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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의 메딕데이트 l 박용운 감독 "'도택명'을 만난 것은 행운"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l 박용운 감독 "'도택명'을 만난 것은 행운"
안녕하세요. STX 소울 프로게이머 서지수입니다.

지난 주 '메딕데이트' 주인공은 SK텔레콤 정명훈 선수였습니다. 인터뷰 내내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던 순수남 정명훈은 인터뷰 말미에서 "이영호를 꺾고 1인자로 거듭나겠다"며 강한 면모를 보여줬는데요. 정명훈의 다짐이 그대로 실현된 듯 결승전에서 이영호를 꺾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직전에 인터뷰 했던 선수가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뿌듯한 마음도 들었고요.

정명훈 선수를 인터뷰하고 난 뒤 다음 주자가 바로 떠올랐습니다. 아무래도 결승전을 앞둔 선수와 인터뷰를 하다 보니 프로리그 결승전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왔는데요. 지금까지 '메딕데이트'에서 한 번도 시도해 보지 못했던 감독 인터뷰를 진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이 들더군요. 프로리그 우승팀 감독님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SK텔레콤 박용운 감독님과 KT 이지훈 감독님께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결승전을 앞두고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웠는데 생각보다 두 감독님은 쿨하게 "우승한 뒤 꼭 제가 인터뷰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예전에는 결승전을 지켜볼 때 담담한 마음이었는데 우승팀 감독님을 인터뷰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결승전을 보는 재미가 더하더군요.

SK텔레콤이 3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은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메딕데이트'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SK텔레콤 박용운 감독님이 됐고요. 다른 팀 감독님을 이렇게 만나는 것은 삼성전자 김가을 감독님을 빼고는 처음이라 사실 무척 긴장됐습니다.

환한 미소로 반겨 주셨던 SK텔레콤 박용운 감독님.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박용운 감독님과 재미났던 인터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살얼음판이었던 결승전 준비 과정

서지수=우선 3년 만에 우승컵 되찾아 오신 것 진심으로 축하 드려요.

박용운 감독=고마워요. 진짜 08-09 시즌 우승했을 때보다 훨씬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시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지켜 보면서 KT가 떨어지기만을 간절히 기도했거든요(웃음). 아마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던 거죠.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다른 팀이 올라와서 우승했으면 뭔가 찝찝한 느낌이 그대로 있었을 것 같긴 해요. 어쨌든 우승하고 나니 기분은 좋네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l 박용운 감독 "'도택명'을 만난 것은 행운"

서지수=이번에도 패배했으면 타격이 컸을 것 같아요. 한 팀에게 3번 연속 결승전에서 지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잖아요.

박용운 감독=플레이오프 경기가 끝나는 날 제가 현장에 있었거든요. 상대가 KT로 결정되고 난 뒤 제 얼굴 근육이 마구 떨렸어요(웃음). 그 모습을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밖에 나갔다 왔었을 정도였어요. 이번에도 지면 큰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실 많이 힘들었죠.

코칭 스태프가 이번만큼 엔트리와 빌드를 구상하는데 신중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절대 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했습니다(웃음). 감독이 선수에게 엄청난 부담을 준 거죠(웃음). 그만큼 절실했어요. 선수들 역시 처음에는 멍하다가 나중에는 '또 KT에게 질 수 없다'며 이를 갈았던 것 같아요.

서지수=결승전을 준비하는 내내 어떤 점을 가장 많이 생각하셨어요?

박용운 감독=한 가지 생각이 50%를 차지했죠. 지면 큰일난다(웃음). 실추된 명예 회복은 제쳐두고라도 SK텔레콤이 그대로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어요. 우승하고 난 뒤니 이런 이야기도 하고 있는 것이지 당시에는 하루, 하루가 지옥이었어요. 차라리 빨리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니까요.

서지수=결승전 전 스타리그 예선전에서 김택용과 도재욱이 탈락하면서 결승전 전 선수들 마음을 다독이는데 힘드셨을 것 같아요.

박용운 감독=별 걱정하지 않았어요. 선수들에게 불만이나 후회가 없을 정도로 연습 기회를 줬거든요. 예선을 준비 시킬 때는 세 가지 방법이 있어요. 팀 운영을 우선하는 방법이 있고 코치들을 붙여서 준비 시키는 방법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선수들에게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죠. 장단점이 있는데 앞에 두 가지 방법은 이기든 지든 불만이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세 번째 방법은 선수들이 자기 하고 싶은 데로 연습을 했기 때문에 불만이 없더라고요. 선수들이 불만이 없으면 패해도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을 경험을 통해 습득했죠.

