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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의 메딕데이트] SK텔레콤 박용운 감독 "e스포츠인으로 남고 싶어"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SK텔레콤 박용운 감독 "e스포츠인으로 남고 싶어"
안녕하세요. STX 소울 프로게이머 서지수입니다.

오늘은 속상한 이야기를 먼저 하려고 합니다. 사실 이번이 메딕데이트가 독자 여러분들을 만나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저 역시도 너무나 아쉬운데요. 프로게이머로서의 삶에서 잠시 기자로, 필자로 살았던 지난 4개월이 저에게는 꿈만 같던 시간이었습니다. 팬들과 이렇게 만나는 것도 참 행복했고 앞으로 보내주신 성원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래서 더 힘차게 메딕데이트를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에 독자 여러분들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하는 의지가 다른 회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마지막 메딕데이트 인터뷰였기 때문에 의미 있는 상대를 찾기 위해 고심하다 e스포츠 가장 큰 축제인 프로리그 결승전 우승팀 감독님을 만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승전을 하기도 전에 두 팀 감독님께 먼저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요. 너무나 흔쾌히 부탁을 들어 주신 KT 이지훈 감독님과 SK텔레콤 박용운 감독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이번 시즌 프로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SK텔레콤 박용운 감독님과 마지막 메딕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묘한 감정이 들더군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잠시 울컥 하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침착하게 모든 질문에 답변해 주신 박용운 감독님이 없었다면 아마 인터뷰를 다 진행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KT와 결승전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그리고 SK텔레콤의 대표 적인 선수들인 ‘도택명(도재욱, 김택용, 정명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번 주에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메딕데이트의 마지막을 장식하고자 하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그들이 최고인 이유

서지수=감독으로 부임한 뒤 4년 연속 결승전에 진출하는 등 SK텔레콤이 계속 최고의 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 비결이나 원동력이 있을까요?

박용운 감독=너무나 형식적인 답변 같지만 사실 이것만큼 정답도 없죠. 최고의 지원을 받고 있는 팀이잖아요. 선수들도 자신들만 잘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승을 많이 해본 경험은 무시 할 수 없더라고요. 코칭스태프부터 시작해 사무국까지 어떻게 하면 우승할 수 있는지 노하우가 쌓였죠. 인프라 구성이 다른 팀들보다 탄탄한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힘은 긍정이 아닐까 생각해요. 선수들이 항상 팀 상황에 만족하고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거든요. 사실 예전에 비해 지원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선수들은 그에 불만을 갖기 보다는 e스포츠 전체가 축소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요. 그 상황에서 우리 팀이 아직까지 최고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죠.

감독이 되고 난 뒤 선수들에게 긍정의 힘이 얼마나 큰지 자주 강조했어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다른 팀들에 비해 선수들이 슬럼프에서 빠져 나오는 시기가 짧더라고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SK텔레콤 박용운 감독 "e스포츠인으로 남고 싶어"

서지수=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는 하지만 사실 선수들을 긍정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잖아요.

박용운 감독=운이 좋게도 저희 팀 주축 선수들이 긍정의 힘을 가장 믿고 잘 따라줘요. 아무래도 잘하는 선수들이 솔선수범 하다 보니 다른 선수들도 따라오게 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이죠. 솔직히 성적도 잘 나오지 않는 선수를 누가 따라 하려고 하겠어요. 특히 정명훈의 경우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항상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다른 선수들이 그것을 보며 배워가는 거죠.

정명훈은 팀 내에서도 테란 중에서도 2인자라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본인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였겠어요. 하지만 그 부분을 혼자 잘 극복해 왔어요. 정명훈을 보면 긍정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끼게 되더라고요. 항상 나는 올라갈 곳이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요.

서지수=최고의 팀 감독으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제가 감독이라면 정말 남은 머리도 다 빠질 것 같은데 말이죠(웃음).

박용운 감독=괴롭죠(웃음). 연습실에 앉아 있으면서 울컥 할 때가 정말 많아요(웃음). 저뿐만이 아니라 코치들도 울컥하는 모습을 자주 봐요(웃음).

