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입니다.

지난 주에는 나진 소드의 서포터 '카인' 장누리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롤드컵'에 나가고 싶은 열망으로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다는 장누리는 거짓말처럼 한 시즌만에 꿈을 이뤘는데요. 장누리는 이후 꾸준한 자기 관리로 기량을 유지했고 지난 윈터 시즌에는 우승까지 일궈냈습니다. 올해 27살, 프로게이머로서는 적잖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장누리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전의를 불태웠습니다. 장누리의 투혼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번 주 'LOL STAR' 주인공은 선수가 아닙니다. 바로 '버프걸' 맹솔지인데요. LOL 챔피언스 리그를 보기 위해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밝은 표정으로 입구를 지키고 있는 여성분을 본 적이 있을텐데요. 그가 바로 맹솔지입니다. 관객 입장 도움부터 호응 유도, 현장스케치, SNS를 통한 LOL 챔피언스 리그 홍보, 경품 추첨까지 버프걸의 하루는 고단합니다. 하지만 맹솔지가 인터뷰에서 특유의 밝은 분위기와 경쾌한 목소리로 "즐기면서 하고 있다"고 씩씩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는 긍정적인 힘을 전해주는, 리그 오브 레전드 안에서는 버프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현재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맹솔지의 처음 평가는 썩 좋지 않았습니다. 바론-리그 오브 레전드 안에서 가장 센 괴물이며 가장 못생긴 크리처입니다-을 닮았다는 둥, 예쁘지 않다는 둥 여자 입장에서 들으면 기분 나쁜 말들도 많았죠. 하지만 맹솔지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고 그녀를 응원하는 팬들도 점점 많아졌습니다.

언제나 환한 미소로 현장을 찾는 팬들을 반겨주는 '버프걸' 맹솔지와의 대화 속으로 가보시죠.

안녕하세요. 인사와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맹솔지=안녕하세요. LOL 챔스 스프링 시즌동안 '버프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 맹솔지라고 합니다. 서울여자대학 경영학과에 다니고 있고요. LOL 챔스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온라인 포스팅이나 SNS를 통한 홍보, 현장스케치까지 맡고 있죠. 현장에서는 호응 유도도 해요(웃음). 경기 종료 후 추첨을 하면 제 일과가 끝나요.

요즘 들어 화장이 진해지는 것 같아요(웃음).

맹솔지=의식적으로 더 열심히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가끔 화면에 잡힐 때가 있는데 화장을 진하게 하니 좀 낫더라고요. 쌍꺼풀이 없어서 눈이 작아요. 그래서 '버프걸' 활동을 하는 날에는 눈이 커보이고 싶어서 무대 화장을 하고 있어요(웃음). 최근에는 화장품도 바꿨어요.

팬들 반응이 갈수록 좋아지더라고요.

맹솔지=처음에 나왔을 때에 비해 정말 많이 나아졌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솔지씨가 이상형이라고 하는 팬들도 꽤 있더라고요.

맹솔지=버프걸 활동 전에는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듣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기분이 좋아요(웃음). 하지만 처음에는 '바론 닮았다', '잡으면 버프 주냐'는 말도 들었어요. 위축이 많이 됐죠. 그래도 재미있어요.

그럼 솔지씨의 이상형은 어떻게 되세요?

맹솔지=이상형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없어서 고민을 좀 해봐야겠는데요? 음, 제가 좀 리드하는 편이거든요. 리드하는대로 잘 따라와주고 배려심 깊은 사람? 거기에 듬직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서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욕심쟁이군요(웃음). 지금 버프걸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떻게 지원하게 된 거에요?

맹솔지=어릴 적부터 게임을 좋아했어요. 바람의 나라부터 시작해서 삼국지, 스타크래프트, 어둠의 전설 등등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웬만한 게임은 다해봤어요. 그렇다보니 게임에 관한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버프걸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했어요. 열정이 많은 사람이 해야 진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24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어요(웃음).

버프걸 활동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맹솔지=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죠. 현장에 오기 전에 메이크업이라던가 소품 등등 제가 다 준비해야 하거든요. 또 최근 페이스북 친구가 엄청 많아졌어요. 제 페이스북을 많은 분들이 공유하는 공간이 되다보니 개인 공간이 아니게 되버렸죠. 또 학교를 다니면서 활동을 하다보니 시간적인 부분에도 쫓기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다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사실(웃음)!

얼마 전 시험 기간이었을텐데요(웃음).

맹솔지=어휴(웃음). 그 때 쪽지에 외워야 할 것들을 정리해서 현장에서 틈틈이 보면서 공부했어요. 학생의 본분은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졸업반이라 출석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중이에요.

버프걸 활동을 하면서 재미있는 일도 겪었을 것 같아요.

맹솔지=버프걸이 됐다는 걸 부모님께만 알리고 친지분들께는 따로 알리지 않았거든요. 근데 지난 달에 제가 '나는캐리다'에 출연한 적이 있잖아요. 부모님이 친지분들께 제가 TV에 나온다고 말한거에요.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해 모든 친척들이 '나는캐리다'를 생방송으로 시청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팬레터도 받아봤어요. 인형이랑 같이 편지를 주셨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근데 단 한 번 뿐이었어요(웃음). 그래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어요.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제가 언제 팬레터를 받아보겠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경기가 끝나면 목이 잠길 것 같아요.

