원은 다시 전화를 걸어 약속 시간을 되물었다. 게임을 하다 전화를 받아서 그런지 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에 푹 빠진 김 해설 위원은 인터뷰 시간 전까지도 LOL을 하다 뛰어나왔다고 한다.

한국에서 서버를 열고 난 뒤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LOL. 얼마 전 스타크래프트를 누르고 PC방 점유율 4위를 기록하는 등 최근 등장한 새로운 게임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게임의 인기가 높은 만큼 LOL리그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얼마 전 열렸던 LOL 인비테이션 현장에는 새벽 6시 반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결국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 바깥까지 줄을 이어서기도 했으며 관람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 사람들도 상당했다.

이처럼 LOL에 열광한 게이머들 가운데는 온게임넷 김태형 해설 위원도 포함돼 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게임이 나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김 해설 위원은 현재 LOL 방송 '나는 캐리다'를 진행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 해설 위원은 방송을 하기 전부터 이미 LOL에 빠져있었다는 것. 스타리그 개최가 계속 뒤로 미뤄지면서 김 해설 위원은 취미 삼아 했던 LOL이 이정도로 재미있을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진에어 스타리그 결승전 이후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반가운 얼굴 김태형 해설 위원이 말하는 LOL에 대해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자.

◆운명처럼 만난 게임
김태형 해설 위원의 별명은 '김캐리'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프로토스 유닛인 캐리어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붙은 별명이다. 그런데 LOL 방송에서도 그는 '김캐리'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스타크래프트 팬들은 왜 LOL 방송에서도 '캐리'라는 이름을 쓰는지 궁금해 할 수밖에 없다.

신기하게도 LOL에서도 '캐리'라는 이름이 있다고 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종류의 챔피언을 가리켜 '캐리'라고 부른다고. 현재 LOL에서는 '캐리'라는 뜻이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경우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즉 '캐리했다'는 말은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찬사를 할 때 쓰이는 말이 된 것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져 역전을 일궈내는 캐릭터 멋지지 않나요(웃음)? 스타크래프트에서 캐리어를 편애해 '캐리'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LOL에서도 '캐리' 캐릭터를 편애하고 있습니다. LOL에서도 여전히 '김캐리'로 불리는 이유죠. 이름에서 이미 운명을 읽었다니까요(웃음)."

김태형 해설 위원은 현재 '캐리' 캐릭터인 트리스타나, 트린다미어로 주로 플레이 하고 있다고. 특히 트리스타나는 깜찍하고 귀여워 더 애착이 간다고 한다. 초반에 약한 점만 빼면 정말 매력적인 챔피언이라고 귀띔했다.

◆e스포츠로 성공? 아직은 미지수
김태형 해설 위원은 성급하게 LOL이 e스포츠로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고무적이라고 판단했다. 재미있는 게임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해진 시점이라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게임 자체가 너무나 재미있었고 리그가 활성화 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 졌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LOL의 경우 우선 게임이 정말 재미있어요. 현재 PC방 점유율만 봐도 알 수 있죠. 밑그림은 그려지기 시작한 셈입니다. 물론 e스포츠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게임이 재미있어 많은 유저들이 즐겨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요소도 분명 필요하거든요."

김태형 해설 위원은 e스포츠로 성공하는데는 필요요소와 충분요소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해설 위원은 필요요소인 수많은 유저와 게임성을 이미 갖춘 LOL이 충분요소까지 갖추기 위해서는 5대5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스타크래프트는 우선 게임이 재미있어서 e스포츠로 성공한 것입니다. 이것이 필요요소였죠.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의 또 하나의 재미는 언제 어디서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다는 것이죠. 소규모 PC방 대회가 정말 많았고 실력만 되면 누구든 참가할 수 있었어요. 초반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소규모 대회들이 점점 커져 지금의 리그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람들이 대회에 계속 참가하게끔 만드는 것이 바로 e스포츠로 성공할 수 있는 충분요소에요."

하지만 LOL의 경우 김 해설 위원이 말한 충분 요소를 갖추기에는 부족한 점이 존재한다. 5대5 시스템이기 때문에 아무리 내가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4명의 조력자를 구하지 못하면 대회에 나갈 수 없다. 즉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팀을 구성해야 하고 그것이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를 대규모 시키는데 어려움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김 해설 위원의 설명이었다.

"LOL도 3대3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5대5보다 재미가 떨어져요. 아무리 LOL이 인기가 많다고 해도 리그에 참가하는 사람이 매번 똑같고 정해져 있다면 e스포츠로 성공하기는 힘들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이 높잖아요. LOL의 재미요소인 5대5가 대회를 치르는 데는 제약이 따를 것 같아 걱정이에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리그를 보지만 정작 자신이 참가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면 점점 관심도가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이 걱정돼요."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대회에 참가하고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만 e스포츠로서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한 김태형 해설 위원은 LOL의 대결 시스템에 대한 정비를 당부했다. LOL이 성공적인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라는 김 해설 위원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충고였다.

◆LOL에서도 저주(?)는 이어진다
김태형 해설 위원은 스타크래프트에서 '김캐리'라는 별명만큼 '역성지'로 유명하기도 했다. 김 해설 위원이 예상하면 항상 반대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들은 김태형 해설 위원이 자신을 우승자로 예상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기도 했다. 그만큼 '김캐리의 저주'는 무서웠다.

스타크래프트에만 적용되는 줄 알았던 '김캐리의 저주'가 LOL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김태형 해설 위원은 LOL 선수들이 '나는 김캐리다'라는 프로그램에만 나오면 실력이 저하돼 '심해' 수준의 실력을 보인다고 한다. '심해'는 LOL 랭크 게임에서 1200점 밑에 있는 계층을 가리키는 말로 스타크래프트에서 '공방양민'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지금까지 '나는 캐리다'에 출연해 제 실력을 발휘한 선수가 없더라고요(웃음). 선수들이 우스갯소리로 '김캐리의 저주가 LOL에서도 통하는 것 같다'며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해요(웃음). 그렇게 보면 저는 참 복 받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도 LOL에서도 캐릭터 하나는 확실하잖아요(웃음)."

자신이 스타크래프트에서 쌓은 인지도와 캐릭터가 LOL이 대중화 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김태형 해설 위원. 그는 LOL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 '멘탈붕괴' 방송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신을 놓고 방송하려고요(웃음). 그래야 재미있죠. LOL 유저들과 한판 놀 생각입니다. LOL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이 한 몸 희생해야죠(웃음). 만약 LOL이 성공하면 제 이름을 어렴풋이라도 기억해 주세요(웃음)."


현재 김태형 해설 위원은 LOL에서 더 이상 친구추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친구추가가 300명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LOL 유저들과 더 재미있게 놀고 싶은 김태형 해설 위원은 "라이엇 게임즈가 친구추가를 늘려주기 바란다"며 강력하게 주장했다.

"친구 추가 제한 숫자를 좀 늘려주세요(웃음). 그만큼 LOL이 인기가 많다는 방증이겠죠? 앞으로도 계속 LOL과 한판 노는 김태형이 되겠습니다. 저랑 즐겁게 즐겨주시면 될 것 같아요. 다음주 '나는 캐리다'에서 뵙겠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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