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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의 메딕데이트] 박정석 "서지수가 내 팬이라니 영광"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박정석 "서지수가 내 팬이라니 영광"

KT 롤스터 '영웅' 박정석 이야기 1부
서지수가 박정석 열심히 응원하는 이유는?
KT의 정신적 지주? 선수들과 잘 놀아주는 형일뿐


안녕하세요. STX 소울 프로게이머 서지수입니다.

메딕데이트 1, 2편에서는 임요환과 홍진호 이후 e스포츠 최고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리쌍' 이제동과 이영호를 만나봤습니다. 최근 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두 선수를 만나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사실 많은 노력이 따랐습니다. 일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세 번째 메딕데이트 상대는 제가 좀더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상대를 정했습니다. e스포츠계의 '바른 생활 사나이', 선수들에게 정신적 지주이자 롤모델로 추앙받고 있는 KT 롤스터 박정석 선수가 이번 메딕데이트 주인공입니다.

2000년대 초반 4대천왕이라 불리며 e스포츠를 평정했던 임요환, 이윤열, 홍진호가 종목을 전향하거나 은퇴를 선언한 지금 박정석 선수만이 홀로 남아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올드 게이머의 입장에서 박정석의 외로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야 팀에서 최고참이지만 박정석은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 최고참이잖아요. 그 고독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박정석 선수는 그런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KT 선수들과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어 보기 좋았습니다. 심지어 'KT 절친'이라 불리고 있는 이영호와 박정석의 나이 차이는 무려 9년인데요. 어린 선수들과도 스스럼 없이 지내는 박정석 선수의 활달한 성격이 내심 부럽기도 합니다.

만인이 좋아하는 박정석 선수. 과연 그는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요? 영원히 e스포츠를 지켜줄 것 같은 e스포츠의 든든한 '수호기사' 박정석 선수와 인터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죠.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박정석 "서지수가 내 팬이라니 영광"

◆서지수가 박정석을 응원하는 이유는?

서지수=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박정석=잘 지냈지. 큰 일 없이 지내고 있는데 사실 좀 큰 일이 있기를 바라기도 해. 박정석에게 큰일 이라면 프로리그에 출전해 승리한다는 일처럼 좋은 일일 테니 말이야.(웃음). 너는 어떻게 지냈어?

서지수=저도 열심히 연습하면서 지냈어요. 들어 보니 오빠도 연습실에서 엄청 열심히 한다고 하던데. 예전에도 오빠는 연습하는 것 이외에 다른 외부 활동을 자주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박정석=생각해 보면 그랬던 것 같아. 요즘도 연습하는 것 말고는 크게 개인시간을 갖거나 그러지는 않고 있어. 연습만 열심히 해도 출전 기회를 잡는 것이 쉽지 않은데 딴 짓 할 시간이 없지.

서지수=이제 오빠 한 명 남았어요(웃음). 예전에 4대천왕이라 불렸던 선수들이 스타크래프트를 떠났잖아요. 게다가 그 다음 세대였던 신4대천왕도 다들 현역에서 은퇴했고요. 저 역시도 올드 게이머라 그런지 올스타전 같은 곳에 나가면 외로움을 느끼는데 오빠는 저보다 더 외로움을 느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오빠가 있어서 든든하긴 해요(웃음).

박정석=외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어제도 (이)윤열이랑 (홍)진호형이랑 만나서 술 한잔 하면서 옛날 이야기도 하고 앞으로 이야기도 하곤 했어. 셋이 동의한 것은 세월이 참 빠르다는 거야(웃음). (이)윤열이가 막내로 들어와 설거지하고 형들에게 구박 받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웃음). 외롭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KT 선수들이랑 잘 지내고 있잖아.

서지수=아마 오빠까지 없었다면 저는 정말 우울했을 것 같아요(웃음). 요즘 그래서 더 열심히 응원하고 있어요. 30대 프로게이머는 어때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박정석 "서지수가 내 팬이라니 영광"

박정석=확실히 5전제다 보니 출전 기회를 잡는 것이 쉽지 않아. 사실 7전제에서는 에이스 결정전이 있었고 우리 팀에는 든든한 믿음을 주는 카드 이영호가 있잖아(웃음). 경기를 나갈 때 은근히 든든한 마음이 들어서 손이 잘 움직이더라고(웃음). 그런데 지금은 5전제에다 에이스 결정전도 없다 보니 출전 기회를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야. 게다가 선수들이 워낙 잘해서 내부 경쟁이 외부 경쟁보다 오히려 더 치열해.

