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자선바자회의 성공 여부에 대해 의문을 가지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프로게임단들이 자체적으로 선수들의 물품을 내놓는 행사들이 많기도 했고 팬들이 프로리그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고 있기 때문에 과연 얼마나 많은 팬들이 현장에서 관심을 갖겠느냐는 것이 고민이었습니다. 주도적으로 바자회를 추진한 저 또한 의문 부호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우려는 역시 기우였습니다. 바자회 첫 날부터 많은 팬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면서 흥행 대박을 쳤습니다. EG-TL 소속 이제동의 키보드가 첫날 경매가 25만원에 낙찰됐고 도재욱의 키보드 또한 16만원, 이영호의 헤드셋은 10만원에 팔렸습니다. 추억의 잡지 esFORCE도 거의 동이 날 정도로 많이 팔렸지요. 첫날 수익금이 126만5,000원이었습니다.
둘째 날에도 팬들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8게임단이 내놓은 영화 관람 및 데이트권도 인기리에 팔렸고 CJ의 유니폼도 히트를 쳤습니다. 웅진 김명운의 지갑은 중국 팬에게 낙찰됐고 송병구의 보호 안경은 일본 팬에게 18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백미는 삼성전자 허영무의 키보드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로 치러진 마지막 스타리그의 결승전에서 허영무가 우승할 때 썼던 이 키보드는 경매 불가 판정을 받을 정도로 금액이 올라갔습니다. 일본에서 오신 팬과 삼성전자 팬 클럽 운영진,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관심을 가졌다는 남성팬이 경합을 벌이면서 60만원까지 입찰 금액이 올라갔습니다. 자선 바자회라는 취지가 무너질까봐 경매를 중지했습니다. 허영무의 키보드가 거래 중지됐음에도 불구하고 114만9,000원의 수익금을 모았습니다.
자선 바자회에 재능 기부를 해주신 분들도 많습니다. 온게임넷에서 프로리그를 중계하신 캐스터와 해설자들은 경기를 마친 뒤 경매의 사회를 봐주시면서 정성을 보여주셨습니다. 전용준, 정소림, 성승헌 캐스터와 하루 두 경기 중계를 마치고 허영무의 키보드 경매까지 동참해준 김정민 해설 위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경기 앞뒤로 e스포츠 자선 바자회의 취지를 설명해주신 온게임넷에도 감사합니다.
이틀 동안 열린 자선 바자회를 통해 모인 금액은 총 241만4,000원입니다. 엄청나게 큰 돈입니다. e스포츠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내신 돈이라 더욱 소중합니다. 데일리e스포츠와 한국e스포츠협회는 이 돈을 CJ 나눔재단에 기부할 계획입니다. 1월 중에 전달 행사를 갖고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취지를 전달하겠습니다.
이번 바자회를 통해 느낀 점이 정말 많습니다. 장소가 협소하고 준비 사항도 미비했지만 프로게임단의 적극적인 참여와 e스포츠 팬들의 나눔에 대한 의지가 모든 것을 덮어 주셨습니다. 자그마한 금액이라도 어려운 분들을 돕겠다는 뜻이 모여 240여 만원이라는 큰 돈을 만들어주셨습니다.
해외 팬들의 e스포츠 사랑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선 바자회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에서 직접 오신 팬이나 중국에 있는 친구의 부탁을 받아 대신 경매 행사에 와주신 중국팬, 이윤열이 표지 모델로 등장한 esFORCE를 거의 다 구매하신 동남 아시아 팬 등 e스포츠가 글로벌한 콘텐츠임을 보여주셨습니다.
데일리e스포츠는 2013년 자선 바자회 행사를 더욱 알차게 준비할 것임을 약속 드립니다. 올해 보여주신 e스포츠 팬 여러분의 참여 의지를 더욱 키울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프로게이머, 프로게임단과 함께할 수 있는 연말의 축제로 구상해보겠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첫 자선 바자회였지만 성심성의를 다해 참가해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성금은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전달할 것이고 내년에 더욱 풍성한 바자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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