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걸 서연지입니다.

지난 주에는 요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e스포츠 종목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에서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나진 소드의 윤하운 선수를 만나봤습니다. 게임을 하기 전에는 사고뭉치 아들이었지만 게임으로 꿈을 이루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윤하운 선수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왜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왜 노력해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준 윤하운 선수. 이번 LOL 리그에서 4강에 진출해 있는 나진 소드가 꼭 결승전에 진출해 우승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번 주에 만나볼 선수는 반가운 얼굴입니다. 스타걸 활동을 하면서 만나보고 싶었던 선수가 여럿 있었지만 유독 기회가 없어 만나지 못하는 선수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스타리그와 인연이 닿지 않아 번번이 스타리그 예선에서 탈락했던 불운의 선수, 바로 오늘의 주인공은 웅진 스타즈 윤용태입니다.

지금은 웅진이지만 예전 한빛 시절을 기억하는 올드 팬이라면 윤용태 선수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당시 최고의 선수로 불렸던 이윤열을 스타리그 PC방 예선에서 탈락시키며 당당히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렸고 김동수, 박정석을 이어 한빛의 프로토스 명가 라인을 이어갈 선수로 꼽혔던 윤용태 선수. 그러나 그 역시도 지금은 공군 에이스 선수들을 제외하고 최고령 선수가 된 올드가 됐습니다.

올드 프로게이머들을 보며 꿈을 키웠지만 이제는 자신이 올드가 되어 누군가의 꿈이 되가는 준비를 하고 있는 윤용태. 조금씩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하고 있는 윤용태 선수를 만나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손목부상, 윤용태의 발목을 잡다

서연지=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윤용태=여전히 프로게이머를 열심히 하고 있죠(웃음). 지난 시즌과 달리 프로리그에서도 출전 기회를 자주 얻고 있고 새롭게 시작한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도 재미있게 즐기고 있습니다.

서연지=한동안 손목 부상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지금은 많이 괜찮아진건가요?


윤용태=100% 완벽한 컨디션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죠.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잖아요. 하지만 연습을 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나아지긴 했어요. 그러니까 이전 시즌과는 달라진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겠죠.

서연지=프로게이머가 손목 부상을 당하면 연습하기가 무척 어렵겠어요. 잘 낫지도 않는다고 하던데.

윤용태=그러게요. 정말 많이 아팠어요(웃음). 다들 엄살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심각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제가 몰랐다는 거에요. 만약 알았다면 이렇게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서연지=아프자 마자 곧바로 병원에 갔던 것이 아니에요?

윤용태=프로게이머들은 원래 손목에 약간씩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마우스를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붙잡고 사용하고 있는데 너무나 당연한 일이잖아요. 처음에는 연습을 많이 해서 조금 아픈 것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어요. 정말 아프면 한의원에 가는 정도였죠.

서연지=프로게이머들에게는 일상적인 통증이라 심각한지 몰랐던 거군요.

윤용태=그럼요. 게다가 시즌 중에는 손목이 아프다고 엔트리에서 빼달라는 말을 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에요. 경쟁이 심한 상태에서 손목이 조금 아프다는 이유로 자신이 스스로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선수를 어떤 코칭스태프가 신뢰하겠어요? 그냥 '이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하고 연습을 하는 것이죠.

서연지=언제쯤 정말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가요?

윤용태=처음에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거나 부항을 뜨는 등 일상적인 치료를 하고 나면 일주일은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평범한 통증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점차 괜찮은 기간이 줄어들더라고요. 일주일에서 4일로, 4일에서 이틀로 그러다가 치료를 해도 통증이 계속되는 거에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죠.

서연지=더 빨리 병원을 갔으면 좋았을 뻔했네요.

윤용태=스스로 병을 키운 거죠. 그런데 아마 저 말고도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같은 상황일거에요. 솔직히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일찍 병원에 왔으면 금방 고칠 수 있었던 병을 키워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한국인들의 인내심은 병을 크게 만들죠(웃음).

아무튼 심각하다는 생각에 병원에 갔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놀랐어요. 이대로 프로게이머를 못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됐죠.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꿈을 포기하지 않게 도와주신다고 했고 그래서 수술을 결정했어요.


서연지=그런데 수술 이후에도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해 많이 속상했을 것 같아요.

윤용태=수술 후 재활이 문제였죠. (이)영호처럼 아예 기간을 정하고 게임을 쉬면서 손목 재활에만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어리석게도 수술 하고 나면 곧발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무리하게 연습을 했어요. 사람이 가끔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불안함에 그러지 못했죠. 지금 와서 이야기지만 정말 후회가 되요.

서연지=지금은 어떤가요?

윤용태=다행히도 많이 괜찮아졌어요. 재활도 연습의 일부라는 생각에 연습을 하지 못하더라도 손목을 제 컨디션으로 만드는데 주력했거든요. 손목도 제 마음을 알아줬는지 점차 나아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100%는 아니지만 플레이를 하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은퇴설과 공군 입대설

서연지=손목 부상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엄청난 부진을 겪으며 많은 소문에 시달렸잖아요. 무척 힘들었을 것 같아요.

윤용태=저도 들었어요(웃음). 누군가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공군에 입대하냐고(웃음). 금시초문인데 다른 사람에게 군 입대 이야기를 들으니 '진짜 내가 군대에 입대해야 하는 건가'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잠시 고민했죠(웃음).

