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스포츠의 올림픽'을 표방한 WCG를 의식한 듯 'e스포츠의 월드컵'이란 취지를 내세우며 지난 2003년 출범한 ESWC는 시작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e스포츠 대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워크래프트3에서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며 대회의 위상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2006년에는 대회 총 상금이 30만 유로(한화 약 3억 7천만 원)에 달했다.
2009년 유럽발 금융위기로 재정난에 부딪혀 한 차례 문을 닫기도 했던 ESWC는 어렵게 그 명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동안 ESL의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와 드림핵 등 다른 브랜드가 크게 성장했고, ESWC는 오히려 퇴보했다. 대회 규모와 상금은 점차 줄어들었고, 대세를 따르지 않고 선택한 종목인 저스트 댄스, 트랙매니아, 슛매니아 등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중계도 e스포츠 팬들 사이에 잘 알려진 트위치TV가 아닌 프랑스의 스트리밍 플랫폼인 데일리모션을 이용하다보니 시청자도 모으지 못했다.
종목별 분산 개최로 인해 대회에 대한 집중도는 높아졌지만 이로 인해 가을에 열리는 메인 대회는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캐나다에서 열린 ESWC CS: GO 대회 우승상금은 3만 달러였지만 최근 열린 ESWC 2015에서의 CS: GO 부문 우승상금은 겨우 7,500달러에 불과했다. 때문에 CS: GO의 대표적인 팀들은 모두 드림핵 출전을 택했고, ESWC는 프랑스 지역 팀들만 출전하는 주목받지 못하는 대회가 됐다.
이미 7월에 CS: GO 대회를 크게 개최했어도 메인 대회가 관심 받지 못한다면 얼마 못가 다시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만약 생존을 위해 가장 인기 많은 종목만 남겨둔다면 ESWC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의미는 상실될 수밖에 없다. 대회 분산 개최 선택이 ESWC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향후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