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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성의 게이머그라피] 프로리그가 만든 스타, 이제동

안녕하십니까. 네이트 스포츠 Pub에 '게이머그라피'를 연재하고 있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지난 주까지 SK텔레콤 T1 '혁명가' 김택용의 일대기를 돌아봤습니다. 2005년 데뷔 이후 파격적인 개인리그 첫 우승,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택용은 '택뱅리쌍'이라 불리는 그룹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선수들마다 플레이하는 패턴이 다르고 라이벌이라 불리는 선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일텐데요.

초창기에는 임요환, 홍진호, 이윤열, 박정석 등이 '4대천왕'이라 불렸고 이후에는 박용욱, 강민, 최연성, 박성준 등이 '신4대천왕'의 시대를 열었죠. 2007년 이후에는 김택용,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 등 4명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각종 우승컵을 나눠가지면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일컬어 '택뱅리쌍'이라고 부릅니다.

김택용에 이어 '게이머그라피'에서 만나볼 선수는 8게임단의 이제동입니다. '폭군'이라 불리면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기고 이를 앞세워 각종 대회를 석권한 이제동은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했고 지금의 위치에 올라왔을까요.

◆프로리그가 만들어낸 스타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대회는 개인리그라 불리는 온게임넷의 스타리그, MBC게임의 MSL입니다. 스타크래프트가 1대1로 진행되는 흐름을 탔고-게임 방식에는 2대2, 3대3, 4대4 등 팀플레이도 존재하지만-각종 대회는 개인의 이름으로 출전하는 것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메이저 대회들도 1대1 방식을 채택해서 진행됐습니다.

스타리그가 1999년부터, MSL이 2001년부터 열리면서 게임 대회가 방송으로 중계되기 시작하고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하기 시작했죠. 4대천왕이라 불리는 임요환, 홍진호, 이윤열, 박정석 등이 나타났고 이들의 스타성을 일찌감치 알아챈 기업들이 팀을 창단하기 시작했습니다.


1999년 KT가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프로게임단을 만들었고 이후 삼성전자, 한빛소프트, SK텔레콤, 팬택앤큐리텔 등이 2004년까지 게임단을 보유했죠. 기업들이 프로게임단을 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체전에 대한 소구가 발생했습니다. 개인과 개인의 싸움이지만 팀의 명예를 걸고 개인의 승리가 합쳐져 팀이 이기는 경기 방식을 도입하게 된 것이지요.

2002년 MBC게임이 승자 연전 방식으로 진행되는 팀리그를 만들었고 2003년 온게임넷이 개인전과 팀플레이를 혼합시킨 프로리그를 창설합니다. 2005년 제2기 한국e스포츠협회의 회장사를 SK텔레콤이 맡게 되면서 프로리그가 대통합되는데요. 온게임넷이 채택한 프로리그의 방식을 채택하고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대회 주최자가 아닌, 방송을 제작하고 중계하는 객체로 역할을 맡게 된 것이지요.

2004년과 2005년 프로리그의 전기리그가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결승전을 치렀고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유치하면서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게임단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한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프로게임단을 인수, 창단하겠다는 팀이 있었으니 화승 그룹입니다.

화승 그룹은 조정웅 감독이 이끄는 플러스라는 클럽 팀을 인수했습니다. 화승은 2005년말에 열린 So1 스타리그에서 임요환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인기 상종가를 구가하던 오영종에 관심을 보였고 팀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오영종을 제외하면 딱히 스타플레이어라 부를 선수가 없었던 플러스 팀이라는 주머니 안에서 송곳이 하나 커가고 있었으니 바로 이제동입니다.


사설이 길었는데요. 이제동은 이전의 스타 플레이어들과 성장 배경이 달랐습니다. 4대천왕이든, 신4대천왕이든 개인리그를 통해 두각을 나타내며 인기몰이를 해나갔는데요. 단체전 형식의 팀리그나 프로리그가 기반이 약했기 때문이기도 했죠.

그러나 2006년부터 기업팀들이 속속 e스포츠계에 들어오면서 팀 체제가 갖춰지기 시작했고 모든 평가의 기준이 프로리그로 바뀌면서 팀마다 '프로리그 올인'을 선언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가 바로 이제동입니다.