그래서 선수들에게 스타리그 예선 연습을 시키면서 '꼭 올라가지 않아도 좋으니 스스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주문만 했어요. 선수들도 열심히 연습하고 난 뒤 결과는 담담하게 받아 들이더라고요. 도재욱도 김택용도 그래서 예선 탈락 충격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김택용 같은 경우는 다른 선수들보다 예선에서 탈락하면 훨씬 많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예선 현장을 다녀온 뒤 많이 힘들어 하더라고요. 기특한 것은 김택용은 그런 모습을 혼자 잘 극복해요. 괴로웠을 텐데 잘 극복하고 다음 날 프로리그 결승 연습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줬던 것 같아요.

서지수=가장 힘든 과정은 아마도 에이스 결정전을 누굴 내보낼 것인지가 가장 고민되셨을 것 같아요.

박용운 감독=가장 큰 고민이었죠(웃음). 원래는 한 명을 정해놓고 가는데 이번 결승전은 김택용과 정명훈 두 명을 모두 준비시켰어요. 지난 시즌 결승전에서 배운 것이 있거든요.

작년 결승전은 온전히 제 잘못이었어요. 당시 에이스 결정전 맵이 '서킷브레이커'였는데 (김)택용이가 그 맵을 정말 못했어요. 테란전뿐만 아니라 저그전도 불안했죠. 특히 화승 구성훈에게 한 번 패하고 난 뒤 그 맵에서 테란전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였죠.

선수들에게 억지로 나가게 하면 항상 결과는 좋지 않더라고요. 떠밀리듯 나가게 되면 선수들은 책임감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 자원하기를 원하는 편이에요. 그 당시에는 (도)재욱이가 테란전에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에 믿고 내보냈죠. 하지만 속으로는 에이스 결정전에 가면 힘들다는 생각은 했어요.

저의 가장 큰 실수는 (김)택용이에게 '서킷브레이커' 연습을 시키지 않은 것이에요. 한달 반이라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게임도 연습을 시키지 않았거든요. 그날 유독 도재욱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에이스 결정전에서 패하겠구나 직감했어요. 하지만 다른 선수를 내보낼 수가 없었어요. 김택용은 한달 반 동안 '서킷브레이커'를 연습한 적이 없고 정명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래도 얻은 것이 많아요. (김)택용이도 결승전 이후로 후회를 많이 하더라고요. 자신이 나갔어야 했다는 생각을 했는지 이번 결승전에서는 자원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기뻤죠. (도)재욱이 역시 연습하는 자세도 달라졌고 (정)명훈이도 누구 한 명에게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알아서 열심히 연습하더라고요. 큰 도움이 됐죠.

이번 시즌 (김)택용이와 (정)명훈이를 둘 다 준비시킨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그날 컨디션에 따라 누구든 쓸 수 있고 서킷브레이커를 연습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연습상대가 될 테니까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사실 '네오아웃라이어'를 선택하지 않고 '네오체인리액션'을 선택한 것은 이영호가 출전했으면 했기 때문이에요. 정명훈과 김택용을 계속 연습시키다 보니 테란이 할만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김택용이 계속 유리하게 끌고 가더라고요. 이영호가 나오면 오히려 경기를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결승전 현장에서 둘 다 자신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둘 다 승리한 상태였고 감독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런데 정명훈은 허세가 섞인 자신감이었고 김택용은 정말 확신에 찬 느낌이었어요. 김택용은 원래 자신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확연히 구분이 돼요(웃음).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l 박용운 감독 "'도택명'을 만난 것은 행운"

그래도 확실히 이영호가 생각보다 잘했죠. (김)택용이가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데 이영호가 진출하는 타이밍에 리버를 잃으면서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아찔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사이버네틱스코어가 파괴된 것이 큰 도움이 됐죠(웃음). (김)택용이가 질럿 밖에 생산하지 못했고 홧김에 본진 러시를 간 것이 잘 통했으니까요(웃음). 나중에 경기가 끝난 뒤 (김)택용이에게 물어보니 드라군을 생산하려 하는데 사이버네틱스코어가 깨진 것을 나중에 발견해서 '큰일났다'는 생각에 마지막 희망으로 질럿 러시를 간 것이라 하더라고요. 이번 시즌에는 우승하는 운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정말 다행이죠.