맹솔지=복식 호흡으로 인사를 해서 그런지 목이 아프진 않아요. 평소에 말할 때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할 때 목소리가 다르거든요(웃음). 밝은 분위기를 어필하기 위해 목소리 톤도 높히고요.

정말 갈수록 목소리가 하이톤이 되더라고요. 분명 힘들텐데요. 뭔가 근성있는 모습을 봤어요.

맹솔지=사실 체력이 달리는 면이 없지않아 있어요. 토요일 경기가 없어져서 그나마 나아졌죠. 그래도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보니 힘이 나더라고요. 점점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요. 그래서 좀 더 밝게, 좀 더 긍정적으로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방송에도 꽤 나왔잖아요. 혹시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은 없나요?

맹솔지=전혀 없어요. 학교에 갈 때 화장을 안하고 가요. 버프걸 활동을 하는 날만 화장을 진하게 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피부 관리 차원에서 화장을 안하거든요. 그래서 못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웃음).

일을 할 때 보면 항상 밝은 모습이던데 실제 성격은 어때요?

맹솔지=좀 느긋한 편이에요. 그래서 고민도 많이 없어요. 좋아하는 일에는 열정을 다하는 스타일이죠.

버프걸 활동을 하면서 친해진 선수들은 좀 있는지 궁금해요.

맹솔지=친한 선수들이 없어요. 얘기할 기회가 없거든요.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가까이서 선수들을 볼 수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어요.

특별히 친해지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맹솔지=나진 소드 '막눈' 윤하운 선수요. 플레이를 보면 공격적이면서 패기도 있잖아요. 그런 분과 친해지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와는 정반대의 성격이잖아요. 멋있어요(웃음).



코스프레 데이 때 기대를 많이 했는데 별 것 없더라고요(웃음).

맹솔지=고민을 많이 했어요. 룰루 모자가 있어서 빨간 옷을 입고 룰루 코스프레를 하려고 했는데 이미 노출이 돼서 망설여지더라고요. 아, 룰루 모자는 제가 직접 만든거에요. 재봉틀도 쓰지 않고 손바느질로요(웃음). 자랑도 하고 다녔죠. 어쨌든 어떤 챔피언을 코스프레할까 고민하다가 제 처음 별명이 '바론걸'이었잖아요. 그래서 바론 모자를 만드려고 천까지 뗐는데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하고 머리띠로 대체했어요.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미흡했던 점이 아쉬워요.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챔피언을 코스프레 해보고 싶은가요?

맹솔지=시비르요. 누가 저보고 시비르를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사납게 생겨서 그런가(웃음)?

'나는 캐리다' 출연은 어땠어요?

맹솔지=정말 재미있었어요. 실제로 뵈니까 캐리님, 꼬치님 다 멋있으시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CS를 못먹지는 않는데 그 날따라 긴장한 탓인지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아리 플레이를 보니 여성분치고는 상당히 잘하시던데요? 깜짝 놀랐어요.

맹솔지=팀 버프를 받으면 무조건 이겨요. 솔직히 그 때는 캐리님이 너무 못하지 않았나요(웃음)? 타릭을 하셨는데 스턴 한 번을 안날려주시더라고요. 게임 내에서 어느정도 제 역할은 한다고 생각해요.

주로 어떤 챔피언을 즐겨하세요?

맹솔지=미스 포츈, 소나, 아리가 주 챔피언이에요. 꼭 이기고 싶을 때는 저 세 챔피언 중 하나를 골라요.

솔지씨가 생각하는 LOL의 매력이란?

맹솔지=처음 LOL을 시작하면 욕을 들으면서 시작하잖아요? 그럼 오기가 생겨요.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죠. 도전 정신을 자극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챔피언들이 상당히 많은데 각각 스토리도 흥미롭고 세계관도 훌륭해요. 처음에는 단지 게임을 즐기기 위해 시작했다가 다른 것들로도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 있게끔 해요. 게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파생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게임의 대중성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LOL이죠.



이번 시즌이 지나면 더이상 솔지씨를 볼 수가 없어요. 팬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세요?

맹솔지=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버프걸이라는 이름처럼 사람들에게 버프를 나눠줬던 사람으로 기억해주신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솔지씨가 버프걸 1기 잖아요? 앞으로 들어올 후임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요?

맹솔지=저보다 밝은 에너지를 가진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관심이 많은 분들도 있을 거고요. 밝은 에너지를 갖고 많은 분들과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싶으시면 용기를 갖고 지원하셨으면 좋겠어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진심을 가진 분이 지원해주셨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처럼 바론 닮으신 분도 환영해요(웃음). 버프는 바론 버프가 최고잖아요.

오늘 인터뷰 즐거웠습니다. 끝으로 솔지씨의 꿈이나 목표 들어보고 인터뷰 마칠게요.

맹솔지=그동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웹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었고 경영학도로서 사업에도 관심이 많았죠. 국제무역에도 눈이 가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홍보 쪽에 가장 마음이 가요. 게임 관련 분야에서 마케팅이나 홍보 일을 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게임이 평가 절하되지 않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열심히 뛰고 싶어요. 그리고 LOL 챔스 페이스북에 제가 현장스케치를 올리고 있는데 관객들을 찍을 때도 있어요. 보정을 많이 해드리고 있으니 부담없이 촬영에 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4강전으로 치닫고 있는 LOL 챔스 스프링 시즌에 많은 관심 바라고 저도 남은 기간 동안 더 열심히 할테니 지켜봐주세요(웃음).

글=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