서지수=내부 성적은 어때요?

박정석=꼭 그걸 물어봐야 돼(웃음)? 그런 것은 그냥 마음 속에서만 궁금해 하는 게 좋아(웃음).

서지수=그래도 30대 프로게이머로 계속 활동하는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같은 올드 게이머로서 얼마나 응원하고 있는데요.

박정석=나도 아직까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한데 마음 먹은 대로 모든 것이 풀리지는 않더라고. 너도 경기에서 봤으면 좋겠다. 물론 나는 만나지 말고(웃음).

서지수=오빠를 응원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예전에 열렬한 팬이었기 때문이에요. 혹시 알고 있었어요?

박정석=그래? 당연히 몰랐지(웃음).

서지수=제 아이디가 '토스걸'이잖아요. 예전에는 프로토스로 플레이 했거든요. 단지 저그를 상대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서 테란으로 전향했어요. 제가 한참 프로토스로 플레이하던 시절에 가장 잘나갔던 프로토스가 오빠였거든요. 오빠의 쏟아지는 병력은 정말 대단했어요. 특히 아직도 스카이 2002 임요환 선수와 결승전 경기는 잊지 못한다니까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박정석 "서지수가 내 팬이라니 영광"

박정석=그랬구나(웃음). 그때는 내가 좀 했지(웃음). 농담이고 서지수가 팬이었다고 하면 나야 영광이지. 수백만 남성 팬들에게 질타 받는 것 아닌가 몰라(웃음).

◆KT가 강한 이유는 박정석 때문?

서지수=KT가 1년 단위 프로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잖아요. 생각해 보면 예전 KT는 지금보다 전력이 훨씬 좋았던 것 같아요. 박정석과 강민이 한 팀에 있다는 것은 요즘으로 따지면 김택용과 송병구가 한 팀에 있다는 이야기고 거기에 홍진호, 조용호, 김정민 등 당대에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모두 속해 있었지만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었죠.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 때는 지금이 훨씬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은 연속 우승을 달성하고, 그 때는 준우승에 그쳤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박정석=생각해 보니 그때와 지금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 선수는 나밖에 없네(웃음). 그 때 KTF(현 KT)는 e스포츠의 레알 마드리드였지. 하지만 에이스급 선수들이 많은 것에 비해 동료들끼리 지금처럼 마음이 잘 맞는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아. 잘하는 선수들이 모두 모이다 보니 자존심도 강했고 그래서 서로의 의견이 달라지면 격차가 좁아지지 않더라고. 구심점이 되는 선수가 없었던 것이 아마도 가장 큰 차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지금의 KT는 그때에 비해 확실히 전력은 약할지 모르겠지만 선수들이 모두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거든. 최고의 에이스 이영호를 필두로 나이 많은 선배인 나까지 있으니 선수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것 같아. 요즘은 다같이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그 의견에 따르는 과정이 수월하거든. 10년전에도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선수가 한 명만 있었다면 우승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서지수=기사들을 보면 오빠가 KT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것 같더라고요. 정신적 지주라고 표현하는 선수들도 있던데.

박정석=후배들이 선배에게 그냥 말로 예의를 갖추는거야. 선수들이 장난으로 한 말이 좋게 포장돼 기사로 나가는 것이 아닐까(웃음). 농담이고 아무래도 선수들과 거리낌 없이 잘 놀고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좋게 봐주는 것 같아. 사실 밖에서는 무게잡고 무서운 선배로 보이겠지만 숙소 내에서는 장난끼 많고 오히려 가끔 애들보다 더 정신 연령이 낮게 보일 때도 있거든(웃음).