예전에는 코칭스태프와 선수가 함께 팀을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그때는 다들 어려웠고 서로 힘내서 빨리 좋은 기업에 후원 받자는 생각으로 함께 노력했거든요. 전우애나 동지애가 서로에게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에 그런 부분이 상당히 많이 사라졌어요. 선수들 역시 코칭 스태프들을 보며 '돈 받으니 당연히 그들이 이런 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즉 코칭 스태프를 지지하고 믿어주고 따라주는 것이 아니라 팀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더라고요. 인식이 그렇게 되다 보니 선수들을 다루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최고의 위치에 있는 팀을 다루기는 더 어렵죠.

지난 번에도 말했듯 다행인 점은 팀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오히려 코칭 스태프 말을 잘 따라줘서 그나마 요즘은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그래도 속상한 것은 어떤 감독이든 존경 받는 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잖아요. 어떤 스포츠 감독들에게 물어봐도 답은 같을 거에요. 하지만 요즘은 그것을 이루기가 너무나 힘든 것 같아요.

서지수=최고의 팀을 유지하는데 코치의 역할은 필수일 텐데요. 최연성 코치가 군대에 입대하게 되면서 걱정이 많았을 것 같아요.

박용운 감독=엄청나게 걱정했죠. 최연성 코치가 빌드를 정말 많이 만들었고 그 빌드로 인해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거든요. 최연성 코치의 빈 자리를 메워 줄 코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인재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어요.

그런데 불행히도 최연성 코치의 빈 자리를 채울 사람이 e스포츠계에는 없더라고요. 최연성 코치가 타고난 복이라 생각해요. 정말 운이 좋은 점은 다행히 5전제로 바뀌었고 정명훈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줘서 팀이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다음 시즌에 7전제로 바뀐다면 걱정이 많이 되긴 해요. 그래도 이번 시즌 노하우가 쌓였으니 다행이죠. 가장 좋은 것은 최연성 코치가 빨리 군대에서 제대하는 거에요(웃음).

◆SK텔레콤 선수들은 개인주의가 강하다?

서지수=조금 민감한 질문이 될 수도 있는데요. SK텔레콤 선수들은 서로 친하지 않다는 소문도 있고 개인주의가 강하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감독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떤가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SK텔레콤 박용운 감독 "e스포츠인으로 남고 싶어"

박용운 감독=솔직하게 말씀 드려야겠죠? 일정 부분 사실이에요. 그리고 예전부터 내려왔던 전통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워낙 위에 있던 선배들에게 지금 있는 선수들이 보고 배운 것들이 있잖아요.

제가 MBC게임 코치로 있다가 SK텔레콤으로 와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개인주의였어요. MBC게임 선수들과는 거리낌없이 지냈고 서로의 속마음도 이야기 하기도 했어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뿐만 아니라 선수들끼리도 가족처럼 지냈거든요.

그런데 SK텔레콤에 와보니 정말 삭막하더라고요(웃음). 선수들을 융화시킬 방법이 필요한데 제가 융화될 방법부터 고민했어야 했으니까요(웃음). 지금은 많이 없어진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팀들에 비해 개인주의는 좀 심한 것 같긴 해요.

다른 팀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쉬는 날도 동료들끼리 영화를 보러 가는 등 연습 시간 이외에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SK텔레콤도 물론 그런 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각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요. 신인들이 들어오면 적응하기 힘든 팀이죠.

하지만 이 부분을 억지로 개선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랜 전통이고 사실 이것 때문에 팀을 운영하는데 이득을 보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다른 팀들의 경우 분위기를 많이 타는 편이잖아요. 팀 분위기가 좋으면 선수들 분위기도 올라가지만 반대로 팀 분위기가 가라 앉으면 선수들 성적이 곤두박질 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죠. 하지만 SK텔레콤은 기세나 분위기에 크게 휩쓸리지 않아요. 팀 분위기가 아무리 좋지 않아도 한 선수는 잘해주는 경우가 많아 금방 극복하더라고요. 확 무너지는 경우가 없어요. 그래서인지 SK텔레콤은 하위권으로 쳐지지 않는 장점이 있죠. 선수들이 개인주의가 강한 면이 크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깨달은 것은 선배들이 정말 잘해야겠다는 정도? 어린 선수들은 잘하는 선배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이 점은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SK텔레콤 박용운 감독 "e스포츠인으로 남고 싶어"


서지수=도재욱과 김택용이 어색하다는 소문이 있는 것도 개인주의와 연관이 있을까요?

