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홍진호 "(박)정석이 때문에 밤마다 울어"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홍진호 "(박)정석이 때문에 밤마다 울어"
안녕하세요. 스타걸 서연지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e스포츠가 낳은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홍진호 선수를 만나 봤습니다. 이제는 감독이라 불러야겠죠? 아직까지 저는 감독이라는 단어가 입에 붙지는 않네요. 팬들 역시 홍진호 선수가 아마도 더 익숙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어쨌건 홍진호 감독이 현실이라는 것은 시간이 그만큼 많이 흘렀다는 방증일 것 같습니다.

홍진호 감독을 인터뷰 하는 날 공교롭게도 이번 스타리그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으로 진행되는 마지막 리그라는 사실이 발표됐는데요. 홍진호 감독은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준 스타리그가 마지막이라는 소식에 올드 게이머로서 만감이 교차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1이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나 봅니다.

지난 시간에는 많은 팬들이 궁금해 했던 3연속 벙커링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새로운 사실들이 많이 알려졌죠. 자신의 팬카페에 위로 받기 위해 글을 썼는데 팬들 조차도 자신을 비판한 것에 대해 좌절한 사연,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신 사연 그리고 그 사건 이후에 홍진호가 멘탈붕괴에 빠진 이야기 등 그동안 팬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좀더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뜻 깊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임요환 선수가 미웠지만 대인배로 보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후로도 잘 지내야 했던 홍진호 감독의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었던 슬픈 사연도 기억에 남네요. 하지만 e스포츠 역사가 계속되는 한 임요환과 홍진호는 떼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홍진호 감독의 요즘 이야기와 KTF 시절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홍진호 "(박)정석이 때문에 밤마다 울어"

◆'아듀' 스타리그

서연지=얼마 전 이번 티빙 스타리그가 마지막이라는 발표가 났는데요. 저 역시도 이렇게 아쉬운데 홍진호 감독님도 무척 아쉬울 것 같아요.

홍진호=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말도 안 되죠. 그저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스타1 출신 프로게이머다 보니 스타1에 대한 향수나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시대가 흐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것이 정상이고요. 뒤로 후퇴하고자 하는 변화가 아닌 앞으로 더 좋은 쪽으로 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변화이기 때문에 박수를 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지금의 e스포츠를 만든 근간이 스타리그잖아요. 물론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로 계속 이어지겠지만 스타1은 이제 정말 안녕이라니 괜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요.

게다가 저는 우승을 못한 상황이잖아요.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죠(웃음). 한때 보금자리였던 곳이 사라진다고 하면 누가 좋겠어요. 하지만 내가 했던 게임은 없어지더라도 보금자리는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e스포츠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서연지=스타1 스타리그에서 우승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겠죠?

홍진호=이 질문 아마 한 18,000번쯤 들은 것 같아요(웃음). 우승에 대한 갈망이 아마 가장 컸던 선수는 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하지만 이제는 기회가 없잖아요. 사실 은퇴하면서 많은 짐을 놓았어요.

그래도 게이머로서 우승한 선수 정도의 인지도나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아요. 오래 안고 있으면 있을수록 안에서 설 섞이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이 이제는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이겠죠.

서연지=감독으로서는 꼭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 같아요.

홍진호=당연하죠(웃음). 선수로서 못다 이뤘던 꿈을 이뤄보고 싶어요. 사실 그래서 감독직을 수락한 것도 있고요. 첫 시즌에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큰 욕심이었죠. 창단하고 나간 첫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것은 힘든 일이잖아요. 그렇다고 강력한 선수들 5명을 데려온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시즌은 경험을 쌓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생각보다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는데다 2와 관련된 일로 계속 엮이는 거에요. 선수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로 인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들에게 미안하면서도 팬들에게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번 시즌에는 꼭 우승해야죠. 준우승을 하게 되면 LOL에도 홍진호 징크스가 나올 것 같아 불안해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홍진호 "(박)정석이 때문에 밤마다 울어"

◆그만이 알고 있는 e스포츠 이야기

서연지=이제는 e스포츠 산증인이라고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해주세요.