그런 이야기가 나올 만해요. 지난 시즌 프로리그 성적을 보면 처참하거든요. (김)명운이와 에이스 자리를 두고 티격태격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저는 신예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는 선수가 돼버렸잖아요. 나와서 패하다가 결국 출전 기회도 얻지 못했고요. 군입대설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심각하게 군 입대를 생각해 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당장 손목이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 군대에 입대한다 한들 과연 얼마나 나아지겠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재활에 신경 쓰자고 생각했죠.

서연지=은퇴설까지 나왔던 것도 알죠?

윤용태=당연히 알죠(웃음). 한 기자분이 숙소에 놀러 오셨다가 저를 보시더니 '아직도 숙소에 있어?'라고 물어 보시는 거에요. 주변에서 얼마나 놀렸는지 몰라요(웃음). 사실 그때 저는 모든 재활과 다시 열정을 불태울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는데 밖에서는 그런 상황을 모르다 보니 다 제가 은퇴할 줄 알고 있었더라고요.


처음에는 조금 억울했죠. 잠시 부진했던 것인데(웃음). 그런데 또 생각해 보니 잠시 부진한 상황은 아니었더군요(웃음). 좀 심각하게 부진한 상황? 은퇴설이 나돌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연지=은퇴설이나 공군 입대설이 나돌 만큼 부진했는데 단순히 손목 부상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윤용태=단순히 손목이 아프다는 이유로 사람의 정신력까지 그렇게 무너지지는 않아요. 하지만 몸이 지속적으로 아프고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서도 그 아픔이 가시지 않으면 슬슬 정신적으로도 흔들리게 되더라고요.

손목이 아픈 것을 참으며 연습에 매진했는데 결과가 계속 좋지 않다 보니 스스로 무너진 경향이 있어요. 열심히 연습해서 나갔지만 허무하게 지는 경우가 잦다 보니 나중에는 게임에 나가는 것이 무서웠어요. 데뷔한 지 7년이 넘은 프로게이머가 경기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는 순간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고요.

자신감이 하락하다 보면 경기 내용도 엉망이 되더라고요. 당장 지는 것이 싫으니 수비적으로 변하고 과감한 공격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계속 위축되고요. 손목보다도 오히려 정신력에서 무너진 것이 부진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생각 되요.

서연지=은퇴설이 있었지만 진짜 은퇴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나요?

윤용태=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심각하게 은퇴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누구에게 의논할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의논할 사람이 없었어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누군가에게 의논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죠. 문제는 저에게 있는데 누군가가 어떻게 제 마음을 100% 이해해서 답을 내려줄 수 있겠어요. 조언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만 그 조언은 이미 제 마음속에 다 있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혼자 생각하기로 했죠. 과연 지금이 은퇴할 시기인지 그리고 내가 앞으로 정말 더 이상 게임을 하지 못할 것인지. 게임을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정말 많은 일들을 생각했죠. 그러다 계속 연패를 하면서 게임에 나가는 것이 두려워질 무렵 은퇴를 생각하게 됐어요.


서연지=그런데 지금 이렇게 경기에 다시 나오고 있잖아요. 힘든 일을 극복했다는 이야기일 텐데요.

윤용태=극복했으니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있는 것이겠죠? 은퇴를 하겠다고 팀에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패배자처럼 쫓겨나듯 그만두게 되면 내가 과연 밖으로 나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청춘을 바쳐 꿈을 이룬 대가가 이런 것이라면 억울하잖아요. 이런 상태에서 은퇴하는 것은 싫었어요.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는 은퇴, '그 선수는 은퇴할 때가 됐지'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은퇴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은퇴를 하더라도 누군가가 '조금만 더 있어주지', '조금만 더 노력해 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과 누구도 나의 은퇴를 아쉬워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다르잖아요.

게다가 아직도 게임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였거든요. 단지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무너졌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게다가 다른 일을 할 때도 패배자의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은 결국 또다른 실패를 낳을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보자 생각했죠.

서연지=스타2는 그런 의미에서 윤용태 선수에게 새로운 열정을 불어 넣어 준 것이네요.

윤용태=마음 가짐을 완전히 다르게 했을 무렵 새로운 게임을 해야 하는 미션이 생겼어요. 마음 가짐도 달라지고 게임도 새 게임이다 보니 모든 것이 새로워 진 것이죠. 운이 좋았다고 할까요?

스타2를 하면서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어렵더라고요. 스타1과 스타2라는 게임 자체가 전혀 다른 인터페이스와 개념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하나, 하나 정복해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게임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타오르고 있죠.

서연지=정말 다행이네요. 그럼 앞으로 저도 자주 볼 수 있는 건가요? 매번 스타리그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요(웃음).

윤용태=사실 왜 그 이야기가 안 나오나 했어요(웃음). 이상하게 스타리그에서 성적이 좋지 못해 스타걸을 만날 기회가 없었죠. 이제 스타2로 스타리그가 전환됐잖아요. 새로운 윤용태로 무장하고 있으니 다음 시즌에서는 아마 저를 경기장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서연지=약속할 수 있는 건가요?

윤용태=지옥에서 살아나온 느낌이에요. 은퇴까지 생각했던 선수가 무서울 것이 무엇이겠어요 최선을 다한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해요. 꼭 다음 시즌 스타리그에서는 좋은 모습 보여 드릴게요.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