그런데 얼마 전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수들은 자기들이 나에게 맞춰준다고 생각하고 있더라고. 솔직히 내가 맞춰주는 거지(웃음). 어렸을 때부터 내 별명이 애늙은이였잖아. 그저 선수들과 하나로 뭉치기 위해 정신연령을 낮춰 선수들을 대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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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그래도 오빠가 어린 선수들과 잘 어울리면서 가교 역할을 해주는 것이 부럽기만 해요. 오빠도 알겠지만 저는 그렇게 못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어린 선수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팁 좀 알려줘요.

박정석=아무래도 군대를 다녀와야 가능할 것 같아(웃음). 나도 군대에 다녀오기 전에는 무서운 선배였어. 융통성이 없어서 연습실에 지각하는 후배가 있으면 호되게 혼냈거든. 그 때는 후배들이 나를 무서워했지. 내가 면담하자고 이야기하면 다들 두려워했다 하더라고.

그런데 군대 다녀오고 나니 좋게 말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나쁘게 말하면 아저씨가 됐지(웃음). 요즘은 선수들이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코칭 스태프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코칭 스태프가 하면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말들을 선수들에게 편하게 이야기 하면서 원활하게 의사 소통을 하고 있어. 내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고마워하고 있어.

그리고 어린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맛있는 것을 사주면서 나랑 놀아달라고 강력하게 협박을 하면 돼(웃음). 솔직히 내가 봐도 어린 선수들이 너에게 먼저 다가오기는 어려울 것 같거든. 네가 먼저 다가가야 할 텐데 너도 그런 것 잘 못하니까 아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 원래 남자들은 예쁜 여자들에게 말을 잘 못 걸거든(웃음).

사실 요즘은 내가 어려워서 애들한테 더 많이 얻어 먹고 있기는 해(웃음).

서지수=후배들한테 잘해줄 마음도 크고 언제나 열려 있는데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도 잘 못하고 후배들도 먼저 다가오지도 못하니 아쉬워요.

박정석=아마 거절당할 것 같아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선수들이 "누나 같이 영화 보러 가요"라고 말하면 너는 "싫어"라고 말할 것 같은 이미지야(웃음).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데(웃음).

장난을 자주 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나도 처음에는 선수들이 다가오기 어려워했는데 내가 먼저 장난치니까 나중에는 '한번 걸려봐라'라면서 선수들이 복수의 칼날을 갈더라고. 그러면서 서로에게 관심이 생기고 친해지게 되더라고. 먼저 장난을 걸어봐.

서지수=어떤 분석 기사를 봤는데 '우승팀 KT에게는 있고 다른 팀에는 없는 것이 있다면?'이라는 물음에 답을 '박정석'이라고 한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박정석이 KT가 지금의 위치에 있도록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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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도대체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답을 한 거야(웃음). 내 이미지가 얼마나 좋았으면 세상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나 싶네(웃음). 절대 아니야. KT에만 있는 것은 선수들의 끈끈한 우정이 아닐까 싶어. 보통 쉬는 날이면 다른 팀들 대부분은 각자 자기 볼일 본다고 하더라고. 물론 삼삼오오 뭉쳐서 노는 경우도 많지만 KT처럼 단체로 다같이 휴일을 보내는 팀은 없는 것 같더라.

매번 같이 놀다 보니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배려하게 되더라고. 어떤 말에 상처 받는지 잘 알고 어떻게 해줘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너무나 잘 알다 보니 서로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고 경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도와줘. '너도 나고 나도 너다'라는 하나된 정신이 KT에 있는 것 같아. 어떤 팀은 서로 전략 공유도 안 한다 하더라. 우리 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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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팀워크가 나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졌을까? 절대 아니지. 오히려 나보다는 다른 선수, 또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 나 때문에 KT가 강팀이 됐다는 분석은 나를 몸 둘 바 모르게 만드는 것 같아(웃음). 내가 없어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선수들이거든.

서지수=그래도 구심점이 있는 것은 좋은 것 아닐까요? 오빠가 그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것에는 모두들 동감하는 것 같은데.

박정석=물론 내가 구심점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선수들이 따라와 주지 않거나 한 명이라도 엇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모든 것이 다 깨졌겠지. 선수들에게 열린 마음을 만들어 준 코칭 스태프와 내가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수들의 합작품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

서지수=나도 빨리 그런 역할을 해야 할 텐데.

박정석=열심히 노력해봐(웃음).

*2부로 이어집니다.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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