홍진호=예전 KTF 시절 정수영 감독님께서 '빠따정'이라 불리신 적이 있잖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닌 이야기지만 그때는 무척 심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1군은 안 맞았고 2군만 맞았거든요. 즉 저는 맞지 않았다는 거죠(웃음). 그때는 정말 무서웠어요.

서연지=정말 '빠따'로 맞았던 거군요(웃음). KTF 시절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강민 선수와 별로 친하지 않다는 소문이 있었잖아요. 사실인가요?

홍진호=정확하게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있었죠(웃음). 사실을 말하면 (박)정석이와는 정말 친했고 강민과는 적당히 친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박)정석이랑은 팀플레이도 같이하는 등 게임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도 많았어요. 하지만 강민의 경우 별명이 몽상가인데 별명처럼 성격도 독특해요. 평소에는 괜찮은데 갑자기 무섭게 변할 때가 있어요. 다행인건 제가 형이라는 것이죠(웃음).

근데 친했던 (박)정석이도 군대 가서는 나랑 코드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웃음). 사회에 있을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군대에서는 제가 (박)정석이 후임이었잖아요. 조금만 잘못해도 정말 심하게 뭐라 하더라고요(웃음). 밤마다 울면서 (박)정석이와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이 진실이라는 사실을 느꼈죠(웃음).

서연지=예전에는 e스포츠계의 배용준으로 불렸다고 하더라고요.

홍진호=그런 낯간지러운 질문을 하다니요(웃음). 게임을 하면서 눈이 좋지 않아져 안경을 썼는데 그때 스타일이 배용준씨와 비슷했어요. 그 당시에는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았죠. 장난 아니었어요. 정말 미친 줄 알았죠(웃음). 경기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기다 보니 팬레터나 메일도 정말 많이 왔어요. 심지어는 팬들 가운데 자신의 사진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어요. 화장대에 선물 받은 향수만 15개가 넘게 있었으니 말 다했죠(웃음).

그런데 한 순간의 선택으로 배용준이라는 단어를 더 이상 쓸 수가 없게 됐어요(웃음). 당시 라식 수술이 유행이었는데 안과 병원에서 무료로 라식을 해준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라식을 받았는데 안경을 벗으니 인기가 조금은 떨어지는 것을 느꼈어요(웃음).

◆'콩라인' 수장 홍진호

서연지=e스포츠에서 유일하게 한 라인을 만들어 낸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유독 팬들에게 놀림도 많이 당했던 것 같고 그것이 '콩라인'에 가입한 선수들에게 그대로 이어지더라고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홍진호 "(박)정석이 때문에 밤마다 울어"



홍진호=처음 '콩간지' 표정으로 짤방이 수두룩하게 나올 때는 팬들과 많이 싸웠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정말 대단한 존재란 것을 알게 됐고 현실을 깨닫게 됐습니다(웃음). 누군가를 놀리는 데 반응이 있으면 계속 놀리는 것 같아서 그때부터 해탈의 경지에 올랐죠(웃음).

게다가 그 상황이 '콩라인'에 가입한 선수들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도 속상하더라고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안쓰럽더라고요. 그런데 선수들도 신기하게 저처럼 덤덤하고 잘 견디는 것 같더라고요. 멀리서 지켜보는 입장이지만 참 기특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 제 경지에 올라오려면 멀었죠. 전 부처거든요(웃음).

'콩라인'은 언제나 외로운 존재에요. 결국 다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팬들과 친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함께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관심이 있으니 비판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깨달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서연지='콩라인' 가운데 어떤 선수가 가장 본인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요?

홍진호=아무래도 송병구죠(웃음). 예전에 (송)병구가 결승전에서 사거리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아 김택용에게 패했다는 인터뷰를 하고 난 뒤 '송핑계'로 불리며 엄청 비난 당했죠. 그런데 저도 임요환 선수에게 3연속 벙커링을 당하고 난 뒤 썼던 글로 핑계 대는 선수라고 욕먹었잖아요(웃음).

어쩜 이렇게 비슷한 길을 걸을까 정말 놀라울 정도였어요(웃음). 그래서인지 정말 잘해주고 싶더라고요. (정)명훈이 같은 경우 팀 복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슬럼프가 온다고 해도 팀에서 도움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금방 일어날 수 있죠. 그래서 (정)명훈이보다는 이상하게 (송)병구에게 더 정이 가요(웃음).

