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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KT 주성욱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자랑스런 아들 되고파"

[피플] KT 주성욱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자랑스런 아들 되고파"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에 서툴지만 속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뜨겁고 열정적인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 프로게이머 가운데 경상도 출신은 많지만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 기질을 가진 선수들은 의외로 적다.

그 가운데 누가 봐도 경상도 사나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선수가 있다. 승리해도 패해도 표정 변화가 없고 인터뷰 때 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가만히 있으면 화가 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선수. 최근 프로토스 킬러로 떠오르며 KT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 한 주성욱의 이야기다.

최근 이영호에 이어 KT 다승 2위, 이번 시즌 프로리그 다승 5위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주성욱이지만 아직까지 그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별로 없다. 위메이드에서 촉망 받는 신예였다가 팀 해체로 KT로 이적했다는 것 이외에는 주성욱은 베일에 쌓인 선수다.

진짜 사나이 주성욱의 진솔한 이야기 그리고 그가 꿈꾸는 희망 가득한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늘에 계신 아버지"

그와 조금이라도 친한 선수라면 주성욱이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말이 별로 없는 그지만 항상 웃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모나지 않은 성격 덕분이다. 또한 경상도 사나이답게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니 누구도 그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매김한 슬픔에 대해 알아 차리지 못할 수밖에 없다.

주성욱에게는 가슴에 시린 기억 하나가 있다. 바로 지금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다. 주성욱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는 군인이셨고 무뚝뚝하셨지만 그 누구보다 자식들을 사랑하셨던 분이셨다.

군인이셨던 아버지. 그래서인지 주성욱이 학교를 그만두고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대 아버지께서는 반대도 많이 하시고 실망도 크셨다고 한다. 결국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시작했던 프로게이머. 하지만 주성욱이 데뷔전을 치르기도 전에 아버지께서는 눈을 감으셨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아버지께서 병원에 이미 입원하셨는데 그때는 철이 없었죠. 아버지께서 제 꿈을 막는다고만 생각하고 결국 뜻을 거스르고 서울로 상경했어요. 아버지 마음에 대못을 박고 떠난 못난 아들이었지만 그래도 꼭 성공해서 아버지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하지만 주성욱의 꿈이 이뤄지기 얼마 전 아버지께서 자식의 경기를 한번도 보지 못하시고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도 그는 슬프다는 생각뿐 자신이 얼마나 큰 불효를 했는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피플] KT 주성욱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자랑스런 아들 되고파"

"그때는 그저 아버지께서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겨우 주목 받기 시작했고 성적도 잘 내고 있고 인정 받기 시작하니 아버지가 정말 보고 싶어요. 자랑스러운 아들의 모습 보여드리지 못하고 못난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여드린 것 같아 후회스러워요."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주성욱이었지만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보다도 진지했고 애틋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자신을 꼭 보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주성욱. 이제서야 자랑스러운 아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여준 것 같아 조금은 안심된다며 그렇게 진심을 담은 미소를 지었다.

◆불운한 사나이? 행운의 사나이!

주성욱이 이스트로 소속이었다는 것을 아는 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주성욱은 이스트로에서 온라인 연습생이었다. 주성욱이 이스트로 숙소에서 생활한 것은 정확히 5일이었다. 설거지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던 주성욱. 그때 함께 설거지했던 김성대와의 추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이스트로에서 겨우 5일 숙소 생활을 했지만 결국 팀이 해체했고 주성욱은 떠넘겨지듯 위메이드로 이적했다. 그때는 온라인 연습생이었기 때문에 남들은 무슨 이적이었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주성욱 입장에서는 속해있던 팀이 없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이스트로 선수들만큼 당황했다고 한다.

하지만 위메이드에서의 생활도 길지 않았다. 주성욱은 위메이드에서 9개월 남짓 생활하고 또다시 팀이 해체되는 불운을 맞았다. 위메이드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성욱은 이대로 프로게이머 생활이 끝일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피플] KT 주성욱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자랑스런 아들 되고파"

벼랑 끝에서 주성욱은 KT에 입단했다. 인생에 있는 세 번의 기회 중 한번이 찾아온 것이다. 주성욱은 KT가 자신을 데려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KT는 해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KT가 큰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팀이 해체하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웃음). 두 번이나 팀이 해체되고 나니 이적하는 것에는 이골이 났거든요. 이번에는 KT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주성욱은 오히려 팀이 해체된 것이 자신에게는 기회였다고 고백했다. KT로 온 것은 주성욱에게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기존 팀에는 없었던 최고의 선수 이영호라는 존재 덕분이었다.

"(이)영호를 보면서 자극을 받곤 했어요.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저에게 큰 도움이 됐던 것은 프로리그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해줬다는 거죠(웃음). 마음이 편하면 경기가 잘 풀리거든요(웃음). 덕분에 제 프로리그 성적이 가파른 상승세를 탈 수 있었죠."

◆또 한번의 기회 스타크래프트2

KT라는 안정적인 기업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던 것 이외에도 주성욱은 또 한번의 기회를 얻게 된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에서 스타크래프트2(스타2)로 종목을 전환하는 큰 변화를 맞았다. 그리고 그것이 주성욱에게는 한 단계 도약할 계기가 됐다.

"솔직히 KT로 이적한 뒤 이영호를 보면서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벽'같은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자극은 받았지만 따라가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영호와 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었어요."

[피플] KT 주성욱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자랑스런 아들 되고파"

하지만 스타2로 종목이 전환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주성욱은 "드디어 이영호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이영호든 자신이든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

"KT에서 그 누구보다 연습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그것이 지금 프로리그에서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이)영호를 넘지는 못했지만 스타2로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잖아요. 기다려주세요. 조만간 대단한 선수가 될 테니 말이에요(웃음)."

◆"멘탈은 자신 있어요"

대부분의 선수들이 실력은 좋지만 정신력에 문제가 있어 정상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큰 경기에서 심하게 긴장해 실수를 많이 한다던가 부담감을 떨치지 못해 결국 좋지 못한 결과로 기대했던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팬들은 그런 선수들에게 정신력이 약하다며 ‘유리멘탈'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성욱은 어떨까? 사실 주성욱을 지도했던 대부분의 코칭 스태프는 주성욱의 실력보다는 대담성을 보며 그의 가능성에 대해 많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게다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성실함까지 갖춘 주성욱은 그야말로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정신력' 하나는 자신 있어요(웃음). 정신력이 약해 큰 경기에서 패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패한다면 단지 실력과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겠죠. 연습은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 때문인지 정신력이 약해지는 경우는 스타2로 와서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성실함과 강한 정신력까지 갖춘 주성욱.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주성욱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고민을 마쳤다고 한다.

"프로게이머가 됐다면 억대 연봉은 한번쯤은 받아야죠(웃음). 개인리그 우승과 프로리그 우승을 동시에 성공한다면 아마 가능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명예를 따르다 보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진 그리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당당한 그런 아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응원해 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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