박용운 감독=그 부분은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 있어요. 김택용이 처음 SK텔레콤에 왔을 때 도재욱이 한창 잘할 때였거든요. 도재욱 입장에서는 당연히 경계가 됐겠죠. 김택용 역시 일정 부분 미안함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확실한 건 도재욱이 초반에는 김택용을 경쟁자로 생각했다는 거에요.

요즘도 서로 협조하면서도 경쟁하는 모습이 보여요. 물론 그 부분이 팀에 시너지를 주곤 하죠. 서로의 장점을 배우려고 노력하거든요. 도재욱의 저그전이 나아진 것이나 김택용의 테란전이 나아진 이유도 서로 협조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팀 입장에서는 두 선수가 지금의 관계를 유지해 주는 것도 크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서로에게도 팀에게도 도움이 되니까요.

◆감독은 괴로워?

서지수=지금까지 감독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면 누구일까요?

박용운 감독=아무래도 정명훈과 김택용이에요. 마인드가 정말 좋아서 이야기를 같이 나누다 보면 감동을 받거든요. 특히 정명훈과 이야기 하고 있으면 감독으로서 이런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나곤 해요(웃음). 김택용도 정말 듬직하고요. 감독 인생에 이런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까 생각해요.

서지수=딸바보라고 알려져 있는데 감독 생활을 하면서 딸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 아쉬운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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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운 감독=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에요(웃음). 선수들과 출근 시간이 같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선수들보다 30분 먼저 연습실에 도착하거든요. 아침 9시30분에 출근하면 다음 날 새벽 2~3시에 퇴근하기 일쑤에요.

시즌 중에는 친구들을 만날 시간이 없어요. 가족에게 충실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중간에 다른 시간을 만들게 되면 리듬도 깨지고 가족들에게 서운함을 안겨 줄 수 있잖아요. 가족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한 팀을 다스리겠어요. 가족에게 충실할 때는 정말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그래도 이번 시즌 아내가 많이 서운했을 거에요. 어느 새 보니 아내가 삐뚤어져 있더라고요(웃음). 이런 일이 있을 때는 대화로 푸는 편이에요. 그래서 지금 팀이 어떤 위기에 봉착해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했죠. 사실 진짜 위기였잖아요(웃음). 이번에 우승하지 못하면 아마 저는 인터뷰는커녕 차기 시즌에 팬들과 만날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어요(웃음). 그랬더니 아내가 많은 부분을 이해해 주더라고요.

우승하고 난 뒤 방송에서 처음으로 아이와 아내를 언급했더니 많이 울었더라고요. 이번 비시즌 동안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 많이 보내려고요.

서지수=감독으로서 스타크래프트2 도입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신다면?

박용운 감독=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사실 스타크래프트만큼 좋은 콘텐츠는 없어요. 이만한 게임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위기는 콘텐츠적인 위기가 아니라 자금의 흐름이 막혀있다는 점이 위기라 볼 수 있죠.

프로게이머들이 연봉을 많이 받고 팀도 투자하면서 판이 커져야 하는데 자금의 흐름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이런 부분이 해소되기 힘들잖아요. 그런 면에서 스타크래프트2 도입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 아닌가 생각돼요. 아직 깊게 들어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한다 실패한다를 논하기 보다는 그저 흐름의 하나라고 보고 있어요.

리그를 만드는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서지수=메딕데이트 마지막 질문이자 공식 질문이네요. 감독님 꿈이 있으실까요?

박용운 감독=아직도 e스포츠는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해요. 코칭스태프를 언제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스스로 더 이상 감독으로서 보여줄 것이 없으면 물러날 수도 있고 성적을 내지 못해 물러날 수도 있죠(웃음). 하지만 중요한 것은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 없어요. 꼭 감독 위치가 아니라 하더라고 e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쭉 그런 일을 해나갈 겁니다. e스포츠 팬들도 계속 e스포츠 많이 사랑해 주세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SK텔레콤 박용운 감독 "e스포츠인으로 남고 싶어"


서지수=메딕데이트 마지막 인터뷰에서 정말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경기장에서 뵙겠네요.

박용운 감독=마지막이라 아쉽네요. 저도 열독자 중 한 명이었거든요(웃음). 앞으로 경기에서 더 자주 봤으면 좋겠어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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