사실 정말 걱정됐어요(웃음). 지난 시즌에도 에이스인 김택용을 쓰지 않고 도재욱을 에이스 결정전에 내보내면서 엄청 욕을 먹었죠. 그런데 이번 시즌 에이스는 사실 (정)명훈이였잖아요(웃음). 이 감독은 왜 에이스를 안 쓰고 계속 다른 선수들을 써서 이런 결과를 가져오냐는 욕을 먹을 것 같아 불안했어요(웃음). (김)택용이가 이겨줘서 정말 고마워요(웃음).

◆감독이 본 '도택명'

서지수=원래 강한 선수들이 많이 모인 팀은 감독이 선수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SK텔레콤도 도재욱-김택용-정명훈 등 정상급 선수들이 많아 그럴 것 같은데 어떤가요?

박용운 감독=물론 그런 부분이 있죠. 워낙 강력한 선수들이 많다 보면 개성도 다들 독특하기 때문에 다루기 어렵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감독인 것 같아요. 우리 팀에서 가장 다루기 쉬운 선수들이 '도택명'이거든요. 오히려 그 밑에 있는 선수들이 더 다루기 어렵죠.

게임을 어중간하게 하는 선수들은 오히려 고집이 세요.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 생각하고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안죠.

그런 것에 비해 '도택명'의 경우 마인드도 좋고 예의도 바르고 게임에 대한 생각도 오픈돼 있어요. 원래 SK텔레콤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기본 교육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선수는 별로 없거든요. 하지만 '도택명'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깨달았고 그들은 팀을 위해 자신들이 무엇을 할지 잘 알고 있어요.

물론 선수들이 어리광 피울 때는 가끔 있죠(웃음). 예전에는 그런 것을 잘 받아주지 못했는데 요즘은 받아주려고 해요(웃음). 팬들이나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도)재욱이와 (김)택용이가 밖에서도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정)명훈이는 잘 그러지 않는 편이에요.

서지수=정명훈의 마인드가 워낙 좋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박용운 감독=제가 본 선수들 가운데 가장 어른스럽고 똑똑한 선수에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법도 없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100% 수행하는 선수죠. 가끔 안타까워요. 이상하게 운이 없어서 잘하고도 관심은 다른 선수가 받는 일이 잦거든요.

이번 결승전만 해도 정명훈이 완벽한 운영으로 KT 이영호를 제압하면서 모든 관심이 그에게 쏠리는 듯했거든요. 그런데 결국 에이스 결정전에서 김택용이 이영호를 이기면서 상황은 역전됐어요. 에이스 결정전이 끝난 뒤 (정)명훈이에게 '어쩌냐'고 위로했는데 '괜찮아요'라고 하면서 씁쓸하게 웃더라고요. 왠지 미안하더라고요. 팀이 우승했으면 됐다는 말에서 스스로 조금은 아쉬워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인데 이렇게 운이 안 따라주나 싶어서 너무나 안타까워요. 하지만 저나 (정)명훈이나 열심히 연습하고 난 뒤에는 언젠가는 꼭 크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래서 힘들어도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확신해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l 박용운 감독 "'도택명'을 만난 것은 행운"

서지수=김택용이 유독 개인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감독 입장으로서는 신경 쓰이는 일일 것 같아요.

박용운 감독=선수의 사기에 문제가 생길까 당연히 걱정이 됐어요. 이번 결승전에서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할 선수를 쉽게 결정하지 못한 이유도 사실 스타리그 예선 결과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됐기 때문이에요.

본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면 마음이 아파요.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 것이 더 안타깝죠. 어른들 눈에는 보이잖아요. 그래도 혼자 이겨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선 때문에 무척 힘들었지만 결승전 당일 (김)택용이가 모든 것을 극복했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결승전을 계기로 (김)택용이가 예선 탈락의 아픔을 털어내고 다시 강한 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지수=감독 입장에서 강한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행복할 것 같네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l 박용운 감독 "'도택명'을 만난 것은 행운"

박용운 감독=당연하죠(웃음). 다른 감독님들도 부러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신력도 강하고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를 보유했다는 사실은 참 행복한 일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고 싶네요(웃음).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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