서연지=저그 종족 가운데는 콩라인이 나오지 않아 서운해 했을 것 같은데 지금 눈에 들어오는 저그가 있나요?

홍진호=원래 저그는 눈물의 종족입니다(웃음). 콩라인 기질이 원래부터 처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7~8년 하고 나야 '콩라인' 기질이 나오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제동이가 최고의 후보죠.

지금 (이)제동이가 약간 흔들렸다가 잘하는 것 같은에 지금부터의 행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지금의 힘든 일을 극복하고 올라가면 아마 향후 몇 년 동안 최고의 자리에 계속 있을 것이고 극복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더 힘들어 지겠죠. 그때는 차라리 '콩라인'에 들어오고 싶어 할거에요. 적어도 결승전까지는 가잖아요(웃음).

최근 경기는 많이 보지 못하는데 뉴스는 꼬박꼬박 챙겨 보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영상을 보는데 (이)제동이가 뮤탈리스크 교전에서 패하고 한숨을 쉬는 거에요. (이)제동이도 이렇게 지는구나 싶더라고요. 사실 예전에는 너무나 잘해서 지는 모습을 좀 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아파요. 빨리 치고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홍진호 "(박)정석이 때문에 밤마다 울어"

◆LOL 최고의 팀을 만들 그날까지

서연지=예전에 이벤트전을 했을 때 LOL 실력이 형편 없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실력이 많이 늘었나요?

홍진호=억울해요(웃음). 예전에 두번 방송 했는데 정말 못했거든요. LOL 용어에 팀에 민폐 끼친다는 뜻으로 '똥쌌다'는 표현을 쓰거든요. 그런데 이벤트전에서 제가 계속 최악의 플레이를 펼치며 계속 '똥쌌다'는 평가를 받았어요(웃음). 억울한 것이 이렇게까지 못하지는 않거든요.

공개적으로 아이디를 알리기는 힘들기 때문에 증명할 수가 없어서 안타깝네요. 나름 아마추어 고수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저인데 이런 이야기는 정말 듣기 힘드네요(웃음).

심한 오해가 있었지만 아무튼 제가 그 정도로 못하지는 않습니다.

서연지=얼마 전 동료였던 박정석 선수가 홍진호 감독과 마찬가지로 LOL 감독으로 부임했잖아요.

홍진호=그렇지 않아도 계속 전화 와서 귀찮아 죽겠다니까요(웃음). 사실 저도 은퇴를 하면서 절대 이쪽으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박)정석이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은 확실해요. 그런데 저와 같은 설득을 (박)정석이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원래 해운회사 들어갔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연락이 오더니 상담할 것이 있다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더라고요. 사실 e스포츠가 매력적이긴 해요. 밖에 있으니 좀더 이쪽에 대한 달콤함을 더욱 알게 된다니까요.

사실 은퇴한다고 하고 난 뒤 제가 깨달은 것은 그냥 e스포츠를 떠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쉬고 싶었다는 거에요. 아마 (박)정석이도 저와 같은 생각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어쨌건 감독으로 복귀한 뒤 (박)정석이가 세세한 것까지 다 물어보는 통에 귀찮아 죽겠어요(웃음). 스케줄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선수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 게 정말 많나 봐요(웃음). 아마 지금쯤 죽어 나고 있을 겁니다(웃음).

서연지=지금 행복한가요?

홍진호=당연하죠. 아직까지는 재미있고 그래서 더욱 열정적으로 매달리고 있어요. 생각보다 힘들어서 사실 자극도 되고 있어요.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승패로 자극을 느끼고 열심히 연습을 했거든요. 이번 감독을 하면서도 선수들을 관리하면서 힘든 상황이 펼쳐지자 자극이 많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이 자극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후회 하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서연지=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홍진호=원래 멀리 보지 않는 성격이에요. 목표를 잡아도 단기적으로 잡는 편이거든요. 이번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선수들이 실력 잘 내고 좋은 환경에서 연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제가 할 일이고요. 정말 멋지게 우승하고 싶어요. 많이 응원해 주세요.
['스타걸] 서연지가 간다] 홍진호 "(박)정석이 때문에 밤마다 울어"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