◆잊을 수 없는 데뷔전
2006년 상반기 드래프트를 통해 플러스에 입단했고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화승에 인수, 창단되면서 이제동은 편안하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화승이 탄탄한 지원을 약속했고 실제로 방배동 서래마을에 넓은 숙소와 연습실을 제공하면서 이제동은 고생을 거의 하지 않았지요. 선배들의 경우 신림동 달동네의 좁은 연습실 생활에서 찌들었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열악하게 살았거든요.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화승 조정웅 감독은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를 발굴, 육성해야 한다는 모토를 세웠습니다. 오영종이 스타로 발돋움하면서 화승과 인연을 맺었지만 오영종에게만 의존하기 보다는 신인 가운데 싹이 보이는 선수를 만들어 화승과 함께 성장시키겠다는 뜻이었죠.

첫 타깃이 이제동이었습니다. 2006년 스카이 프로리그가 들어가기 전 시범 경기 형식으로 열린 게임단 평가전에 이제동을 내세우면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조정웅 감독은 르까프 오즈-화승 오즈로 팀 이름을 바꾼 것은 2009년-라는 이름으로 출전하는 첫 경기의 1세트에 이제동을 내세웠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2대2로 타이를 이루면서 에이스 결정전이 성사되자 오영종이 아니라 이제동을 출전시켰다는 사실입니다. 공식전을 처음 치르는 선수에게 프로리그 출전 기회를 준 것도 이례적이지만 에이스 결정전까지 나서도록 엔트리를 구사하는 것은 파격에 파격을 가하는 일이었죠.

이제동의 데뷔전은 시원치 않았습니다. 1세트에 출전해서 e네이처톱의 프로토스 서기수에게 패한 이제동은 에이스 결정전의 부담까지 떨쳐내지 못하며 저그 조용성에게 패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공식전에 처음 나서는 선수들이 갖고 있는 부담감은 엄청나지요. 시범 경기를 뛰어봤다고는 하지만 팀의 창단 첫 프로리그 공식전에 1세트와 5세트를 경험이 전무한 선수가 맡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고 그만큼의 중압감이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조정웅 감독은 "파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검증이 완료됐기에 출전시켰습니다. 오영종 원맨팀이라고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를 주고 싶었고 변화의 주체가 이제동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으니까 기용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원하는 대로 커나가다
조정웅 감독의 이제동 육성책은 계속 진행됐습니다. 프로리그가 열릴 때마다 이제동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스카이 프로리그 2006 전기리그에서 이제동은 6승5패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이제동의 기량을 봤을 때는 저조한 성적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데뷔 시즌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입니다. 조 감독의 계속적인 출전과 5할을 넘긴 승률 덕에 이제동은 전기리그 신인왕을 수상했습니다.

후기리그에 들어갔을 때 이제동은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뽐냈습니다. 리그가 문을 열자마자 이제동은 연승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노준동, 김남기를 연파한 이제동은 8연승까지 내달렸고 후기리그를 10승1패로 마쳤습니다. 이제동의 선전 덕에 분위기를 탄 화승은 창단 원년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궈냅니다. 플러스 시절 최하위를 면하면 다행이던 팀이 화승과의 시너지를 내면서 '창단 효과'를 맛본 것이지요.


10승1패를 기록한 이제동에게는 어떤 상이 따라왔을까요? 다승왕과 정규 시즌 MVP입니다. 11개 프로게임단이 한 번의 풀리그를 치러 순위를 결정했기에 10 경기밖에 뛸 수 없는 상황에서 10승1패는 정말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정규 시즌 MVP의 경우 시즌 1위를 차지한 팀에서 나오기 마련이지만 이제동은 이례적으로 상을 받았습니다. 하위권을 맴돌던 팀을 정규 시즌 2위까지 끌어 올린 공로가 인정된 것이지요.

데뷔 첫 시즌에 신인왕을, 두 번째 시즌에 정규시즌 MVP와 다승왕을 따낸 이제동을 보면서 조정웅 감독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음은 두 말할 것 없겠지요?

이제동은 철저하게 프로리그 중심으로 성장을 해왔습니다. 다음 주에 연재될 2편에서는 이제동의 전성시대와 함께 찾아온 우여곡절의 시기를 알아보겠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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